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호남정맥, 강정골재-주화산 (2004.11.27)
코스: 강정골재-부귀산-오룡고개-622봉-주화산
14.7Km, 8시간 15분
누구와: 마눌과 나
돈: 김포공항-전주(공항리무진) 40,000원, 전주-진안 버스 6,600원, 진안 돌솟비빔밥 11,000원
오늘은 밤새워 길게 하기로 한다. 공항 리무진은 인천공항에서 와서 김포공항, 여의도 63빌딩 뒤, 그리고 익산IC를 나와 자그마한 휴게소에 선다. 전주에 들어와서 전주역 앞과 코아에 선다. 서울행은 코아와 익산IC에 선다. 전주역 앞에서 하차하여 시외버스 터미날을 물으니 자기 차에 타라고 하면서 가는 길이니 태워다 주겠단다. 함께 타고 온 승객을 태우러 온 차였다. 시외 터미날에서 차표를 끊고 대기 중인 버스에 타니 겨우 빈자리 서너개가 있다. 다음 정거장에서 옆에 타는 진안 분으로 부터 자세한 교통안내를 받는다.
버스 내에서 해프닝이 벌어졌다. 서서가는 승객이 많으니까, 아저씨 한분이 비분강개하여 어린 아이들까지 자리에 한명씩 차지하고 앉았다고 자기가 일어나며 그 어머니를 욕하고 있다. 그 어머니가 어린아이 2명을 한자리에 앉히고 서서가는 학생보고 앉으라니 “바늘방석 같아서 못 앉아요” 한다. 기사가 버스를 세우고 어린아이들 차표를 끊었느냐 하고 그렇다 하니 난처해한다. 아저씨는 그제야 도로 자기 자리에 앉고...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옆 손님의 안내대로 진안에 들어와 첫 번째 정차장에서 내리니, 지난주 인삼을 샀던 인삼센타 건너편이고, 돌솟밥집 앞이다. 돌솟밥을 맛있게 먹고는 산행차림을 하고 걸어서 출발한다.
진안의 돌솥밥
5-6분 걸어 지난주 날머리 맞은편, 강정골재 정상에서 절개지로 올랐다. 고개 정상 전 모텔촌 입구 길로 올라도 된다.
강정골재
19:25 절개지의 발자욱을 따라 오르니 작은 도로(모텔에서 올라온)와 만나고 더 나아가니 농로가 나온다. 농로를 따라 왼편으로 올라가니 출입금지 안내판이 나오고 더 가니 표고단지이가. 농로는 표고단지 앞을 지나 이어지는데 계속 따라가니 길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어, 되돌아와 표고단지 안으로 들락날락 길을 찾았지만 없다. 30여분을 허비하고는 농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서는 길로 더 가니 철조망이 나오고, 철조망을 허리를 구부리고 지나서는 농로와 헤어져 왼편 낙엽이 쌓은 평지 같은 산 사면을 타고 걷는다. 50여m 산 사면을 비스듬히 올라가니 왼편 봉 위에 사진에서 보던 전망대가 서있다. 그리로 올라가 보니 많은 리본이 거기에 달려 있는게 아닌가...대부분이 강정골재가든 방향에서 이리로 올라온 거다. 표고단지는 출입 금지이니 가든에서 오는 게 좋겠다. 좌우간 깜깜한 밤중에 이리저리 헤매다 이제야 제 길을 찾았다.
표고단지 진입금지
전망대에서 내려와 밭을 가로 지르고 시멘트 포장길과 만났다. 전방은 밭이 높게 올려다 보이고 우측 산쪽으로 가 봐도 리본이 보이질 않는다. 왼편 동네 쪽에서는 개가 짖어댄다. 왔다 갔다 하다가 개가 짖는 왼편 동네로 더 가서 밭이 끝나는데서 우측으로 꺾어져 올라가니 그 밭이 끝나는 저 위에 리본이 보인다. 더 올라가니 가족묘가 나오고 묘를 우측에 두고 산으로 오른다. 한참을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컴컴한 속에서도 멀리 암수마이산이 장대하게 보이고, 그 사이에 가로등불이 환하게 잘 보인다.
능선을 계속 따라 걷는다. 한참을 가니 왼편 저 아래에서는 엔진소리 같은 굉음이 들려오고 가축분뇨 냄새가 난다. 아마 목장이 있는 것 같다. 우측으로는 진안 시내 불빛이 찬란하게 내다보인다. 다시 길을 못 찾아 헤매다 오르니 쌍 묘가 나온다. 묘에서 직진하는 길은 넓으나 왼쪽 편에 리본이 있어 그리로 간다. 평탄한길 다음에 밧줄을 맨 지그재그 오름길을 지난다.
부귀산
21:30 처음 보는 이정표가 나온다. 우측 길은 절골 1.4Km, 지나온 자주공원은 4.2Km, 앞의 부귀산은 0.8Km를 가르킨다. 이제 부귀산에 거의 다 온거다. 이정표를 200여m 지나서 Y자 갈림길인데, 좌우에 모두 리본이 달려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우측은 부귀산 정상으로, 왼편 길은 우회하는 길이다. 왼편이 정상방향인줄 알고 그리로 가니 길은 좁아지고 산의 사면을 평탄하게 나아가는데, 군데군데 낙엽으로 덮인 바위 면를 타고 내려서야 하므로 애를 먹었다. 눈이 쌓여 있다면 더 위험하겠다.
부귀산밑 이정표
21:40 부귀산을 완전히 우회하고 정상에서 급하게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그리고 내리막길은 계속해서 급하게 내려간다.
반달은 검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와서 환하게 산자락을 비추고는 다시 검은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길은 부귀산 이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바위 능선을 지난다. 마눌 갑자기 악 소리를 내며 주저앉는데 보니, 길 가운데 40여Cm높이로 베어져 있는 나무등걸에 정강이를 찍었다고, 축구선수들이 이래서 쩔쩔맨다고 비유한다.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 또 오르락 내리락이다.
23:55 잘록한 안부에 양편으로 길이 있는 4거리이다. 이슬 맺힌 낙엽이 얼어 무척 미끄럽다. 저 아래 도로에 차들이 이따금씩 지난다.
오룡고개
00:40 26번 도로 오룡고개에 내려섰다. 낮같으면 차가 많을 텐데, 이따금 오는 차를 둘러보며 길을 건너보니 우측으로 능선이 이어지고 가족묘가 있어 그리로 간다. 매점이 있는 주유소가 있다는데 문을 닫았는지 보이지 않고 왼쪽 300여m에 신호등만 보인다. 아마 거기에 주유소가 있나보다. 묘지를 지나 능선에 오니 길이 양쪽으로 갈라진다. 리본도 양쪽으로 있고...왼편에 “독도협회” 리본이 있어, 어련히 잘 갔을라고...생각하며 따라갔는데, 묘가 나오고 길은 내려서고 있다. 잘못가고 있나 ? 생각 하면서도 더 내려갔다 올라 와서는, 다시 내려가 보았다. 밭을 지나고, 왼편에 시멘트 포장 농로가 나오고, 우측으로 밭과 논, 왼편으로는 지나는 자동차 불빛도 보이고, 리본은 온데 간데 없다. 난감하다.
다시 왔던 길을 찾아 올라갔지만 길을 찾을 수가 없어 무조건 능선 쪽으로 오르니 다시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반대편으로 능선을 따라 간다. 리본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아마 능선의 중간으로 우리가 끼어들어 양편으로 리본이 보였었나 보다. 괜시리 한 시간여를 소모했다.
02:00가파르게 20여분을 올라와서는 봉 정상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에너지를 채운다. 주화산은 나오지 않고 봉들만 연속해서 오르고 내린다. 다시 높은 암봉에 오르니 전주시내 불빛이, 꼭 사막 가운데서 보던 라스베가스 불빛처럼, 아주 넓게 멀리 보인다. 산죽 밭을 지나고 다시 봉을 오르는데, 왼편 아래 몇 개의 불빛이 보이는 게 아마 모래재인가 보다.
03:15 깜깜한 밤중 검고 높아 보이는 봉에 올라서(641m봉) 졸리움을 견디려고 더운물에 커피를 타서 마시고는 내려선다
주화산
03:30 임도를 가로질러 건너니 공고문과 “세류임도건설식수기념비” 84년 11월 이라 쓴 검은 비석이 서 있다. 그럼 저 앞에 올려다 보이는 게 주화산이다.
임도개통식 비석
03:40 주화산 정상에 올랐다. 이정표와 정상표지 안내판이 서 있다. 우측은 금남정맥이 시작되고, 왼편은 호남정맥의 시작이다. 4번째로 금남호남을 와서 오늘 끝내는 것이다.
주화산 이정표
그동안 대간이나 정맥을 하면서 한번도 산제를 지내지 못했는데, 냉수라도 떠놓고 지내자 해서 물만 한 컵 따라 나무 등걸 위에 올려놓고는 3번 절을 했다.
“산신께 고하나이다. 오늘 금남호남정맥을 끝내고 호남으로 가면서 무산 산행을 기원합니다.” 산신도 깨끗한 걸 좋아 할 테니 술보다는 냉수가 나을 것 같다. 다음번엔 제대로 갖추고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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