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의 유래
옛말에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여 꽃이 열흘이상 피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배롱나무는 꽃이 백일 동안 핀다고 해서 나무백일홍이라고 불립니다.
실제로는 꽃 하나는 짧은 기간 동안 피고지고 하는데 전체 꽃차례의 꽃들이 번갈아 피어나기 때문에 그 기간이 얼추 100일이나 되는 것이랍니다.
2) 배롱나무의 품성
배롱나무는 금방 피었다 지는 보통의 꽃과 달리 여름 내내 피기 때문에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이때 배롱나무에 엃힌 품성은 절도입니다.
신경준(申景濬, 1712~1781)은 <순원화훼잡설(淳園花卉雜說)>에서
'절도(節)라 하는 것은 이어져서 끝이 없는 도이다. 꽃 중에서 꽃잎이 큰 것은 쉽게 지니 이는 꽃잎이 절도가 없기 때문인데, 연꽃과 여뀌, 모란, 작약 등이 이러하다. 또 꽃이 필 때 모두 한꺼번에 피는 것은 필 때 절도가 없는 것이므로, 이 때문에 그 수명이 열흘이나 한 달을 가지 못한다. 오직 자미화(배롱나무)는 꽃잎이 매우 작아서 그 꽃잎은 열 배로 하더라도 연꽃이나 여뀌, 모란, 작약의 꽃잎 하나를 당해낼 수 없고 이 때문에 꽃잎이 생기는 것이 매우 많다. 오늘 하나의 꽃이 피고 내일 하나의 꽃이 피며, 먼저 핀 꽃이 지려 할 때 그 뒤의 꽃이 이어서 피어난다. 많고 많은 꽃잎을 가지고 하루하루의 공을 나누었으니 어찌 쉽게 다함이 있겠는가? 아마도 절도의 의미를 터득함이 있는 듯하다. 이로써 백 일 동안이나 붉은빛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요, 이 때문에 세상에서 백일홍이라 부르는 것이다.‘라고 하였답니다.
3)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 '간지럼나무' 등의 유래
배롱나무는 목질이 견고한 관목이기 때문에 나무줄기 부분, 특히 하얀 무늬부분을 손톱으로 조금 긁어도 그 진동으로 나무 전체가 움직여 마치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간지럼나무, 간질나무, 제주도에서는 '저금 타는 낭'이라고 불렀습니다.
또 수피가 대단히 미끄러워서 원숭이도 미끄러진다고 일본에서는 '사루스베리'라고 부릅니다.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자주색 꽃이 핀다고 자미화라고 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이 꽃을 특히 사랑하여 배롱나무가 많이 심어진 성읍을 자미성이라고 불렀습니다.
4) 배롱나무 천연기념물
배롱나무는 중국이 원산입니다. 중국에서는 예전부터 관청의 뜰에 흔히 심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절, 고택의 마당, 정자 옆, 향교, 묘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된 부산광역시 양정동의 정문도공 묘소 앞 배롱나무는 800년의 수령을 가진 웅장한 나무입니다. 그 외 경주 서출지의 방죽에 자라는 배롱나무, 전북 순창군 용남리의 백 년이 넘은 배롱나무, 전남 단평리의 배롱나무, 안동 병산서원의 배롱나무가 유명합니다.
5) 배롱나무 용도
배롱나무 목재는 재질이 견고하여 실내장식을 비롯한 여러 기구를 만드는데도 이용됩니다. 요즘은 배롱나무를 조경용으로 많이 심는 것 같습니다.
6) 배롱나무 꽃말
배롱나무의 꽃말은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이라고 합니다.
7) 그림속의 배롱나무
-소년전홍(少年剪紅), 혜원전신첩, 신윤복-
혜원전신첩은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신윤복의 풍속화 30점을 1930년 간송 전형필이 오사카의 고미술상에서 구입해와 화첩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혜원전신첩은 모두 30장면으로 구성된 풍속화첩입니다. 이 화첩에는 당시 사람들의 향락적 유흥과 남녀 간의 춘정들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소년전홍(少年剪紅)은 ‘소년이 붉은 꽃을 꺾는다.’란 뜻입니다. 붉은 꽃을 꺽는다는 것은 여인을 취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뜻입니다.
그림의 배경을 보면 커다란 바위와 세 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는 양반가의 후원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리고 기괴하게 생긴 바위는 당시 중국에서 고가에 수입해 온 태호석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배롱나무는 당시 영호남 남쪽 지방에서만 주로 자라고 서울지역에서는 날씨가 차서 배롱나무를 키우기가 싶지 않아 서울에서는 배롱나무가 매우 귀한 나무였다고 합니다. 태호석과 배롱나무를 후원에 두고 있다면 재력과 권세가 대단한 가문이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