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을 읽으면 생소한 식물들이 언급된다. 창세기에 생소한 이름으로 처음 나오는 것이 합환채이다. 창세기에 레아와 라헬 자매 이야기가 나온다. 성격이 전혀 다른 언니 레아와 동생 라헬은 모두 한 남자 야곱을 남편으로 두었다. 남편 사랑은 늘 예쁜 외모를 지녔던 라헬 차지였다.그러나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 언니 레아는 아들을 더 많이 낳아 남편 사랑을 얻으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 보리 추수 때에 레아의 큰 아들이 임신 촉진제인 합환채를 밭에서 따왔다. 그 소식을 들은 동생 라헬이 언니 레아에게 달려왔다. 라헬이 그 합환채를 청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그날 밤 남편을 언니에게 양보해 주는 조건으로 합환채를 얻어냈다. 이날 이후 레아는 또 아들을 낳아 잇사갈과 스블론을 얻고 잇사갈은 합환채 값을 주고 산 아들이란 뜻이다.
그러나 정작 합환채를 가져 간 라헬은 그 후에도 계속 자녀를 생산하지 못하다가 하나님이 태를 여신 후 비로소 요셉을 잉태하게 되었다(창 30:22). 여기서 합환채는 고대로부터 정력제 혹은 임신 촉진제로 사용되었고, 동시에 태를 여시는 이는 하나님이심을 발견할 수 있다. 아들을 낳지 못한 라헬은 자기 몸종 빌하를 남편에게 들여 보내 아이를 낳게 되고, 레아도 자기의 생산이 멈춘 것을 보고, 자기 몸종 실바를 들여보내 실제로 야곱의 아내는 4명이 된다. 몸종까지도 취하여 아기를 낳는데, 두 여인이 아기 낳기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중에 12아들이 12지파가 된다.
합환채는 가지과의 다년생으로 배추처럼 줄기가 없는 잎으로 된 식물이다. 잎은 녹색으로 컴프리 또는 근대와 비슷하며, 배추 잎보다는 좁고 길다. 종류에 따라 주름이 많은 것과 간결한 것이 있다. 꽃은 심은 지 3년부터 꽃이 피고 보라색으로 가지꽃과 비슷하지만 하늘을 향해 피는 모습이 다르다. 꽃은 10~30 송이가 모여서 핀다. 다른 꽃이 피기 전인 12월부터 피므로 눈에 잘 띈다, 꽃이 진 자리에서 탁구공만 한 초록색 열매 5-6개가 달려 5월에 오렌지색으로 익는다. 열매 1개에는 고추씨와 비슷한 씨앗 65개가 들어 있으며, 과육은 술을 담그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곡물이나 잡초에 파묻히므로 열매를 찾기는 어렵다. 과육은 맛이 향기롭고(아 7:13) 달콤하다. 열매는 10여 년간 열매를 맺는다. 마약성분이 있어 최음제로 쓰이며 불임치료제로 사용한다. 아라비아 사람들은 임신 촉진제인 합환채를 악마의 열매라고 불렀다. 뿌리는 인삼과 비슷하며, 인체의 모습을 닮았으므로 영명이 ‘man-drake’이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걸어 다니는 식물’로 소개되었는데, 인삼처럼 한 줄기 또는 두 줄기로 길게 자란다. '헤리포터'에는 걸어다니는 식물과 동물의 속성을 가진 괴물같은 존재로 소개된 뿌리이다. 로미오와 쥴리엣'에서는 이 뿌리 뽑히는 소리가 심한 신음소리를 내므로 그 소리를 듣게되는 사람들은 미쳐버린다고 소개되었다.
서구사회에서 합환채는 가장 미신적이고 공포를 주는 식물 중 하나였다. 합환채 뿌리는 독성이 강해 다량 섭취하면 뇌신경이 손상된다. 유독성분이 규명되지 못했던 옛날에 합환채를 먹고 흥분이 지나쳐서 미쳐버리는 것을 악마의 장난이라고 믿었다. 합환채 과실은 향기롭지만 열매 속에는 약하기는 해도 유독성분이 있어서 많이 섭취하면 구토와 설사를 일으킨다. 그러나 중동지역에서는 유독성의 위험을 무릅쓰고 수태력 증진 효과와 약간의 마약 성분으로 부부들이 즐겨 먹었다. 고대 사회에서는 극소량을 술에 담가 외과수술용 마취약으로 사용했다. 유효성분이 열매에 들어 있어 이것을 말려 예로부터 약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마취, 최면, 진정, 최음의 효과도 있으며 적당량을 사용하면 치통, 두통 등을 경감시켜 주고 사람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따라서 서양에서 합환채처럼 영적, 의학적, 미신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친 식물도 흔하지 않다.
일부 성서에서 합환채를 자귀나무로 잘못 번역했다. 자귀나무는 지중해 연안에는 없는, 합환채와 전혀 다른 식물이다. 자귀나무는 예로부터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로 안마당에 심어 놓으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고 생각했다. 특히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잎을 접고 깊이 잠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자귀나무를 합환목(기쁨으로 만나는 나무), 합혼수(혼인으로 만나는 나무), 유정수(정이 많은 나무), 야합수(밤에 만나는 나무) 등으로 부르지만 모두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다. 하나같이 부부간 만남과 즐거움을 상징하는 뜻을 갖고 있는 이유로 합환채를 자귀나무로 번역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