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개의 심장'이라 불렸던 박지성, 그의 최대 장점은 활동량과 오프 더 볼 움직임이었다.
골로빈의 온 더 볼 상황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다뤄봤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기본적인 기술적 완성도는 높으며 센스도 있지만 세밀함에서는 아쉬움이 존재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골로빈에 대해 얘기할 거리가 이것이 끝이었다면, 이 글을 작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골로빈의 진가는 바로 공 없을 때의 움직임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기들을 지켜보며 '박지성'의 향기를 느꼈을 정도였다. 그만큼 골로빈은 부지런하고, 영리하다. 공격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공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 (오프 더 볼)
- (1) 수비 상황
골로빈은 수비에 매우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선수다. 공격 상황 후, 수비로 1차적인 전환이 매우 빠르다. 위 움짤에서도 골로빈은 자신이 범한 실수를 자신이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골로빈이 수비에 대한 의식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골로빈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 서포트가 상대의 역습을 저지 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그렇다고 골로빈의 수비가 단순히 적극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골로빈은 수비를 굉장히 영리하게 할 줄 아는 선수다. 볼을 가진 상대에 대한 '접근 타이밍'이 상당히 좋으며 이 덕분에 성공적인 태클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골로빈은 리그에서 경기당 2.9개의 태클을,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는 무려 평균 4개의 태클을 성공 시켰다. 이렇게 많은 태클을 성공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골로빈이 리그에서 수집한 경고는 옐로우 카드 3장에 불과하다. 수비 스킬도 비교적 깔끔하다고 할 수 있다.
골로빈의 수비에 대한 의식, 적극성, 영리함과 예측력까지 모두 볼 수 있는 훌륭한 장면이다. 정말 '박지성'의 향기가 듬뿍 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 (2) 공격 상황
3-1-4-2를 가동하고 있는 CSKA 모스크바, 러시아는 상대의 풀백의 움직임을 이끌어내 센터백과 사이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렇게 생긴 수비 사이의 공간을 이용하는 선수는 골로빈이다. 이토록 높은 공간 이해도와 칼날 같은 침투 능력은 자연스레 골로빈을 CSKA 모스크바와 러시아의 전술적 코어로 만들어 줬다.
이 역습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골로빈은 벌어진 상대 수비의 벌어진 간격을 절묘하게 캐치해냈고, 침투하여 유효한 공격 상황까지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순간 판단력도 인상적이다. 1996년생의 어린 선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골킥이 날라오는 상황에서 팀원과 위치가 겹치자 자연스레 뒷공간 쪽으로 빠지며 볼을 받는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
앞서 패스 부분에서 언급 했듯, 골로빈은 항상 주위를 부지런히 체킹하며 상대의 '간지러운 부위'에서 볼을 받고자 노력 한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때는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의 틈 사이 요소 요소에서 볼을 받으려 노력 했다. 현재 3-4-1-2 시스템에서는 좀 더 3선 지역으로 내려왔으나 이러한 장점은 여전히 발현되고 있다. 특히 측면 지역에서 빌드업을 시작할 때 수적 우위에 큰 도움을 주며 후방과 전방의 '연결 고리' 로써의 역할을 출중히 소화하고 있다.
약점
골로빈도 큰 약점은 있다. 바로 피지컬적인 부분이다. 180cm의 결코 작지 않은 신장이지만, 경합 상황에서 강력함을 드러내는 선수는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합에서는 상대에게 무릎을 꿇는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토트넘과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이 약점들이 아주 극명하게 드러났었다. 당시 경기에서 '피지컬 대마왕' 완야마에게 무참히 씹어먹혔다.
경합 상황에서 야무지게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골로빈은 경기당 2.3개의 파울을 기록하고 있으며, 필자가 봤던 경기에서는 경합 상황에서의 패배 이후 이뤄진 파울이 주를 이뤘었다. 그렇기 때문에 웨이트를 통해 체중을 늘리더라도 큰 개선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되려 더 많은 경험이 쌓이면 개선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재, 그리고 미래는?
현재 골로빈은 곤차렌코 감독의 엄청난 신임을 받으며 팀의 전술적 코어로써 자리 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러시아에서도 체르체소프 감독 아래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다. 경기 마다 인상적인 활약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첼시와도 제법 구체적으로 이적 루머가 뜨기도 했다. 그러나 예전 UEFA와의 인터뷰를 보면, 빅클럽에 대한 야망이 다소 없어(??) 보이기도 한다.
" 나는 CSKA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핵심 선수가 되어 가능하면 팀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 아니 어쩌면 내 모든 커리어를 CSKA에서 보낼 수도 있다. 나는 유소년 시절부터 시작하여 현재는 팀의 주장을 차고 있는 이고르 아킨피브를 존경한다. "
이 인터뷰를 보고는 골로빈을 빅리그에서 보는 것이 현재 루머가 뜨는 것에 비하면 깨나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다가오는 2018년, 자국에서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로빈이 맹활약을 한다면 선수 본인 그리고 구단 역시 다가오는 뜨거운 관심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더욱 성장해서 빅리그에서 뛰는 골로빈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함께 기대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