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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존엄사’ 인정…“인공호흡기 제거”
대법 '존엄사' 인정…"호흡기 제거해야"
21일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77ㆍ여)씨 측이 세브란스 병원 운영자인 연세대학교
를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인공호흡기 제거를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21일 사상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2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 씨l(77ㆍ여)씨의 가족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세브란스 병원 운영자인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인공호흡기 제거를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국내에서 존엄사에 대한 법적 기준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어서 이번 선고는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대법원은 이날 "연명치료 중단은 신중히 판단해야 하나 환자의 상태에 비춰볼 때 짧은 기간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할 때는 사망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는 것이므로 연명 치료의 중단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연명 치료를 중단할 경우 반드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원회 판단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존엄사가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전제 하에 불가피한 상태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김씨의 자녀들은 기계 장치로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1,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평소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수차례 밝혀온 사실이 인정 된다"며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인간의 생명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는 대전제 하에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4년에는 사망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한 의사에게 형법상 책임을 인정한 이른바 '보라매 병원 판결'을 통해 존엄사 권리를 부정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것은 당사자의 뜻과 관계없이 의학적으로 연명하는 것보다 환자의 결정을 존중해 존엄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 실현에 더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서울대병원도 말기 암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할 경우 법적 절차를 거쳐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앞으로 '식물인간' 환자에 대한 병원치료 관행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느냐를 놓고 한동안 사회적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뉴스
동아 기사입력 2009-05-21 14:02
대법원 ‘존엄사 인정’ 발표 보도자료 전문
● 판결내용 : 대법원(전원합의체)은 2009. 5. 21. 14:00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수의견으로 하여, 환자측의 연명치료 중단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판결을 유지하는 상고기각 판결(재판장 대법원장 이용훈, 주심 대법관 김능환)을 선고하였음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환자의 경우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더라도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아니한다. 이러한 환자의 의사결정은 사전의료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고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인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환자의 의사를 추정함에 있어서는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참고하여야 하고, 환자가 평소 일상생활을 통하여 가족, 친구 등에 대하여 한 의사표현, 타인에 대한 치료를 보고 환자가 보인 반응 등을 환자의 나이, 치료의 부작용, 환자가 고통을 겪을 가능성 등 객관적인 사정과 종합하여 환자가 현재의 신체상태에서 의학적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그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
● 판결의의 : 이 판결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과 관련하여, 생명권 존중의 헌법이념을 기본적 토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우리 삶의 최종단계에서도 환자 자신의 자율적 결정에 의하여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우리 법질서 내에서 현행법의 해석을 통하여 도출하였음
● 소수의견 등 : 위 다수의견에 대하여 4인의 대법관들이 반대의견을 제출하였고, 2인의 대법관들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2인의 대법관들이 연명치료 중단의 법적 판단절차에 대하여 별개의견을 각각 제출하였음
사건의 경위
가. 당사자
○ 원고 : 현재 의식이 없고 인공호흡기에 의하여 연명하는 환자 (만 76세)
○ 피고 : 원고가 입원해 있는 세브란스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나. 사건의 경위
○ 원고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심정지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은 후 심박동이 회복되었음
○ 그러나 당시 심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받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였고 자발적 호흡도 불가능하여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하여 연명하고 있음
○ 원고는 의식불명 상태이므로 원고의 직계비속인 특별대리인 이정화가 소송을 수행하고 있음
소송의 경과
가. 원고 주장
○ 원고는 일상대화를 통하여 '소생하기 힘들 경우에는 호흡기는 끼우지 말라. 기계에 의하여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거나 '나는 저렇게까지 남에게 누를 끼치며 살고 싶지 않고 깨끗이 이생을 떠나고 싶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 위와 같은 발언과 현재의 원고 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인공호흡기에 의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를 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피고의 연명치료는 원고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반하는 위법한 것으로서 중단되어야 한다.
나. 원심의 판단 (원고청구 인용) 제1심도 원고가 승소하였음
○ 인간의 생명은 인간 존엄의 생물학적 기초이자 모든 개별 기본권의 주체인 인간의 지위를 유지시켜 주는 핵심적인 법익이므로 치료나 회생의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에도 최대한 보호되어야 하고,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을 보호·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다.
○ 다만 인간의 생명 역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생명이 회생가능성도 없는 상태에서 별다른 인간성의 지표 없이 단지 기계장치 등에 의하여 연명되고 있는 경우라면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더 이상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그 경우 연명치료를 행하는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근거한 치료중단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 이러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하여는 입법에 의하여 구체화될 필요가 있으나, 환자가 이미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과정에 진입한 경우에는 입법이 없이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하여 연명치료의 중단이 가능하다.
○ 연명치료를 중단하기 위하여는, 회생가능성이 없고 非可逆的(Irreversible)인 사망과정에의 진입, 환자의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중단 意思를 요하고, 치료의 중단을 구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사망과정의 연장으로서 현 상태의 유지에 관한 치료에 국한되고, 치료중단은 의사(醫師)가 시행하여야 한다.
○ 원고는 현재 회생가능성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하였고, 가족들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단지 원고의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인공호흡 치료의 중단을 구하고 있고, 치료중단을 실행할 수 있는 피고를 상대로 청구한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다.
다. 상고이유
○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에 관하여
- 연명치료의 중단 여부는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그 허용기준을 달리 보아야 함에도 원심은 아무런 구별 없이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을 일률적으로 설시하였다.
○ 연명치료 중단의 의사 추정에 관하여
- 원고 가족들의 진술만으로 원고의 의사를 추정하는 것은 원고 가족의 의사가 원고의 의사인 것으로 대치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원고 가족들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함부터 원고의 연명치료 중단의사를 추정하였다.
○ 원고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 원고의 주치의는 원고의 기대여명이 상당 기간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에도 원심은 원고가 회복불가능한 죽음의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였는데,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쟁점 및 그에 관한 종래의 논의
가. 쟁점
○ 이 사건의 쟁점은, ①환자의 의식이 있는 경우와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에 각 자기결정권에 기초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하여 필요한 환자의 의사의 내용 및 정도, ②자기결정권 행사가 있었다고 추정하기 부족한 경우의 연명치료 중단의 가부 및 요건, ③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라는 개념 및 요건 등으로 요약할 수 있고, 피고는 ①, ②, ③쟁점을 모두 상고이유로 삼고 있음
나. 종래의 논의
○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서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 및 그 전제인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도출된다고 판시한 바 있음
○ 의사결정능력 있는 환자가 충분한 의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진지한 의사에 기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의료인은 이에 구속되고 의료인의 후견적 개입에 의하여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임
○ 그런데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라서 명시적으로 자기결정권 행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지, 특히 연명치료 중단으로 인하여 죽음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에도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추정할 수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근거를 요하는지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어 있음
○ 또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근거가 부족한 경우에 연명치료 중단이 불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법리적인 논거 및 요건은 어떠한지에 관하여도 충분한 논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음
○ 특히, 우리나라는 의식불명 환자에 관하여 치료의 계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성년후견 제도가 미비하고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의식불명 환자의 후견인이 치료의 계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되, 법원이 후견인을 선정하거나 후견인의 결정에 동의하는 형식으로 사법적인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음
, 회복불가능한 죽음의 단계 독일의 경우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죽음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누어,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죽음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환자 또는 후견인의 의사 등 다른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고 연명치료 중단을 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의 연명치료 중단은 의료인의 권한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죽음의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후견인이 후견법원의 동의를 얻어 치료중단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음
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도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말기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등을 둘러싼 의료현장의 혼선이 계속되어 왔으며, 이러한 상태에서 최근에서야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가능성과 그 제도적 정비의 현실적 필요성에서 일부 시민단체와 개별의원 중심의 입법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임(경실련의 입법청원, 신상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존엄사법안 등)
대법원의 판결 결과 및 내용
○ 대법원은 이 사건이 고귀한 생명의 문제를 다루는 중대한 사안일뿐더러 최종단계 삶의 질의 문제와 결부되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점을 감안하여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지난 2009. 4. 30. 14:00 공개변론을 열어 쌍방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학계의 전문가들(석희태 교수, 이석배 교수, 허대석 교수, 고신옥 교수)을 참고인으로 출석시키고 그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신중하게 심리를 진행하였음
○ 그 후 대법원은 합의결과 연명치료중단을 받아들인 원심결론을 수긍하는 다수의견에 따라 병원측인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음
가. 다수의견 다수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차한성의 보충의견이 있음
(1)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
○ 자기결정권 및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의료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강제진료를 받아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는 자유로이 의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민법 제689조 제1항), 의료계약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는 제공되는 진료행위의 내용 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나, 다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행위를 중단할 것인지 여부는 생명권 존중의 헌법이념과 사회상규에 비추어 극히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함
○ 다만,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만으로는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며, 이러한 단계에 이른 후에는 이미 의식의 회복가능성을 상실하여 더 이상 인격체로서의 활동을 기대할 수 없고 자연적으로는 이미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어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되므로, 이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임
○ 이 경우에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러한 환자의 의사결정은 사전의료지시(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를 뜻함)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음
○ 또한,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어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연명치료의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사회상규에 부합됨
○ 사전의료지시는 진정한 자기결정권 행사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따라서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환자가 의료인으로부터 직접 충분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받은 후 그 의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고유한 가치관에 따라 진지하게 구체적인 진료행위에 관한 의사를 결정한 것이어야 하고, 이와 같은 의사결정 과정이 환자 자신이 직접 의료인을 상대방으로 하여 작성한 서면이나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의사결정 내용을 기재한 진료기록 등에 의하여 진료 중단 시점에서 명확하게 입증될 수 있어야 비로소 사전의료지시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음
○ 또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함에 있어서는,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참고하여야 하고, 환자가 평소 일상생활을 통하여 가족, 친구 등에 대하여 한 의사표현, 타인에 대한 치료를 보고 환자가 보인 반응 등을 환자의 나이, 치료의 부작용, 환자가 고통을 겪을 가능성 등 객관적인 사정과 종합하여 환자가 현재의 신체상태에서 의학적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함
○ 이러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에 부합되는 한 반드시 소송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그 치료중단이 허용되며, 다만 그 경우에도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전문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판단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함
○ 원심이 연명치료 중단의 기준으로 삼은 사유는 위에서 살펴 본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리와 같은 취지이므로 정당함
(2) 원고는 회복불가능한 사망단계의 진입한 것으로 평가됨
○ 환자의 추정적 의사에 의하여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는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주치의의 소견 뿐 아니라 위원회의 판단, 사실조회, 진료기록 감정 등에 나타난 다른 전문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함
○ '원고에 대한 뇌 MRI 검사에서 뇌가 전반적으로 심한 위축을 보이고 대뇌피질의 요철이 단지 가느다란 띠 형상으로 보일 정도로 심하게 파괴되어 있으며 기저핵 시상(視床)의 구조가 보이지 아니하고 뇌간 및 소뇌도 심한 손상으로 위축되어 있는 사실, 원고의 담당 주치의는 원고에게 자발호흡은 없지만 뇌사상태는 아니며 지속적 식물인간상태로서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5% 미만이라는 견해를 피력하였고, 진료기록 감정의는 원고가 자발호흡이 없어 일반적인 식물인간상태보다 더 심각하여 뇌사상태에 가깝고 회복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고 있으며, 신체감정의들도 각 원고가 지속적 식물인간상태로서 회생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사실, 자발호흡이 없어 인공호흡기에 의하여 생명이 유지되는 상태인 사실을 각 인정한 후, 원고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다고 판단하였음
○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의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함
(3) 이 사건에서 원고의 치료중단 의사의 추정(推定)이 가능함
○ 원심은 원고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15년 전 교통사고로 팔에 상처가 남게 된 후부터는 이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여 여름에도 긴 팔 옷과 치마를 입고 다닐 정도로 항상 정갈한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였던 사실, 텔레비전을 통해 병석에 누워 간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저렇게까지 남에게 누를 끼치며 살고 싶지 않고 깨끗이 이생을 떠나고 싶다"라고 말하였던 사실, 3년 전 남편의 임종 당시 며칠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관절개술을 거부하고 그대로 임종을 맞게 하면서 "내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소생하기 힘들 때 호흡기는 끼우지 말라. 기계에 의하여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 등 일상생활에서의 대화 및 원고의 현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현재의 상황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았을 경우 원고에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였음
○ 원심의 이와 같은 조치는 위에서 본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의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환자 의사 추정에 관한 법리에 부합되는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음
나. 소수의견
(1) 원고의 상태 및 의사추정에 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
○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는 사망을 직접 초래하는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요건이므로 그 판단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실제로 그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환자를 계속적으로 진료하여 옴으로써 환자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얻은 자료에 의하여 가장 잘 알고 있을 담당 주치의의 의견이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함
- 원고를 치료하여 온 피고의 담당의사가 극히 작은 가능성이기는 하지만 원고의 의식회복가능성이 5% 미만으로라도 남아 있고 원고의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그 기대여명이 적어도 4개월 이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의식회복가능성이 없다거나 원고가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하다 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원고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있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음
○ 설령 원고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연명치료 중단을 구하는 원고의 '추정적 의사'가 있다고는 할 수 없음
- 다수의견이 말하는 환자의 추정적 의사는 실질적으로 환자의 가정적 의사의 탐색에 불과하고, 이러한 가정적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으로서의 실질을 찾기 어렵고, 또한 다수의견이 참작한 사정만으로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원고의 추정적 내지 묵시적 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움
- 나아가 연명치료의 중단은 반드시 환자의 자기결정권으로부터만 인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고, 비록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법질서 일반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도 있음
- 즉, 연명치료의 계속이, 의료계약이 근거하는 민법 제681조(수임인의 善管義務)의 위임의 본지(本旨)에 반하는 경우, 즉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침해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허용되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되는가의 판단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그 가족을 포함한 환자측 및 의료기관의 제반 사정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밖에 없음
- 이 단계에서 연명치료의 중단 여부는 법질서 일반의 관점에서 행하여지는 당해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이익형량 내지 가치평가의 문제로서, 환자 자신의 이익을 후견적인 입장에서 관철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사전치료지시 등을 통한 환자의 자기결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질서 일반의 관점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면 절차적인 요건으로서 가족이나 의료기관 등 이해관계인은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함(이 사건과 같이 특별대리인이 환자를 대리하여 연명치료의 중단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원의 허가를 구하는 내용이 당연히 포함됨)
(2)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에 대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반대의견
○ 생명에 직결되는 의료에 있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소극적으로 그 진료 내지 치료를 거부하는 방법으로는 행사될 수 있어도 이미 환자의 신체에 삽입, 장착되어 있는 인공호흡기 등의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같이 적극적인 방법으로 행사되는 것은 환자의 현재 상태에 인위적인 변경을 가하여 사망을 초래하거나 사망시간을 앞당기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함
○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생명유지장치가 삽입, 장착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비교적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측, 판단되는 돌이킬 수 없는 사망의 과정에 진입하였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함
○ 이 사건에서 원고의 뇌가 비록 전반적으로 심한 위축을 보이고 뇌간 및 소뇌도 심한 손상으로 위축되어 있으나, 아직 뇌사 상태에는 이르지 아니한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라는 점에 대하여는 담당 주치의와 감정의의 의견이 일치되어 있고, 다수의견도 인정하는 터임. 그리고, 앞서의 다른 반대의견에서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소제기 당시 및 제1심 변론종결 당시 원고의 기대여명은 1년 내지 2년이라는 것이었고, 현재에 있어서도 적어도 4개월 이상이라는 것이므로, 원고를 가리켜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의미에서의 이른바 돌이킬 수 없는 사망의 과정에 진입하였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음
(3) 연명치료 중단의 법적 판단절차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의 별개의견
○ 다수의견의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기준 제시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요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허용기준의 충족 여부의 사후판단에 의하여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은 엄존함
○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실효성 있는 법적 절차에 의하여 신중하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내려지게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라는 중대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유효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음
○ 환자의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환자는 법적으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로 보아야 할 것이고, 민법상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금치산을 선고할 수 있으며(민법 제12조), 금치산이 선고된 경우에는 그 후견인은 금치산자의 법정대리인이 되며, 금치산자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금치산자의 요양, 감호에 관하여 일상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함(민법 제947조 제1항)
○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민사본안절차에 의하여 그 허용여부를 판단받는 것과 별도로 민법 제947조 제2항("후견인이 금치산자를 사택에 감금하거나 정신병원 기타 다른 장소에 감금치료함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후견인은 의료인에게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금치산자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인지 여부에 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는 절차도 가능하다고 봄
이 판결의 의의
○ 이 판결은, 생명권 존중의 헌법이념을 기본적 토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우리 삶의 최종단계에서도 환자 자신의 자율적 결정과 선택에 의하여 유지되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변화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을 반영한 전체 법질서의 체계적 해석을 통하여 의료현장에서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이 허용되는 요건을 명시하고, 그 요건을 충족한 환자측 청구를 받아들인 최초 사례로서 그 의의가 있음
○ 이 사건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환자를 직접적 판단대상으로 하여,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되는 전제로서의 환자의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한편,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인정되기 위한 환자 의사추정의 기준과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연명치료의 중단 여부를 둘러싼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예상됨
○ 이 사건이 대상으로 삼지 않은 이전 단계의 환자에 관해서는 차후의 구체적 쟁송제기를 통하여 다시 사법적(司法的) 판단이 이루어지거나 향후 입법적 해결이 모색될 수 있을 것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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