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기 오름에서 한동안 서귀포 시내를 내려다보며 새롭게 합류한 사람들과 또 이야기를 나눕니다. 소과위원회를 따로 구성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탐방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멀리 떨어져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끈끈한 동지애 때문일 겁니다.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얼굴 익히고, 온라인에서 자주 만나고 길문화 축제 등의 행사와 회의에서 다시 만나면 더 반가운 사람들 일겁니다.
제주 올레 사무국에서는 첫 시작의 작은 표석과 간세, 리본, 페이트 화살표의 이정표 말고는 어떤 안내판도 제작 안 했습니다. 곳곳에 있는 것들은 원래 제주시에서, 각 기관에서 또는 마을에서 일반적으로 해 놓는 관광 안내판 일 뿐. 우리 이야길 앞으로의 코스에는 안내판을 좀 자제해야 할 겁니다. 물론 예산도 없으니 하는 말입니다. ^^;
오름을 되돌아 내려오는 계단은 분명 올라올 때 본 그 계단일건데, 올라갈 때 보이는 모습과 내려갈 때 보이는 모습이 다르니 또 다시 밀려드는 미의 감동. 제가 길을 걸으며 한 번씩 뒤돌아 보는 이유입니다,
작은 돌로 이루어진 돌담 위로 보이는 봄 맞은 나무들의 싱그러움도 그려려니와 녹색과 검정의 조화도 절묘합니다.
검은색 돌담은 제주의 특징입니다. 사진엔 좀 흐리게 나왔으나 실제로 보면 각기 다른 검은 색들이 서로 어울려 정취를 자아냅니다.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 맛있는 전복 주먹밥과 파래.고기 주먹밥 사진 찍는 걸 잊었네요. 다른 분들 사진 보면 퍼다 자랑질을 좀 하렵니다^^;; 사진은 [쉰다리]라는 음료입니다(절대 술이 아니랍니다). 안 먹고 남은 조금 상하려는 밥을 누룩과 발효시킨 음료라는데, 저는 이 한 잔에 잠시 후부터 얼굴이 벌개져서 잠시 히죽거리게 됩니다.ㅋ 막걸리 맛인데 단맛이 강합니다. 정휘 대표의 말 "막거리와 식혜의 중간이네" 다들 한 잔씩 맛을 봅니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니..
그러나 쉰다리라는 새로운 맛에 도전하기 보다는 막걸리를 택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주먹밥을 안주 삼아 막걸리도 한 사발씩 돌고..
제주 어멈과 할망 두 분이 가게를 지키고 계십니다. 갈옷도 있고, 막걸리와 쉰다리, 제주 기념 손수건 두건 등을 파시는 분. 가게는 보잘 것 없이 작지만 두 분 마음은 꽤 크더이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해안가를 도는 길이니 가도가도 까만 바위와 하얀 포말의 만남이 계속 됩니다. 바위 한 귀퉁이 담겨진 흙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보입니다. 고단한 삶의 모습이나 그러나 살아 있음이 더 소중한... 생명입니다.
분명 비닐하우스인데 물 소리가 들립니다. 이 마을을 지나는 내내 많이 보입니다. 저게 뭘까요? 옆에 지나는 분께 여쭤보니, 양식장일 거랍니다. 아마도 조개류를 기르는 양식장일 겁니다. 그냥 비닐만 씌워도 될 건데 왜 저렇게 보온장치를 더했을까 싶었는데, 고온에서 자라는 패류가 있는 모양입니다.
갈림길에서 보이는 화살표입니다. 하나는 외로워 둘이랍니다. 둘도 외로워 때로는 넷이랍니다^^
간간이 간세도 보입니다. 간세는 리본과 항상 짝을 이룹니다.
제주 올레만의 캐릭터 간세, 우리 이야~길의 말뚝이를 어떻게 형상화 시켜서 사업 아이템으로 쓸 수 있을까 잠깐 고민도 해봅니다.
이 화살표는 좀 아니다,, 그죠?
기존에 있던 길을 찾아 이어주는 게 제주 올레길의 이념입니다. 최소한의 정비로 길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배려.
바닷가 옆, 우리 미륵산에 있는 나뭇꾼 길처럼 물질갈 때 가던 길 같은 한 사람 겨우 갈 만한 그런 정감 있는 길입니다.
그 길을 따라 걷습니다. 입을 열어 다른 사람과 말을 하기 보다는 눈과 가슴으로 자기와 소통하는 시간..이 길을 지날 때는 그게 맞습니다.
남해 바래길 유현주씨 뒤로 보이는 사람이 누군지 혹시 기억하시나요? 우리 통영 6시 내고향 리포터로 우리 카페에 사진이 올랐었는데요^^ 강릉 바우길 사무국장님이시더군요. 얼굴이 좀 가렸네..길 중간에 저리 나무가 사람 키 높이로 가로질러 자랍니다. 그렇다고 자를 수도 없으니 걷는 사람들이 조심할 밖에요~~~
이 길 오른쪽 옆으로 찻길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씽 달리는 사람들은 바로 옆에 이런 비밀스런 신비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겁니다. 안타깝그로...
한 5분 여 동안 와~~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숲길을 걷습니다. 비밀의 화원 분위기가 납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올레꾼들 때문에 진행이 어렵습니다. 그럼 좀 기다려도 줍니다. 그러다 우리도 사진 찍어볼까 싶어 사진도 좀 찍고^^
올레꾼마다 정말 좋았다는 코스가 다르더군요. 10코스가 좋았다는 사람, 7코스 정말 좋던데요...정답은 '지금 걷는 길'이 아닐까...
가면 안 되는 곳은 저리 막아 놓았습니다.
6코스 구간에 올레 사무국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간세 공방 모습입니다. 조각천이 작으면 저리 패치도 합니다. 3층 건물인데, 1층은 공방과 샵이 있고, 2층이 사무실,, 작은 듯 보이나 큰 뜻을 품은 곳. 동지들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마구마구 카드 긁는 소리 ㅋㅋ
조금 더 걸으면 정방폭포와 서복 박물관을 지나 시내로 빠집니다. 이중섭 미술관으로 갑니다.
이중섭 미술관 마당에서 행사를 합니다. [몸국]이라고 돼지를 5마리나 전날부터 푹 고아서 그 물에 모자반을 넣어 국을 끓인답니다. 돼지 냄새 하나도 안나고 걸쭉하니 어찌나 맛있던지 두 그릇을 뚝딱 비웠습니다. 제주에서는 돼지를 돗이라 합니다. 돗궤기 석 점과 순대 한 점을 한 접싱 담아 무한 리필해 줍니다. 고기를 안 먹는 저로서는 순대만 도와줍니다. 여기선 순대를 수애라 한답니다. 오늘 올레 행사는 몸국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서명숙 이사장님 인사와 부른 배 두드리며 하나 둘 떠나는 사람들과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눕니다.
이번 우리 행사 때문에 이 국을 끓인 것은 아닙니다. 미술관 개관 기념 행사인 듯하였으나 전 제주 시민을 위한 자리로 누구든 국 한 그릇에 돗궤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답니다. 제주 시장님도 나오셔서 인사 하시고, 미술관에서는 수선화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식물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것을 알기에 제주 시민들에게 양보하기로 합니다.
이중섭 미술관 옥상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방파제 근처가 이중섭 화백이 아이들과 게를 잡았던 곳이랍니다. 미술관 관계자분이 일부러 가르쳐줘서 알았지, 그냥 지나칠 뻔한 바다입니다. 우리 남망산 작품이 원화로 걸려 있습니다. 제주에서 통영을 보는 감격이 어떤지 짐작하시죠?
미술관 한켠에 이중섭 화백이 가족과 머물던 집이 있습니다. 초가집엔 아직도 그 당시 집주인 할머니가 살고 계십니다. 두 사람 겨우 누울 만한 공간에 아이들과 한 식구가 살 부비며 살던 시절. 통영에서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렸던 그 시절이 화가로서 행복한 시절이었다면, 제주에선 가족과 함께여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을 겁니다.
저 좁은 부엌에서 남덕이 밥을 지으면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을 중섭.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헐벗은 살림살이로 인한 남덕의 한숨소리, 무기력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자책의 담배연기가 머릿속으로 지나갑니다...
남해 바래길 사무국장님의 누님이 또한 제주에 사신답니다. 칼 호텔 옆으로 일부러 오셔서 차를 쓰라고 놔두고 가셨는지라 택시로 이동하여 차를 타고 초콜릿 박물관으로갑니다. 박물관 안에 들어서면 달콤한 초컬릿 냄새가 반깁니다. 직접 초컬릿을 만드는 곳이 같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입장하는 어른들에겐 향긋한 커피를, 아이들에게 진짜 맛있는 초컬릿을 하나씩 나눠줍니다.
벨기에 초컬릿을 수입하여 이곳에서 각종 초컬릿을 직접 만들어서 바로 옆 샵에서 판매합니다. 가격은 좀 세지만 진짜 진짜 맛있고 영양가 풍부한 리얼 초컬릿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초컬릿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품질의 초컬릿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성수기엔 하루 천만원, 평상시엔 하루 삼백만원 가량 판매가 된답니다. 우와~~~~
초컬릿으로 만든 공주님과 에펠탑 등,.,여기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공예품은 그 재료가 초컬릿입니다!
초컬릿과 관련된 모든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그걸 담당하는 문정훈 학예사가 오늘 우리가 만날 남해 바래길 사무국장 따님입니다. 사무국장님은 살짝 고개를 저으셨군요,,,
좌우대칭으로 우뚝 서 있는 박물관 전경. 색도 초컬릿 색입니다.
삼방산을 둘러보기로 하고 가는 길, 유채꽃밭이 보입니다. 우린 그냥 가자는데, 굳이 내려서 사진찍고 가라고 차를 세웁니다. 꽃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나, 꽃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 그 꽃의 아름다움에 사람은 그냥 꽃의 들러리일뿐이거늘.. 그래도 찍자하니 다들 포즈 취해줍니다.
삼방산 중턱에 굴사가 있습니다. 굴 안에 부처님을 모신 절이라고 해야 하겠죠. 약수가 똑똑 위에서 떨어집니다. 물맛이 희한합니다. 한 국자떠서 다 마시고 삼배하고 돌아나옵니다.
웅장한 모습을 사실확인용 카메라에 어찌 다 담을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찍어봅니다. 굴사 앞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저 아래 푸르른 밭들 사이로 노란 유채밭이 보이네요. 제주의 모습입니다.
조선시대, 네델란드인이죠 아마? 하멜이 표루한 곳이 저쯤이랍니다. 하멜 표류 관련 박물관을 배로 만들었다는.,.
저녁을 먹으러 중문으로 들어갑니다. 제주에 가면 먹어봐야지 했던 것들 중 하나가 갈치였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생선. 이 곳은 갈치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갈치 회. 저는 두 점 먹었습니다. 초장엔 찍어서 한 번, 여기서 찍어 먹으라고 준 장에 한 번. 갈치회가 처음이라 저는 초장이 더 낫던데, 다른 사람들은 다른 장에 찍어서 맛있게 드십니다. 참 예쁘지 않나요?
기본 반찬 중에서는 화면 아래 오른쪽에 자리잡은, 갈치 회 뜨고 남은 뼈로 만든 강정이 제일 맛있습니다.
갈치 조림도 나오고 갈치 구이도 나오는데, 조림까지 찍고는 먹느라 정신 팔려서 구이는 참 예쁘게 구어져 나왔건만 사진이 없네요. 두툼한 갈치에 칼집을 촘촘히 참 예쁘게 내서 구웠던데, 역시 갈치는 구이가 제일 맛있습니다. 제주 와서는 당췌 배 꺼질 사이도 없이 맛있는 걸 많이 먹습니다.^^ 음,, 저녁 식사 값은.. 남해군청에서 잘 다녀오시라 하며 주었다는 카드로 결제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