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보이지 않는 통로(TNTs)를 추적하라
용산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 기차가 대전을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응시하던 서금석의 눈가에는 아직 며칠 전의 옅은 피로감이 남아 있었다. 동생 EH의 곡지혈에서 TNTs를 폭파시킬 때 뿜어져 나왔던 그 독한 최루가스의 여운. 뼈를 깎는 듯한 30분의 사투였지만, 그 결과는 현대 의학마저 놀라게 한 완벽한 종양 세포의 붕괴였다.
"금석, 오늘 당신의 기운은 묘하네요.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고요한 호수 같아요."
옆자리에 앉은 오스트리아 화가 클라리사가 캔버스 노트를 덮으며 말했다. 색채와 빛의 파동을 다루는 예술가답게 그녀는 기운의 미세한 변화를 읽어내는 감각이 남달랐다. 두 사람은 오늘 대전 도룡동 성당에 있는 조광호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23점을 감상하고 영감을 나누기 위해 동행하는 길이었다.
"최근에 몸속 깊숙이 아주 지독하게 얽혀 있던 통로를 하나 끊어냈거든요."
금석이 덤덤하게 대답하며 자신의 투박한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클라리사는 며칠째 이어진 무리한 작업 탓인지 미간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머리가 좀 아픈가요?"
"빛을 너무 쫓았나 봐요. 시신경이 바짝 서고 뒷목이 뻣뻣한 느낌이에요."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금석이 가볍게 손을 뻗어 클라리사의 목덜미와 어깨가 이어지는 부근을 짚었다. 손가락 끝으로 파고드는 '지지(指) 힐링'. 억눌린 근육을 물리적으로 주무르는 것이 아니라, 엉킨 파동의 결을 찾아 가지런히 빗어 내리는 정교한 작업이었다.
그의 손끝이 닿자마자 클라리사가 짧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 신기해요. 꽉 막혀 있던 잿빛 안개가 걷히고 투명한 색채들이 다시 풀려나는 기분이에요."
기차가 신탄진을 지날 무렵, 금석은 클라리사의 몸에 흐르는 기운을 정돈하며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하고 있었다. 과거 공학도 시절, 원자로의 복잡한 배관을 분석하던 그의 차가운 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빛을 투과시켜 성스러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스테인드글라스. 그 수많은 유리 조각들을 단단히 이어주는 납선(Lead came)의 구조는, 인체의 12경락과 완벽하게 닮아 있다.'
그렇다면 암세포가 뻗어낸 TNTs(Tunneling Nanotubes)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상적인 경락의 흐름을 교란하기 위해 암세포가 은밀하게 깔아놓은 '거짓 납선'이었다. 생명의 맑은 에너지가 흘러야 할 통로에 검고 탁한 파이프를 몰래 연결해 빛을 훔쳐 가는 기생 네트워크. 동생 EH의 간에 있던 종양들이 엉뚱하게도 대장경의 곡지혈까지 통로를 우회하여 구축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놈들은 인체의 에너지 고속도로를 교묘하게 해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도착한 대전 도룡동 성당.
조광호 신부가 빚어낸 23점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뿜어내는 영롱한 빛의 파동이 성당 내부를 성스럽게 물들이고 있었다. 클라리사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연신 작품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오색찬란한 빛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금석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정상적인 기혈의 흐름이란 바로 저렇게 맑고 투명하게 온몸을 비추는 빛의 예술이어야 했다. 그 빛을 가로막고 에너지를 탈취하는 보이지 않는 통로, TNTs. 그것을 색출하여 폭파시키고 본연의 빛을 되찾아주는 것이야말로 '고고 힐링'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였다.
금석은 성당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투박한 검지손가락 하나가 다시금 화면 위를 묵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6. 4. 2. 대전 도룡동 성당에서. 빛의 통로와 어둠의 통로에 대하여...]
차가운 공학의 이성으로 생명의 온기를 수호하는 힐러의 기록이, 스테인드글라스의 찬란한 빛무리를 받으며 세상에 또 한 줄 새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