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 관아에서 옥서의 관직에 특별히 제수한다는 명을 받들고 느낌이 일어 읊다 임신년(1752, 영조28)
〔屛山衙 奉玉署特除之命 感吟 壬申〕
동해에서 표륜 몰아 태백산 왕복하며 / 東海飈輪太白還
꿈속에서 수시로 옥황상제 알현했고 / 夢中時拜玉皇顔
사선의 신선 명부 내 이름 적은 뒤에 / 四仙眞籙題名罷
영주의 십팔학사 그 반열 또 올랐네 / 又點瀛洲十八班
[주1] 병산(屛山) …… 읊다 : 채제공이 33세이던 임신년(1752, 영조28) 11월에 홍문관 부교리에 제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쓴 작품이다. 병산은 경상도 비안(比安)의 별칭이다. 채제공의 아버지 채응일(蔡膺一)이 1750년 5월 25일 비안 현감으로 제수되어 이때 비안에 있었다. 1751년 7월에 채제공이 중인(中人)의 묘역을 빼앗았다는 죄목으로 강원도 삼척에 유배되었다가 풀려나자, 아버지를 뵙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주2] 동해에서 …… 알현했고 : 표륜(飈輪)은 바람을 몰아 달리는 신선의 수레라는 뜻이다. 당(唐)나라 육귀몽(陸龜蒙)의 〈화습미강남도중……(和襲美江南道中……)〉에 “선계 은자 충분히 불러낸다 말 마소, 장차 표륜 몰아가 옥황상제 알현할걸.[莫言洞府能招隠, 會輾飆輪見玉皇.]”이라고 하였는데, 이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척은 관동팔경의 하나인 죽서루(竹西樓)가 있는 곳으로, 태백산 아래 동해의 해변에 위치하여 경관이 수려하다. 이곳에 유배된 채제공은 정신이 세속을 벗어난 신선이 되어 바람을 몰아 달리는 수레를 타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노닐었다는 말이다. 꿈속에서 옥황상제를 알현했다는 것은 현실의 임금인 영조를 잊지 못하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주3] 사선(四仙)의 …… 올랐네 : 사선은 신라 때 네 국선(國仙)인 영랑(永郞), 술랑(述郞), 남석랑(南石郞), 안상랑(安祥郞)을 말한다. 이들이 울산의 월송정(越松亭)에 머물러 논 뒤 고성의 삼일포와 금강산 등 동해변의 명승지를 오랫동안 자유롭게 유람하였다고 한다. 채제공 자신도 그들과 다름없이 동해변의 선경에서 노닐었으므로 자기 이름 또한 그들의 명부에 충분히 낄 수 있다는 말이다. 영주의 십팔학사 반열에 올랐다는 말은 당 태종(唐太宗)이 진왕부(秦王府)에 문학관(文學館)을 열고 방현령(房玄齡), 두여회(杜如晦) 등 18인을 발탁하여 기본 관직 외에 학사를 겸하게 하고 진수성찬을 내려 주자,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흠모하여 ‘영주에 올랐다[登瀛洲]’고 한 데서 인용한 것이다. 《翰林志》 《舊唐書 卷72 褚亮列傳》 영주(瀛洲)는 바닷속에 있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데, 여기서는 홍문관을 그에 견주어 말한 것이다. 채제공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홍문관의 여러 훌륭한 관원 가운데 일원이 된 것을 영광스럽게 여겨 이렇게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