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향해 걸어가는 길인지
황지민
눈을 뜨며 바라보는 천장의 눈부심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힘든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 눈부심을 피해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뜨는 것마저 미루어얻어낸 잠은 부모님의 부름에 마지못해 깨고만다. 눈을 뜨고 난 후는 마치 시각장애인이 눈을 떠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고 기대되기도 하지만불안하기도 한 오늘이 눈 앞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나에게 하루는 스물네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을 불가피하게 채워야하는 것이었고 그 시간을 보내는 순간은 의미 없는 매일로 채워졌다.
블라인더로 가려진 방 안의 어둠은 두려움과 같이 찾아왔고 그 가운데 채워진 휴대폰 불빛은 나의 생각과 의욕을 가리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갑작스레 들었지만 이를 실천으로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많은 시도와 실패끝에는 허황된 꿈만을 붙잡은 내가 보였고 그 끝은 보지 않아도 무너져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목적과 방향을 잃으며 나를 위한 주변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가리게 되었다.
반복된 일상은 다른 사람의 관심으로 가고 그 관심은 달라질 것 같지 않던 하루에 변화를 만들어 주는 원인이 된다. 매일 일정한 시간 창문 밖 운동장을 바라볼 때면 거친 모래 흙 위 세 개의 다리로 운동장의 주변을 따라 원을 그리며 걷는 한 사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깊은 모자를 눌러쓰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하나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간다. 반복되는 그 거친 길들의 무게가 무겁지는 않은지 한 편으로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마음 끝자락에는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응원과 내일은 더 나은 걸음이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그에게 향하는 시선을 거둔다. 무엇을 향해 걷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지나온 길에서 수 많은 원들이 자리 잡고, 다시 하나의 원이 새겨지며 길이 되는 것을 보며 노력이라는 흔적이 남는 듯 했다. 그를 보며 그 끝에는 무엇이 존재하며 무엇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그를 향한 응원과 걱정은 나에게 하고 싶던 말을 그에게 투영시킨 것일지도 모르겠다. 관심에서 이어진 궁금증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문을 만들었다. 실패와 두려움으로 인해 보내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많은 것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다시 걸을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앉아있을 수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일어서는 법을 잊었고 길의 끝만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만 붙잡았다. 그러나 그를보며 남들이 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시도일지라도 계속해서 걷는 그 걸음은 수많은 흔적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또 그 끝에는 그동안 걸었던수많은 걸음이 모여 어제와 다른, 조금 엇나가고 비뚤어진 길을 만들었을지라도 달라질 내일을 향해 내디뎠던 용기가 훈장처럼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가다 한 번쯤 길목에 자라난 토끼풀들을 유심히 보며, 셀 수 없는 세잎클로버 사이 잘 보이지 않는 네잎클로버를 찾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네잎클로버는 자연적 상태일 때 찾을 확률이 만 분의 일이며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내가 겪은 힘든 순간들은 네 잎이 되기 위해 더욱 견고하게 자라 완성될 날을 위한 것이며 거센 바람을 시원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순간을 위해서는넘어지기를 반복하며 끝없는 일어서기를 통해 이를 버티는 과정들을 겪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난 뒤에는 굴곡지고 불안한 상황가운데에 부딪히더라도 다시 한번 큰 용기를 내어 곧은 걸음을 내디딜 것이고 그 마지막 걸음의 끝에는 내가 와야 했던 길에 서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오늘도 나는 무엇을 향해 걸어가는 길인지 잘 모르지만 그 걸음이 옳다는 것에 믿음과 확신을 가지며 매일 도약하는 내일을 꿈꾸기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