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F. 코글린의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1.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노인담론’은 늙었다는 것은 정신적인 유연성도, 삶의 환희도, 자기 통제력도 상실했다는 의미이며, 노인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과 안전이기 때문에 노인은 단지 보호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본다. 그런 시각은 극우 정치인들의 노인들은 빨리 사라지는 것이 공동체에 좋다는 망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의 저자 코글린은 이러한 담론이 현재 진행 중인 고령화 문제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 것은 ‘보호대상’으로서의 노인이 아닌 새로운 변화의 중심으로서의 노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저자는 ‘노인담론’의 형성에 관한 역사를 탐구하면서 매우 특별한 의견을 보여준다. 20세기중반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추진된 ‘사회보장 제도’가 전통적인 노인담론을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보장제도가 노인에 대한 보호와 안전의 효과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노인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고 노인을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취급하면서 보호대상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루스벨트가 보인 노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심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제 노인은 더 이상 일꾼으로 미국사회에 이바지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회 전체에 걸쳐 강한 설득력을 발휘하는 담론(능률담론)과 결합했다.”
3. 전통적인 노인담론은 다양한 분야에도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은 대부분 노인의 안전과 생존 그리고 노인을 보호하는 특징에 초점을 맞췄다. 노인 관련 정책이나 연구 또한 “혁신을 자극하는 동기는 주로 짊어진 짐을 덜고자 하는 ‘본능’이었지 가능성으로 가득찬, 또 다른 긴 인생을 활용하려는 ‘의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제는 노인 관련 상품의 실패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나빠진 치아 건강 때문에 노인들이 유아 이유식을 즐겨먹는다는 것에 주목한 이유식 전문회사 ‘거버’는 노인을 위한 이유식 통조림을 출시했지만 노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것은 노인들의 자존심을 훼손한 마케팅이었다. 노인들에게 필요한 상품일지라도 그것이 노인의 약점과 퇴락을 상징한다면 노인들은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저자의 작품 제목처럼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였다.
4. 저자는 증가하는 고령화 현상의 핵심적인 집단인 일명 ‘베이비붐 세대’에 주목한다. 미국의 태평양 전쟁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들은 창의적이며 경제적 잠재력도 풍부하기 때문에 고령층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본다. 이들에게 나이듦은 젊었을 때 수집했던 가치를 실현하는 시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인종과 성과 정치적 소수를 받아들였으며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타인에게 덜 강요했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는 다르게 개인적인 태도를 가지고 원치않은 제도나 관습에 저항함으로써 미국 사회를 변모시킨 주역이었다. 이들이 생존과 안전 못지않게 자유나 행복 추구와 같은 ‘자아실현’의 욕구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노인 담론과는 전혀 다른 집단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5. 상품 생산업체나 경제계도 새로운 ‘고령경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데 이때 중요한 것이 기존의 노령담론을 벗어나 새로운 노인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의 욕구와 의지에 친화적인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노인들은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취급받는 것을 싫어하며 각자의 개성과 가치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추구한다. 또한 노령을 부각시키는 상품이 아니라 모든 연령이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노인의 욕구와 일치하는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노인들의 특성을 활용하다면 새로운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 소비자가 어디에 살든 미래는 연령을 더욱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 이런 가정을 염두에 두고 상품을 기획, 생산하면 경쟁자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다.”
6. 저자는 새로운 ‘장수경제’와 적합한 몇 개의 선도적인 사업을 소개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진보를 가져왔지만, 단순히 기술적인 요소를 강조하게 되면 노인관련 상품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계의 비중이 클수록 ‘차가움’이 부각되며, 그런 상품은 외면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가정 간호 업체인 ‘아너’와 전파를 활용하여 노인을 보호하는 장치를 개발한 ‘에머랄드’가 가진 장점을 분석하는데 이런 업체의 공통점은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그들의 욕구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인간과 컴퓨터가 함께 손을 잡으면 각각 따로 행동할 때 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7. 저자는 늘어가는 고령층이 가져올 불안감과 위험보다는 그들이 중심이 될 ‘장수경제’의 가능성에 더 주목한다. 새로운 고령층은 수동적인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사회를 만들어갈 주체적인 능력을 지닌 집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시각도 이들이 지닌 욕구와 요구 그리고 열망을 인정하고 중요한 사회구성원으로 수용하여야 한다. 이렇게 고령자와 사회 전체가 협업되었을 때 공포로 다가오는 미래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이 도출되며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고령사회’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는 고령자들이 습득하고 추진했던 과거의 경험과 현재 지닌 사회적 능력과 경제적 자산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고령자 문화를 만들어야만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의 토대를 형성하고 다음 세대에게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미국 고령 사회 분석을 통해 도출한 고령자의 태도 및 사회적 인식 변화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변화 필요성은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 적용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못지않게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도 새로운 변화를 추진할 충분한 정신적, 물질적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 노인을 위한 시장, 혹은 나라가 있건없건 노인들이 살아간다. 자본주의적 시장 변화 대비는 또하나의 소비를 조장할 뿐. 이번 이태원 참사의 아이들이 유행적 놀이 열풍에서 허우적거렸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