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정원庭園
자서전 쓰기반 김경숙
남천이 앞 베란다에 자리를 잡은 지 30년 되었다.
동생이 이사하면서 관리가 어렵다고 하기에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대문 옆에 심으면 좋다고 해서 관상수로 많이 심는데 아파트 생활에 둘 만한 곳이 앞베란다 밖에 없어 그렇게 함께 살아오다 지난 봄에 문득 가엾은 생각이 들어 빗물이라도 실컷 먹어보라며 1층 현관 옆에 남천 화분 2개를 내다 놓았다.
내어놓을 땐 떡잎도 지고 아파 보이던 것이, 잎이 싱싱해지고 꽃이 피더니 열매도 제법 달려있다. 식물의 성장에 햇빛을 비롯한 환경이 중요함을 족히 알고 있었지만 늦게라도 아래층으로 옮기길 잘했다. 영양제도 주고 퇴비가 될만한 흙도 얹어 주었다. 가을이 되면 빨간 열매가 몇다발 매달린 것을 보게 될 것 같다. 삭막한 정원을 경비대장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화분이 볼 때마다 대견하다.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년 중 2차레 정도 잔디 깍는 기계를 돌리니 개망초 한 그루도 꽃이 피지 못한다. 지난해에는 채송화와 금잔화를 심고 꽃 피길 기다렸는데,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민 대머리 같은 땅을 만들어 놓았다. 잡초가 많으면 모기 등이 서식할 까봐 깍았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아파트 3동 앞에는 한 남자 분이 간이 울타리를 만들고 매일 관리를 한지 2년만에 제법 꽃 전시장 역할을 한다. 차조기, 둥굴레, 꽃 모양이 아주 예쁜 다알리아, 한쪽엔 복숭아나무도 있다. 그 분의 취향은 잡초도 꽃같이 어우러지게 키운다.
나는 한쪽 외진 곳에 바질 화분 4개를 두었다. 여름 내내 필요할 때 잎을 따기도 하는데, 내 옆으로 누구네 것인지 작고 흰 도자기 화분에 바질을 심은 사람이 있어서 볼 때마다 친근감을 느끼며 물주기 할 때는 그 화분에도 물 뿌리기를 했다.
몇 일 전 어느 부인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지난봄에 모종 포트를 잔디 위에 놓고 바빠서 옮겨심지 못하고 여행을 갔단다. 그녀는 혹시 자신의 바질을 내가 옮겨심었느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바로 대답은 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가 아닌가!
내가 그 자리에 바질을 심고 따고 했던 건 여러 해 전 부터다. 옆 라인에 농사하시는 남자 분이 가끔 “바질 심으셨네요” 하면서 말을 걸어 인사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 까만 프라스틱 모종 포트에 있던 바질이 그분이 나에게 심으라고 두고 갔나보다 추측하며 바짝 마르기 전에 서둘러 옮겨 심었던 것이다.
언제 날을 잡아 인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아파트는 입주 때에 중년층이 많았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노인 세대가 많이 사는 아파트가 되었다. 젊은이들은 친환경 공법으로 지었다는 새로 지은 아파트들을 선호하는데 나는 앞뒤 베란다가 넓은 이곳이 좋아 이사도 못한다.
같이 사는 주민들 간의 소통은 거의 없다. 30년 세월을 보냈어도 마주치면 인사나 하고 지나는 정도다. 옆집에 젊은 사람이 이사와 교습 학원을 차렸다. 그 댁도 인사 할 생각이 없고 나도 굳이 아는 체하고 싶지 않다. 문 닫고 들어오면 나만의 세상이다. 앞 베란다에는 게발선인장 화분 2개가 반긴다. 부지런히 자라는 모습을 보며 지켜준다.
혹시 저 선인장은 나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할까?
2024. 7.19
첫댓글 바질이 허브식물의 종류인가요.ㅎ 아파트에서 식물을 가꾸시며 조용히 지내시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네요.ㅎㅎ
동물과 식물 그리고 주변의 무생물 모든 것이 글쓰기의 친구들이지요. 우리집의 경우 저는 물고기, 아내는 식물가꾸기로 양분되어져 있지요. 식물은 특히 물주기가 관건인 것 같아요. 인내심을 가지고 따스한 정을 퍼주며 기르지요. 화분갈이 할 때도 말하듯 하면 다 알아듣듣는다고 하지요.ㅎ 큰 변화를 한번 넣어주면 더욱 생동감이 ㅎ 금이야 옥이야 하는 화초를 어렵게 얻어와 정성껏 기르다가 변을 당한 이야기도 ㅎㅎ 잘 읽었습니다. 식물분야 좋습니다.
그들은 복 받았네요.
얼마나 조하할까.
좋은글 많이 주세요?
오타가 넘 많이~
아파트 은둔 생활하는 노인같을 모습이 보여 감춰야 할 부분아닐까? 노출 해도 되나? 를 고민하며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 합니다
정감 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평생 아파트에 살아보지 않아서 아파트에서의
삶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