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 힐링책방
출 연 자 : 김영아 독서치유심리학자
담당 PD : 손인숙
촬영일시 :
방영일시 :
아주 사소한 것들이 모여 역사를 이룬다. – 어린 왕자
안녕하세요. 독서치유심리학자 김영아입니다.
[평범한 것의 가치]
딸아이가 5학년 때였어요. 캐나다로 6개월 연수를 갔다가 잠시 들른 가을 즈음... 아이들과 가을 들판을 가로질러 포천의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제 입에서 “ 아~~ 들판에 내리는 노을이 예쁘다” 라는 탄성이 나왔죠. 그 때 뒷자석에서 딸아이가
“ 엄마도 노을이 예뻐요? 그래서 더 보고 싶어요? 엄마, 어린왕자 닮았다. 히히.”
“ 엄마가 어린 왕자를? ”
“ 네. 어린 왕자도 노을이 예뻐 더 보려고 의자를 자꾸 자꾸 뒤로 미루잖아요. ”
“ 그랬구나. 책에 그런 대목이 있었지. 음 ~~ 그랬지. 노을을 잡을 수도, 묶어 둘 수도 없는 거여서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그랬을 거야. 그치? ”
그런데 때마침 김광석의 “ 서른 즈음에” 가 흘러 나왔습니다. 그래서 딸 아이에게 노래에 대해 설명하며 시간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아이가 이해를 하든 말든 시간의 덧없음에 대한 얘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한참을 듣던 아이가 느닷없이 물어왔어요?
“ 엄마. 엄마도 서른이란 나이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
“ 엄마? 엄마의 서른 ? ”
갑자기 가슴이 쏴했습니다.
[잊고 싶었던 것. 그러나 그것 또한 내 삶의 한 풍경이다.]
“ 예원아. 엄마는 서른이라는 나이, 그 때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참 바보 같아서, 어른답지 못해서 그래서 여러 사람 아프게 했던 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어렴풋이 아이는 엄마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겁니다. 서른의 성숙하지 못했던 엄마로 인해 자신의 머리가 반이나 빠져 피부과를 거쳐 소아 정신과를 갔어야 했던 7살의 기억이 떠올랐겠지요. 한창 한의대 대학생으로 늦깍이 입학한 애들 아빠 뒷바라지를 위해,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정신없이 밥벌이를 해야 했던 엄마를 맘으로만 그리워하며 속앓이를 하던 아이는 급기야 엄마에게 절박함을 온 몸으로 이야기 해온 것이죠. 그 초유의 상황 앞에서도 아이를 위로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에미 노릇을 못하고 아픈 현실과 열악한 환경탓만하며 나만 바라봤던 나이가 서른 이었습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외면하고픈 그 나이.. 서른
그런데 5학년의 아이가 말합니다.
“ 엄마, 열심히 사셨잖아요. 난 엄마가 자랑스러운데...”
뒷 자석에서 말하는 아이의 위로에 가을 들판에 내리는 노을 속으로 충만한 눈물이 물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외면했던 서른의 그 풍경을 제 삶에 감사하게 재배치했습니다.
[읽어봤음직한 책 - 그러나 정작 가슴으로 읽지 않은 책]
이 책 제목을 알아요? 라고 묻는 물음자체가 무색할 만큼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책 중에 하나가 ‘ 어린왕자 ’ 라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정작 끝까지 다 읽었다는 사람도, 그 안의 의미를 새기며 읽었다는 사람도 만나기 쉽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미팅이나 소개팅에서 가끔 “ 나 이런 책 읽었다” 하고 은근한 자랑을 할 때면 빼놓지 않고 인용되는 문구가 어린왕자의 소절일 터인데 왜 우리는 그 깊이까지, 의미까지를 전부 꿰어 읽지 못하는 걸까요? 어린왕자의 인용문 볼까요?
“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관해 얘기를 하면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묻지 않는다. "목소리는 어떠니?,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니?" 하는 등의 말은 묻지 않고 "나이는 몇이니? 형제는 몇이니? 몸무게는 얼마니? 그 애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하고 묻는다. 그래야만 어른들은 그 친구를 알게 된다고 믿는다.”
인용문에서 보듯 우리 모두가 어린왕자에서 말하는 본질을 보지 못하는 어른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즉, 우리가 어린이였다는 것을 기억 못하는 어른이 되어 본질보다 숫자가 더 중요해진 겁니다. 가만히 앉아서 활자 이면에 담긴 의미를 새록새록 새기며 가슴에 담는 작업을 할 때, 그것이 진정한 책읽기가 되는 것이죠.
[ 회피하지 말고 질문을 던지고 정면으로 나를 마주하라 ]
어린왕자에는 주옥같은 글귀가 많습니다. 그 글귀가 주옥같다고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귀한 철학이 담겨있어서입니다. 모두 읽는 그 자체로 마음이 움직여 공감이 가고 그 뒤에 그동안의 생각패턴 내지는 행동패턴을 수정 보완하는 힘을 갖고 있어서입니다. 그렇다면 어린왕자를 좀 더 맛나게, 의미 있게 읽는 방법을 하나 소개 할까요?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단다”
소개한 글귀를 가지고 치열하게 질문을 해 들어가는 겁니다.
1. 길들여짐이 뭔지...2. 누구에게 길들여져 왔는지.
3. 그 과정이 수동적이었는지, 능동적이었는지
4. 앞으로 길들이고 싶은 누군가가 있는지.
5. 길들이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려보았는지, 그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이런 식으로 어린왕자에 나오는 명 글귀들에 치열하게 묻고 답하기를 해보면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이 서있는 자리가 보일 겁니다. 또한 지금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점검할 수도 있구요. 누군가 제게 보낸 프로그램에 “질문 쟁이 어린왕자 되보기” 라는 활동이 있어서 여러분에게 팁을 드렷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여러분들에게 ‘어린 왕자’라는 이 한권의 책이 힐링의 향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