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라두 루프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공연은 피아노 연주계의 명인을 지켜보려는 많은 청중들이 운집한 공연이었다.
수십년간을 세계적인 연주자로 위상을 유지하면서 연주력과 정신적 감화력 차원에서 수많은 음악애호가들을 매료시킨 라두 루프는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했다. 두 곡 모두 대곡이며 해석의 깊이와 표현의 폭이 넓은 곡들이기 때문에, 라두 루프의 연주가 펼칠 인상과 분위기에 대해 많은 청중들이 관심과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었다.
이날 연주된 두 곡의 협주곡 중에서 상대적으로 2부에 연주된 '피아노 협주곡 4번'이 청중들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본다. 이번에 연주된 두 곡의 협주곡들은 깊은 통찰력과 능란한 기술이 전제된 명곡들이다. 라두 루프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에 대한 여유로운 접근 태도와 따스한 감성의 흐름들은 인상적이었다. 작품에 대한 많은 연구와 오랜 동안의 숙고, 계속된 숙련의 과정 등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펼치기 힘든 연주였다고 본다.
라두 루프가 이번에 한국에서 연주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경지를 보여준 연주였다. 명료하면서도 화사한 소리의 분절들, 다성적 패세지들에 대한 능란한 통제력, 음악의 전반적 구조에 대한 여유로운 관조 등이 전제된 연주였다. 필자는 라두 루프라는 인물이 피아노 연주계의 대가가 맞다고 본다.
이번 공연에서 엿보인 라두 루프의 모습에서 음악 예술에 대한 그의 진정성이 강하게 느껴졌다. 연주회의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에 대해 여유롭게 동화되어 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정말로 오랜 동안의 숙련과 숙고를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연주력의 경지가 아닌가 싶다. 훌륭한 예술 작품에 대한 동화 과정이 오랜 동안 지속되어 이제는 여유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대가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