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갑‧을 상생하는 날 고대하며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으로 인해 ‘갑의 횡포’가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땅콩회항사건이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제공방식을 문제 삼아 폭언과 난동을 부리는 등 월권행위로 항공기를 회항시킨 사건을 말한다.
‘갑의 횡포’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2014년 한해는 갑의 횡포가 횡행했던 시기로서, 한 케이블TV가 방송한 드라마 '미생'이 비정규직의 애환을 그리면서 갑의 횡포 논란에 부채질을 했다.
갑의 횡포로 기업의 근로자 부당해고나 영업사원에게 재고 떠넘기기, 대기업의 중소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11.3%가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은 산업기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그 몰락은 국민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
A대형마트는 점포 매출을 늘리고 상품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판매촉진행사계획을 세웠다. 이어 대행업체를 섭외해 자신의 점포 내에서 B납품업체의 식품 시식행사를 수차례 진행했다. 그런데 A는 시식상품과 조리기구․일회용품, 시식행사 진행인력 급여 등 행사 소요비용 전액을 그에 관해 미리 약정하지 않은 B에게 떠넘겼다. 이러한 경우 A는 어떠한 제재를 받는가?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기 이전에 판매촉진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의 부담 등을 납품업자와 약정하지 않고는 이를 납품업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 만약 대규모유통업자가 사전에 약정하지 않은 시식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위법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등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만약 대규모유통업자가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그 대규모유통업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규모유통업자의 해당 행위로 인해 납품업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에, 그 납품업자는 대규모유통업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A의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에 위반되므로, B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A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리고 A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A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B는 A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대형마트나 백화점 같은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대해 경쟁사에 대한 매출액과 판매수수료율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규모유통업자가 부당하게 납품업자에 대해 경영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위반할 경우 대규모유통업자는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에는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갑의 횡포가 사라지고 갑을이 상생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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