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와 행동이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된 상태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배고픔이나 수치심과 같은 내적 불안감이 생긴다. 이는 곧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사진·중앙포토
인지부조화를 잘 표현한 영화 <나인 먼쓰>에서 주인공 새무얼은 아동심리학자이면서 아동 혐오자다. 때문에 자신의 여자친구 레베카가 임신하자 혼란에 빠진다. 매일같이 레베카가 암 사마귀로 돌변해 자신을 잡아먹는 악몽까지 꾼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자신을 보고 웃음을 짓는 아기의 얼굴을 보자 행복감을 느끼고는 넋이 나가버린다.
그렇다. 이 세상에 아이를 갖는 것만큼 취소 불가능하고 그 결과에 대해 100% 책임져야 하는 사건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따라서 모든 아이가 부모에게 소중한 존재로 지각되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닐 수 있다.
심리학자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은 발표 당시 심리학계 전체에 센세이션을 몰고 왔다. 왜냐하면 당시 심리학자 스키너의 행동주의 이론이 이미 심리학계를 휩쓴 차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보상이 행동을 강화하고 처벌은 소멸시킨다’라고 굳게 믿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페스팅거는 다음 실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은 단순히 보상과 처벌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인간은 스스로의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단히 적극적인 정신적 활동을 한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페스팅커는 우선 실험집단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에게 구슬 꿰기와 같이 재미없고 무의미한 단순 반복작업을 한 시간 정도 수행하게 했다. 이후 실험대상자에게 “주최 측 직원이 사고로 오지 못했다. 직원 대신에 ‘이 작업은 재미있다’는 말을 다음 실험대상자에게 말해달라. 보수는 주겠다”라고 제안했다.
실험대상자 모두 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들은 다음 실험대상자에게 자신이 경험한 반복작업을 소개하며 “재밌다”라고 거짓말했다. 주최 측은 거짓말을 마친 A집단 실험대상자에게 1달러, B집단 실험대상자에게 20달러의 보수를 지급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실험 후 1달러를 받은 쪽이 20달러를 받은 쪽보다 이 작업이 꽤 가치 있고 재미있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수를 덜 받은 쪽에서 자신의 거짓말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나타낸 셈이다. 이처럼 보상에 따라 행동이 강화된다는 기존의 학설과 대치되는 현상이 바로 인지부조화다.
인지부조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은 또 있다. ‘그것은 나쁘다’라는 생각을 강화하는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의 이유로 ‘그것은 좋다’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작가에게 흡연은 필시 나쁜 행위다. 우선 부부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방에서 냄새도 난다. 그뿐이랴! 담배 값은 비싸고 폐암에 걸릴 위험마저 있다. 그런데 담배가 야밤에 글을 쓰는 일에 도움된다는 단 한 가지의 긍정적인 이유로 다수의 부정적인 이유는 소멸된다. 옷가게에서 시시해 보였던 옷도 한번 입고 나면 별안간 애착이 생겨 구입하게 됐던 경험도 한번쯤 있었을 것이다. 현재 이 심리를 판매업체에서는 적극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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