내 생애 최고의 순간 -hospitality 경영학부 황유신
막연히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생각해보니 딱히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내가 기억하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언젠지 생각해보았다. 행복을 걱정 없이 느끼기는 힘들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행복함과 동시에 걱정, 근심, 그리고 지금 느끼는 행복이 마지막이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찾아온다. 그렇기에 항상 많은 생각을 품고 사는 내가 온전한 행복을 느끼기에는 너무 많은 생각들을 넘어야한다. 항상 행복 뒤에는 이 행복 뒤에 마주칠 수많은 생각과 걱정들이 뒤따랐고, 걱정의 대상은 끊임없었다. 쫓아오는 시간, 되돌아가야 하는 일상, 그 일상 속의 수많은 해야 하는 것들 등등.
처음에는 테니스를 치는 것이 즐거웠다. 처음에는 칭찬도 많이 받았으니까. 솔직히 내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올해 3월에 시작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 재능이 나에게는 없다. 열심히 했지만, 성장은 더뎠다. 처음에는 치다보면 늘겠지 했지만, 점점 어느 순간부터 늘지 않으니 테니스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잘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고, 게임에 들어가면 실수를 연발하는 탓에 계속 같이 복식을 하는 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뭔가 긴장감 있는 게임을 바라는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했다. 나 자신이 못 치는 게 너무 싫었고, 내가 고쳐야 하는 것,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다리를 신경 쓰면 스윙이 이상했고, 스윙을 신경 쓰니 타점이 이상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테니스를 치는 것이 두려웠다. 이번에는 어떤 지적을 받을까 걱정이 되었고, 지적을 받은 대로 다 고치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던 중 전지훈련을 가게 되었다. 좋지 않은 컨디션과 오랜만에 치는 것 치고는 그나마 잘 쳐졌다. 자세도, 스윙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공을 친다는 것에 집중해서 그런지 더 재밌었고, 정말 그 순간에는 ‘공을 친다.’는 목적 하나로 몰두했던 것 같다. 지금 이 행복이 깨지면 어떡하나 걱정할 순간도 없었고, 걱정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가끔가다 못 칠 때도 있었고, 네트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보통 때처럼 나를 자책한 것이 아니라 바로 준비 자세에 들어가 다음 공이 오길 기다리고 그 공은 그 전 공을 못 친 만큼 완벽하게 치려 노력했다. 밤공기가 좋았고, 코트 옆 숲에서 우는 풀벌레 소리가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나의 라켓에 맞는 공의 소리가 좋았다. 보통 때의 ‘틱’이나 ‘탁’하는 소리가 아닌 ‘탕’하는 그 진동이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랠리가 끝나고도 기분이 좋았다. 걱정과 두려움과 같은 건 없이 ‘아 칠 때 진짜 행복했다.’ 이 생각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언니의 “유신이 많이 늘었네.”하는 그 칭찬이 이전까지의 걱정과 두려움들을 없애주었다.
지금 와서 그 행복함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다. 솔직히 그 행복감을 다시 느끼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다 겪는다고 그런 걱정 없는 행복감을 다시 느끼리란 보장도 없다. 가끔 좋은 경험을 하고도 ‘아 차라리 그런 경험 없었던 것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예 처음부터 그 맛을 모르면 모른 상태로 살아갈 테고 그러면 딱히 부족함도 느끼지 못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전지훈련에서의 경험은 그런 경험과는 달랐다. 내가 몇 번 느껴보지 못한 ‘걱정 없는 행복’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그 순간을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첫댓글 걱정없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니, 진짜 흔치않은 경험인 것 같아 부럽다!
테니스 때문에 고민하는걸 보니 푹빠졌나 보네 ㅎㅎ 가끔 실수하더라도 자책하지말고! 즐기면서 하길 바란다!
테니스를 정말 좋아하구나ㅎ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데??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기면서 치는 네가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화이팅!!
타고난 사람들만 운동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운동을 진짜 싫어했는데 너 글보니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 연습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경지까지 간 거 정말 멋있고 보기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