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사신으로 가는 송운(松雲)1) 승장(僧將)을 전송하며 갑진년
왜적 제압할 좋은 계책 도시 없어 制敵無長算
출세간(出世間)의 노스님을 일으켜 세웠구려 雲林起老師
행장 꾸려 먼 바다 급히 건너가는 몸 行裝冲海遠
철석간장(鐵石肝腸) 하늘도 이미 알고말고요 肝膽許天知
삼선의 혀 한 번만 놀리면 그만일걸2) 試掉三禪舌
수고스레 육출기계(六出奇計)3) 쓸 것이 뭐 있겠소 何煩六出奇
돌아와서 임금님께 보고한 뒤엔 歸來報明主
예전대로 지팡이 짚고 산으로 돌아가리 依舊一筇枝
[주1] 송운(松雲) : 임진왜란 때의 승병장 유정(惟政)의 호이다. 선조(宣祖) 37년(1604) 국서(國書)를 지니고 일본에 건너가 강화(講和)를 맺고 우리나라 포로 3천 5백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주2] 삼선의 …… 그만일걸 : 높은 선정(禪定)의 힘을 발휘해 몇 마디 말만 하면 심복(心服)시킬 수 있으리라는 뜻이다. 삼선(三禪)은 이른바 운문선사(雲門禪師)가 대중을 교화한 삼자선(三字禪)으로, 고(顧 나를 돌아봄), 감(鑑 남을 비춰 봄), 이(咦 일체를 초월하여 자적(自適)함)를 말한다.
[주] 육출기계(六出奇計) : 진평(陳平)이 한 고조(漢高祖)를 위해 여섯 차례나 내놓은 기막힌 계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