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으로 살기
-열여덟 살 가을에-
2학년 1반 14번 이원주
(수필)보통으로 살기 (2114 이원주).hwp
어렸을 때부터 아니 초등학교 4학년 때 쯤부터 나는 내가 너무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이고 먼저 다가가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런 성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머리에 박히고 먼저 다가가려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보이고 나서부터 나는 이런 성격이 싫어 졌다.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학생 수가 적었었으니까 서로서로 다 아는 사이이고 해서 그나마 좀 나았던 것 같다. 중학교에 와서 새로운 얼굴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 같이 지내던 친구랑만 지내려 했었다. 그래도 학생 수가 적으니까 안 친해질 수가 없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다 같이 친하게 지내다 보니까 내 단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재밌고 웃긴 말을 하면서 웃고 떠드는데 그 사이에서 웃고만 있는 내가 보였다.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반응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나는 친구들을 웃고 재밌게 해주는 친구가 되고 싶었다. 나도 나름대로 노력은 했는데 노력하나 안하나 결과는 똑같았다. 그렇게 3년 내내 친구들의 말에 웃고 재밌어 하기만 하다가 어느덧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북중 친구들 4명중 3명은 같은 반이 되었는데 나만 떨어져서 2반이 되었다. 진짜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한 학년에 10명 정도 되던 학교에서 한 학년에 100명 정도 되는 학교에 와서 적응 안되고 걱정이었다. 그래도 같이 기숙사에 살던 친구가 먼저 다가와 줬다. 그 친구는 나랑 진짜 다르게 활발하고 적극적이고 사교성도 많은 친구였다. 그 친구를 통해서 지금의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나는 단숨에 이친구가 나랑은 정반대의 사람이라는 것을 느껴서 나랑 같이 있을 때 재미없고 다른데 가서 놀고 싶은데 나 때문에 그러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진짜 미안했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고마웠었다. 그 친구랑 나랑 또 2명의 친구랑 같이 다니는 사이가 되었다. 그 친구가 학교를 다니지 않게 되고 3명이서 다니게 되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3명이 되다 보니까 조금 소외되는 한명이 내가 되었다. 그 이유를 나는 안다. 친하다고 괜히 막대하고 쉽게 짜증내고 그런 성격에다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은 아무생각 없었을 텐데 괜히 나는 속상해서 뚱해 있고 말도 아예 안 걸고 나 혼자 있고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먼저 다가가서 같이 놀고 좀 서운한 게 있으면 말을 하고 그랬으면 될 것을 왜 그랬나 싶고 미안하다. 사이가 틀어지고 나 혼자 남은 2년을 보낼 뻔 하였는데 좋은 친구들이어서 예전과 같이 잘 지내고 있다. 진짜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 같다.
2학년 반배정이 나오고 친구들은 다 이과를 가고 다시 1학년 학기 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반 애들은 다 친구가 있고 나만 없었다. 그래도 같은 북중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도 1학년 때 같이 지내온 친구가 있어서 조오금 눈치가 보였다. 그래도 지금은 같이 이동수업가고 매점 갈 친구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 친구들이 같이 다니는 친구들과 있으면 난 다시 혼자가 되고 생각에 잠긴다. 2학년 들어서 내 단점들이 더 많이 보인다. 키, 몸무게, 외모, 성적, 성격 등등 난 뭐 하나 잘난 것 없고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 들이 보통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고 그 이하에 머물러 있다. 2학년 때 그게 크게 와 닿았지만 사실을 언젠가부터 그것을 생각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 속에서 살면서 나는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변한 것 없이 벌써 고2가 되었다는 게 내 자신이 한심하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많이 바꿀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또 한 번 느꼈다. 아직 18살 밖에 안됐고 18년 밖에 살아보지 않았고 힘든 일도 겪어 봤으니까 이번에는 미루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보통이하가 아닌 보통이상도 아닌 보통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같이 지내기 어려운 성격을 가진 나를 잘 보듬어준 사람들을 잃지 않고 남은 날들을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1.23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