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강의(經史講義) 17 ○ 중용(中庸) 1 신축년(1781)에 홍이건(洪履健), 김재찬(金載瓚), 홍인호(洪仁浩), 이노춘(李魯春), 이석하(李錫夏) 등이 대답한 것을 뽑았다
[제2장]
비록 군자(君子)의 덕(德)이 있더라도 시중(時中)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대현(大賢) 이하는 면할 수 없는 것이라면,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이라고 한 것은 어세(語勢)가 본디 이와 같은 것이지만, ‘소인지반중용(小人之反中庸)’에 이르러서는, 비록 ‘기탄함이 없음’에는 이르지 않았더라도 참으로 소인의 마음이 있다면 이미 중용과는 서로 반대되는 것이다. 어찌 ‘기탄함이 없음’을 기다린 뒤에야 바야흐로 ‘반중용(反中庸)’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소인이(小人而)’의 이(而) 자는 ‘군자이(君子而)’의 이(而) 자에 견주어 볼 때 어찌 의문이 있는 곳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여씨(呂氏) 등의 여러 유학자들은 모두 정본(鄭本)을 따라 ‘소인지반중용’이라는 한 구절을 ‘소인지중용’으로 하였으니, 대개 소인이 실제로는 반중용이면서 이에 감히 스스로 중용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것이 이미 소인의 마음이 있는 데다 또 기탄이 없는 자가 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정자와 주자는 모두 왕숙본(王肅本)을 따랐으니, 비록 그 문세(文勢)와 어맥(語脈)은 참으로 《혹문(或問)》에 논한 바와 같지만, 소인이(小人而)의 이(而) 자는 해당 구절 안의 문세와 어맥으로 논해 보자면 끝내 말이 순조롭지 못하다. 그리고 소인(小人)이 스스로 중용(中庸)이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반중용(反中庸)이 되는 까닭이라면 정본(鄭本)에 이른바 ‘소인지중용(小人之中庸)’이라는 것도 문세와 어맥에 무슨 해로움이 있겠는가. 더구나 정현과 왕숙의 두 본으로 논하자면 절로 선후의 구별이 있는데 반(反) 자를 왕숙이 덧붙인 것이 아님을 또한 상고할 수 없으니 여러 유학자들의 의논도 또한 근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고, 《혹문》에는 또 “소인의 정상(情狀)을 발명했다.”고 하며 여러 학설들을 받아들였으니, 주자의 은미한 뜻을 또 볼 수 있다. 응당 정현과 왕숙의 두 본의 뜻을 함께 취해서 어느 한 가지도 폐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이석하가 대답하였다.]
위 구절에서 군자중용과 소인반중용을 대응시켜 말하였다면, 아래의 문장에서 풀이하는 방법은 응당 위 구절을 어느 하나만 풀이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문세와 어맥이 필시 이와 같아서는 안 되니, 이것은 《혹문》에 이미 분명한 의논이 있습니다. 또 소인이(小人而)의 이(而) 자에는 더욱 깊은 뜻이 있습니다. 대개 소인의 마음이 있더라도 혹 두려워 조심하는 바가 있어서 기질을 변화시키면 반드시 반중용(反中庸)에까지는 이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미 소인의 마음이 있는 데다 또 욕심을 멋대로 부리고 망녕되이 행동하여 기탄이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결국 반중용을 하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본문에 굳이 이(而) 자를 놓은 것에서 그 오묘함을 곡진하게 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장구에서 우(又) 자로 이(而) 자를 풀이한 것에 이르면 더욱 정밀하고 적절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위는 제2장이다.
[第二章]
雖有君子之德。而未至時中之域者。大賢以下所不能免。則君子而時中云者。語勢固如此。而至於小人之反中庸。雖不至於無忌憚。苟有小人之心則已與中庸相反矣。何待無忌憚然後方可謂反中庸乎。然則小人而之而字。比之君子而之而字。豈非可疑處乎。是以呂氏諸儒皆從鄭本。以小人之反中庸一句。作小人之中庸。蓋小人實反中庸。而乃敢自以爲中庸。此所以爲旣有小人之心。又無忌憚者。而程朱則皆從王肅本。雖其文勢語脈。誠如或問所論。而小人而之而字。論以當句內文勢語脈。則終有說不去處。且小人之自以爲中庸者。卽所以反中庸。則鄭本所謂小人之中庸。亦何害於文勢語脈耶。况以鄭王二本論之。則自有先後之別。而反字之非王所增。又不可考。則諸儒之論。恐亦不可謂無所據。而或問中又以發明小人之情狀。稱許諸說。則朱子之微意。又有可見者。當幷取鄭王兩本之意而不可偏廢耶。錫夏對。上句對說君子中庸小人反中庸。則下文所以解之者。不應偏解上句。文勢語脈。必不如是。 此於或問中已有的確之論。而且小人而之而字尤有深意。蓋雖有小人之心。而厥或有所畏懼。變化氣質。則或不必終至於反中庸。而旣有小人之心。又至於肆欲妄行。無所忌憚。故畢竟是反中庸者也。本文之必下而字者。可見曲盡其妙。而至於章句以又字釋而字者。尤覺精切矣。第二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