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方音)1)의 곡(曲)을 번역하다.
이 몸이 죽고 또 죽어 此身死復死
일백번 죽고 또다시 천번 죽어 百死又千死
백골이 진토가 되어 白骨爲塵土
혼과 넋이 있든 없든 魂魄復何有
임을 향한 일편단심이야 向君一片丹心
아직도 그칠 줄이 없어라 到此猶未已
[주1] 방음(方音)의 곡(曲) : 방음은 우리나라 말로 된 음률로, 곧 시조(時調)를 가리킨다.
또
함관령 높고도 높은데/ 咸關嶺高復高
밤에 자고 새벽에 떠나니 찬 구름 날아가네 夜宿曉去寒雲飛
외로운 신하의 원통한 이 눈물 너에게 부치려 하니 孤臣冤淚欲附汝
비가 되어 장안에 돌아가서 願帶爲雨長安歸
장안의 구중궁궐 속에 長安宮闕九重裏
혹시라도 임을 향해 한번 뿌렸으면 하노라 儻向君前一霏霏
또
청석령 이미 지났는데 靑石嶺已過
구련성은 어드메뇨 九連城何許
호지(胡地)의 바람 차갑고 또 차가우며 胡風寒又寒
음산한 비 괴롭고 또 괴로워라 陰雨苦復苦
누가 나의 이 발걸음 그려다가 誰能畫我此行李
멀리 임금님이 계신 곳에 부쳐 줄까 遠寄君王處
또
조천로1)엔 풀만 우거지고 朝天路草塞
옥하관은 텅 비어 있구나 玉河館人空
대명의 숭정 지금 어디에 있는가2) 大明崇禎今何在
삼백 년 동안 사대한 정성 꿈속의 일이로세 三百年事大至誠如夢中
[주1] 조천로(朝天路)엔 …… 있구나 : 조천로는 천조(天朝) 즉 명(明) 나라 조정에 조회 가는 길이며, 옥하관(玉河舘)은 중국 연경(燕京)에 있는 관사로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곳이다.
[주2] 대명(大明)의 …… 있는가 : 대명은 명 나라를 높여 칭한 것이며, 숭정(崇禎)은 명 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의종(毅宗)의 연호인바, 곧 명 나라가 망하여 다시 찾을 곳이 없음을 서글퍼한 것이다.
또
동방이 밝았느냐 東方明否
노고지리 우지진다 鸕鴣已鳴
소 먹이는 아이는 어이하여 아직도 잠을 자는가 飯牛兒胡爲眠在房
산 너머 밭 이랑이 길고도 긴데 山外有田壟畝闊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언제나 다 간단 말인가 今猶不起何時耕
또
누가 나더러 늙었다 하는가 誰謂余爲老
늙은 자가 이와 같겠는가 老者乃能如此耶
꽃을 보면 웃음 절로 나오고 看花笑自發
술잔 잡으면 흥 또한 많다오 把杯興還多
다만 이 춘풍이 백발을 휘날리니 只此春風亂白髮
백발이야 제 스스로 나오는 것 내 어쩌리 渠自生來吾奈何
또
이내 마음 이미 취하니/ 吾心旣云醉
일마다 모두 바보가 되었어라 事事皆成癡
달이 져서 삼경이 되었으니 /月沈到三更
이 어찌 사람이 찾아올 때일런가 豈是人來時
바람 불고 잎 떨어지는 소리에 風鳴葉落聲
뉘 찾아오는가 부질없이 놀라노라 猶復浪驚疑
또
첩이 언제 신의(信義)가 없어/ 何曾妾無信
임께 거짓말하였습니까 乃與君相欺
깊은 밤 멀리 찾아오는 뜻 深夜遠來意
임은 정녕 모르시나이까 而君諒不知
우는 바람과 지는 잎 본래 무정하니 鳴風落葉本無情
제 스스로 내는 소리 첩이 어쩌리오 渠自爲聲妾何爲
또
새로운 정 흡족하지 못한데 新情苦未洽
밤의 꿈 다행히 무르익네 夜夢幸無礙
깊은 정 다 하소연하기 전에 衷情未盡訴
어느덧 계신 곳을 잃었노라 倐焉失所在
아, 꿈과 참 모두 일반이니 唶我夢眞皆一般
오직 삽시간에 만나볼 뿐이라오 只待霎時看
또
가는 말은 떠나려 울고/ 征馬啼欲去
가인은 울며 만류하네 佳人啼欲留
석양이 이미 다 지니/ 夕陽落已盡
나그네 길 천리나 된다네 客路千里悠
가인은 우선 눈물을 거두소 佳人且收淚
나의 간장 녹아 거의 흐르나니 吾魂消幾流
또
어젠가 오늘인가 기억할 수 없는데 昨耶今耶迷不記
백운산 가운데 옛 절이었네 白雲山中古寺裏
임과 서로 만나 꿈과 같았는데 與君相見曾似夢
이곳에서 다행히 다시 만났노라 此地何幸更相從
다시 만날 약속 정하지 않으시니 終然不定後會期
첩은 이에 더욱 슬퍼집니다 妾人於玆益傷悲
翻方曲
此身死復死。百死又千死。白骨爲塵土。魂魄復何有。向君一片丹心。到此猶未已。
又
咸關嶺高復高。夜宿曉去寒雲飛。孤臣冤淚欲附汝。願帶爲雨長安歸。長安宮闕九重裏。儻向君前一霏霏。
又
靑石嶺已過。九連城何許。胡風寒又寒。陰雨苦復苦。誰能畫我此行李。遠寄君王處。
又
朝天路草塞。玉河館人空。大明崇禎今何在。三百年事大至誠如夢中。
又
東方明否。鸕鴣已鳴。飯牛兒胡爲眠在房。山外有田壟畝闊。今猶不起何時耕。
又
誰謂余爲老。老者乃能如此耶。看花笑自發。把杯興
還多。只此春風亂白髮。渠自生來吾柰何。
又
吾心旣云醉。事事皆成癡。月沈到三更。豈是人來時。風鳴葉落聲。猶復浪驚疑。
又
何曾妾無信。乃與君相欺。深夜遠來意。而君諒不知。鳴風落葉本無情。渠自爲聲妾何爲。
又
新情苦未洽。夜夢幸無礙。衷情未盡訴。倏焉失所在。唶我夢眞皆一般。只待霎時看。
又
征馬啼欲去。佳人啼欲留。夕陽落已盡。客路千里悠。佳人且收淚。吾魂消幾流。
又
昨耶今耶迷不記。白雲山中古寺裏。與君相見曾似夢。此地何幸更相從。終然不定後會期。妾人於玆益傷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