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국제신학대학원 목회학(M.Div) 김온양 원본: 기독넷
1부
1. 성경해석학이란?
2. 성경해석학의 필요성
3. 성경해석학의 역사
4. 성경해석학의 3대 접근 방법
2부
1. 칼빈의 성경해석학
2. 구약 해석학의 7가지 모델
3. 복음주의자들의 성경해석법
4. 구약성경해석의 균형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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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최근에 [언어의 직공이 되라, 김지찬]을 읽으며 성경해석과 설교에 대해 히브리어의 중요성과 더불어 본문 해석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내 자신이 번역회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가끔 글도 쓰는 입장에 있기에 더욱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며 완전히 포기했던 히브리어에 대한 관심도 다시 살아났지만 그만큼 절망감도 컸다.
일반적으로 언어란 정보, 지식 등과 같은 인지적 인식교환과 친교를 위한 정서나 문화적 표현의 교환적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언어는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양한 용법과 연계되어 사용되므로 경우에 따라 언어란 복합적인 해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해석방법도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성경을 단순히 구원에 관한 글의 모음으로만 본다면 성경 본문을 올바르게 해석하기 어렵다. 비록 성경의 본문이 어떤 특정 사건에 대한 이야기나 사실적 정보를 전한다 할지라도 이 메시지는 단순히 외시적(外示的) 의미만 갖는 기호들의 집합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경의 언어는 다른 것에 비해 함축적 의미로 가득 차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문학적 기술이 동원되었고 또한 당시의 역사적, 문화적 선지식(선행정보)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어쨌든, 흔히들 성경해석학의 3대 접근방식으로 기자중심, 본문중심 및 독자중심의 해석방법을 든다. 한 예로 총신대의 김지찬 교수의 저서를 읽으며, 그는 [문예적-신학적 연구]에 초점을 맞춘-크게 보면 본문중심 해석학이며, 비판할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성경해석학자로 판단되었다.
일단 초보적 수준이나마 성경해석학의 개념과 해석학의 역사적 흐름을 간단하게 살펴본 후에 구약성경 해석학에 대한 일반원리와 적용원칙 등을 정리하고자 한다. 한편, 이 리포트에서 인용한 자료들 가운데 다른 사람의 논문을 단 몇 문장으로 압축 정리하는 과정에서 원래 연구자의 의도와 달리 상당한 의미 축소나 왜곡이 있을 수 있으며, 게다가 본인의 의견까지 일부 첨부한 것이므로 오해 없기를 바란다.
1. 성경해석학이란?
이 용어는 ‘성경’과 ‘해석학’이란 두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따라서 성경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언어로 기록한 역사적 책’ 혹은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를 당시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문자로 표현한 책’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해석학’이란 용어를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일반적 의미로서 해석이란 한 마디로 ‘무엇을 풀이하는 것’이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해석이란 ‘풀이 또는 기호, 말, 예술 따위로 표현된 것을 실마리로 하여 그 속에 담긴 내용을 밝히거나 기교적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해석학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해석의 방법 및 규칙을 연구하는 학문'을 뜻하는 철학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 해석학(Hermeneytics)이란 용어는 원래 헬라어 동사 hermeneuo에서 파생된 hermeneutike란 말에서 나왔으며, 이 용어의 의미는 특히 성경을 해석하거나 설명하는 과학 혹은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2. 성경해석학의 필요성
성경 본문을 바로 이해하자면, 즉 성경 본문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정확하게 알려면 무엇보다도 성경 본문을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성경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성경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성경을 이해하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성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도대체 성경은 어떤 책인가? 우리가 성경에 대해서 배운 것과 알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정말 옳은가?
그 가운데 잘못 배운 것이나 잘못 아는 것이나 잘못 생각하는 것은 없는가? 옳고 그른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런 여러 가지 물음과 더불어 성경해석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성경이 시.공간적으로, 언어 및 문화적으로 엄청나게 다른 상황을 배경으로 기록된 책이기 때문에 오늘 날 우리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에 기록된 내용이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 해석작업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학문이 바로 성경해석학인 것이다. 즉 성경해석학의 1차적 필요성은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말씀하신 것을 확인하고 하나님의 말씀의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며, 2차적 필요성은 성경을 기록한 기자의 생각과 현대인의 생각 사이에 간격을 잇는데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동안 성경유니온에서 출판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시리즈를 통해 성경해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학자가 아닌 평신도로서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3. 성경해석학의 역사
성경해석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시대별 또는 유형별 등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지만 이는 과제물의 주제가 아니므로 단지 두 가지 경우로 크게 구분해 보았다. 첫째, 성경이 성경을 해석하는 경우 : 성경을 읽다 보면 성경이 성경을 해석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성경 속의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성경에 등장하는 후대의 성경 인물이 역사적 사건과 하나님의 말씀을 재해석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신명기는 모세가 시내산(레위기)에서 받은 율법을 새롭게 해석하는 형식을 띠고 있으며, 역대기는 사무엘서와 열왕기서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구약 율법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자신과 제자들에게 적용시키셨다. 또한 베드로나 바울 역시 구약 성경을 인용하면서 교회의 탄생이나 이방 선교를 위한 복음을 당시 헬레니즘 세계의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하였다.
둘째, 성경 밖의 인물이 성경을 해석하는 경우 : 초대 교회 시대 안디옥 학파는 문법적이고 역사적인 방법으로 성경을 해석했다면,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비유적인 방법(알레고리)으로 성경을 해석했다. 물론 받아들일 수 있는 해석과 그렇지 못한 해석을 구별할 규범이 필요하게 되자 중세기에는 교회의 권위가 교리 해석을 지배하는 경우도 있었다. 종교개혁을 통해 성경을 교회의 권위에서 해방시키자 본격적으로 성경을 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이 방법들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예를 들면, 성경 본문의 역사적 의미를 밝히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생각하며 본문의 현실적인 의미를 주로 추구하다 보니 실존적 해석으로 발전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본문 자체가 그 나름대로 독자성을 띤다는 점을 강조하여 해석하는 구조주의적 해석과 이에서 더 나아가 독자의 반응이 성경해석을 결정한다는 해석학적 이론에까지 이르렀다.
4. 성경해석학의 3대 접근 방법
한 마디로 교회의 역사는 성경해석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경해석이 달라서 종파가 갈리고 분파가 생기고 성경해석이 잘못되어 이단으로 정죄 받고, 해석상의 차이로 학파가 나뉘었다. 일반적으로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는 크게 3개의 변수가 있다. 즉 성경을 기록한 기자와 성경이 말하고 있는 본문과 이를 읽는 독자이다. 따라서 이 3개의 변수 중에 어떤 것을 해석의 핵심기재로 삼느냐에 따라서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접근방법이 달라진다. 이 3가지의 접근방법을 간단하게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자중심의 해석(통시적 해석; diachronic, 시간의 흐름을 따라)은 성경 본문 이해의 기초근거로 말씀을 기록한 기자가 언제, 어디서, 왜 그런 메시지를 남기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춘 해석방법이다. 다시 말해 기록한 기자의 시대나 그 사람이 원래 있었던 삶의 자리나 원래의 방식 등을 파악할 때 비로소 본문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관점으로서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본문비평, 역사비평, 전승사적 비평, 편집비평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본문 중심의 해석(공시적; synchronic, 시간과 함께)은 성경의 본문과 이를 읽는 독자 사이에 어떠한 시.공간적 혹은 문화적 간격이 있다는 것을 문제 삼지 않은 채, 다만 최종 형태의 본문 자체만 갖고 해석하는 방법이다. 이 해석은 성경 본문에 담긴 과거형의 의미보다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본문이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본문의 뜻을 파악하는 일에 해석의 초점을 두는 것이다. 때문에 텍스트의 역사성을 규명하기보다는 텍스트의 문학성을 추적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본문의 의미나 글의 의미를 중심으로 정경비평, 사회 과학적 비평, 문학 비평, 수사학적 해석 등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 독자 중심의 해석(무시적; acronici, 시간 밖의)은 같은 본문이라도 그 본문을 읽고 해석하는 사람의 성(性), 인종, 계층 등에 따라서 본문 해석의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을 현실적 전제로 내세우는 것이다. 따라서 반시적(anacronica, 시간을 거스려) 해석이기도 하다. 즉 성경 본문이란 시간을 초월하여 인류가 공통적으로 기대고 있는 심층구조에 따라서 의미가 형성된다고 보거나(무시적 해석), 성경 본문의 의미는 독자의 진술과 상황에 따라서 계속해서 발전된다고 본다(반시적 해석).
그러므로 독자 중심의 해석에서 중요한 것은 텍스트가 아니라 텍스트를 읽는 독자의 정황이 된다. 다시 말해 독자의 컨텍스트가 의미를 창출한다고 보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독서능력에 따라서 본문의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풀어보는 말
1. 칼빈의 성경해석학
일단 개혁신학의 출발점을 칼빈에게 둔다고 볼 때, 먼저 칼빈의 성경해석학 기준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다음과 같이 간단하 정리해 보았다. 칼빈이 위대한 성경해석가였다는 사실에 대해 그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알듯이 칼빈 신학은 이른바 "말씀의 신학"이었다. 칼빈은 성경의 권위가 하나님 자신과 하나님의 영감으로부터 왔으며 그 권위의 증거는 성령의 내적 증거와 성경의 자정력임을 역설적으로 설파하였다.
따라서 성경의 제일성을 "그리스도"에게서 찾았고 신. 구약의 차이점을 권위와 기능적인 면에서 발견했다. 또한 칼빈은 성경 주석의 핵심을 "교회의 교화"에 두었으며 교회의 유익을 위한 해석이었음을 강조했다. 그의 성경주석은 "내 청중들의 현재적인 교화를 위해서"(for the present edification of my hearers)라는 명백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성경해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제이자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성경해석에 대한 칼빈의 관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성경은 성령의 감동을 통하여 이루어진 하나님의 계시이므로 성경의 진정한 해석자는 성령이다. 즉 성령의 내증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본문의 진정한 의미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을 "사사로이"(벧후 1:20) 풀어서는 안되며, 해석의 주도권이 인간에게 있지 않기 때문에 성경의 진정한 해석은 오직 성령의 내증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성경해석의 동기와 목적은 오직 "교회의 교화"를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빈이 주석을 저작한 것이 교회의 목회자로서 자신의 텍스트를 어떻게 신도들에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목회자적 동기였다. 즉 칼빈은 교회의 권위보다 성경의 권위를 더 높이고 이것을 일반 신도 대중으로 하여금 성경의 본문 자체의 뜻을 알도록 지도하기 위하여 성경을 주석하였던 것이다.
셋째, 칼빈은 성경해석에 있어서 다음 8가지 해석원칙을 갖고 있다(Hans-Joachim kraus의 칼빈의 성경 주석에 대한 글에서 인용). 이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명백한 간결성 : "명백한 간결성"이 서술의 최고 미덕만이 아니라, 해석의 결정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칼빈은 성경의 내용이 명백한 것과 같이 해석의 내용도 명백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2) 성경의 사고와 원 기자의 의도를 탐색할 것 : 이를 해석자의 "거의 유일한 임무"라고 표현했다. 곧 해석자가 설명해야 할 성경 기자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설명해야 된다는 것이다. 해석자는 이 범위에서 잘못된 발걸음을 더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성경 기자의 의도를 밝힐 때에는 항상 그 기자의 독특한 언어를 철저하게 조사하는 과정을 전제하고 있다.
3) 성경의 배경 연구 : 성경 기자의 의도를 적절하게 규명하려면 그 배경(Circumstantia)을 연구해야 한다. 역사적, 지리적, 제도적 및 생활과 조건적인 사정은 물론 성경 기자가 말했던 환경까지 연구해야 한다. 성경에서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이해를 달리해야 할 표현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칼빈은 성경의 본문에서 전체적인 배경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성경의 구절과 단어에서도 그 역사적인 배경 전통적인 과정을 해명할 것을 권하고 있다.
4) 본문 자체의 순수한 의미 규정 : 성경 본문의 배경이 밝혀지면 그 후에는 기자의 의도를 명백히 인식할 수 있도록 어느 본문이나 해당 귀절의 순수한 의미(Sensusgenuinus)를 규명해야 한다. 이 순수한 의미는 주요의미, 실제적인 의미, 단순한 의미, 또는 문법적인 의미라고도 한다. 칼빈은 성경이 스스로 말하는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나 성경이 말하는 용법을 따라 언제나 그 시대의 구체적인 이해와 현상적으로 참된 의미를 찾아내었다.
5) 본문의 문맥 연구 : 어느 귀절을 해석할 때에 그 본문의 콘텍스트(context)를 연구할 수록 해석학적인 어려움들이 해명된다. 성경의 모든 부분들은 그 전체로서, "그 주변에 제시된 것들이, 곧 그 문맥이 신중하게 관철되어야 한다."고 말한 칼빈의 해석은 항상 본문이 전제적으로 지닌 표현과 내용을 연구하려고 노력했다.
6) 성경 말씀의 적용 범위 : 칼빈의 성경해석은 십계명의 성경적인 어의를 벗어나며, 어디까지 벗어나도 허락되느냐는 것을 어떤 방법론적인 예비연구에서 설명하려고 한다. 그는 어떤 표현의 본래적인 의도를 규명하는 원칙에 따라서 자기의 성경해석 전체를 추진시키고 있으며 기자의 의도를 엄격하게 추구하면서 "단어 이상의 의미로 발전시키는 해석"을 하며, 그는 이것을 "생명력 있는 해석"이라고 묘사한다(물론 적잖은 문제성도 내포하고 있지만).
7) 비유 해석의 문제 : 해석자가 어떤 비유적 표현(metoymicus sermo)을 해석해야 할 때에는 상징적인 언어 형태라는 특수한 문제에 부딪친다. 따라서 방법론적인 사고와 해석학적인 원칙의 설정이 필요불가결하게 된다. 비유적인 표현은 결코 알레고리가 아니다. 칼빈은 신약성경에서 수많은 예문들을 인용하면서, 축자적인 해석에 반대했다. 축자적 해석은 "비유적 표현방법"의 특성을 오해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인 동이성의 결과에 귀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8) 그리스도의 범위 : 칼빈의 성경해석에서 그리스도의 범위(Scopus chriltus)가 차지한 범위를 시사하는 모범적인 문장으로 "우리는 성경에서 그리스도를 찾으려는 의도를 지니고 읽어야 한다. 이러한 의도에서 벗어나는 자는 한 평생 성경을 애써 연구할지라도 그는 결코 진리를 깨닫는 데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하나님의 지혜를 받지 못하고서도 슬기로울 수 있겠는가?"이다. 즉 성경해석은 그리스도를 목표로 삼고, 그리스도를 추구하고 찾으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의해야 될 점은 그리스도가 성경의 진리를 밝혀 주는 최고의 표준으로나, 해석학적인 예비지식의 내용으로 내세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칼빈은 역사적으로 성경의 본문을 해석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의 작품 어디에서나 입증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칼빈의 성경해석 방법론의 중요한 면들은 성경 기자의 의도와 성경 본문의 역사적인 상황과 문맥 및 성경 단어의 의미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이것은 오늘날 성경해석사의 역사 비평적인 배경까지 결정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2. 구약 해석학의 7가지 모델
구약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구약 해석학의 내용은 학자마다 다르다. 특히 1950년대 말 유럽 신학자들은 모형론(typology; 유형론, 예표론) 문제로 논쟁을 벌였으며, 또한 ‘과연 구약이 율법과 역사책이라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느냐’라는 것을 가지고 논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신약성경에 나타난 구약의 여러 부분들이 인용되고 재해석된 사례를 보면서 그나마 구약을 해석하는 초보적인 원리와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이 방법이 구약을 해석하는 절대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학자들이 연구해 왔던 구약성경의 해석 원리 가운데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기독론적 구약 해석 : 이는 구약 본문을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해석하는 방법이다. 곧 신약 성경에는 구약 성경이 예수님을 가리킨다고 하는 내용(눅24:44 등)이 자주 나온다. 때문에 흔히 ‘구약은 오실 메시야에 대해서, 신약은 오신 메시야에 대해 말한다', 혹은 '구약은 그림자이고 신약은 실체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인 개요로서는 맞을지 모르지만 모든 구약성경을 기계적으로 기독론적 해석을 할 수 없다고 본다. 어떤 부분은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 만일 그리스도와 관련이 없거나 또는 관련이 약한 구약의 본문은 과연 가치가 떨어지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2) 모형론적 구약 해석 : 신약의 관점에서 구약을 해석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모형론이다.즉 구약에는 신약의 구원사의 여러 실체에 상응하는 모델, 예비적인 제시로 간주할 만한 인물이나 제도나 사건이 있다. 실제 이러한 사례는 신약에서 자주 발견된다(베드로, 바울 등). 가끔은 구약 자체에서도 이런 유형론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사40, 제2의 출애굽). 하지만 만약 구약 전체를 유형론적으로만 해석하게 구약 본문이 원래 갖고 있던 실제 역사 안에서 말씀하시는 성경본문의 의미를 놓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역시 불완전한 해석법이다.
3) '약속과 성취'라는 틀에 맞춘 해석 : '옛 말씀이 이루어졌다'는 식의 표현이 신약에 자주 나오기 때문에 흔히 ‘구약을 약속, 신약을 성취’로 생각하지만, 이미 구약 성경 안에서도 약속과 성취의 상응 관계를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구약에서 아직 성취되지 않은 예언(약속)은 신약을 바라보게 만들지만 모든 구약의 본문을 이런 식으로 이해한다면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해당 약속이 모두 완전하게 성취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여러 약속들이 계속 존속하고 있는 것은 과연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4) '율법과 복음'이라는 틀에 맞춘 해석 : 바울은 구약을 신약의 복음에 맞서는 율법으로 이해하고 재해석했다. 사람의 죄를 깨우쳐 주는 교육수단(율법)이 구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약 자체의 내용을 살펴 보면 율법도 복음인 것을 알 수 있고, 신약의 복음 안에도 (율)법적인 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율법의 문자적 기능이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율법의 권위는 살아 있고 더욱이 신약은 예수님이 성취한 율법을 더 높은 수준에서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산상수훈). 따라서 ‘구약은 율법이고, 신약은 복음’이라는 이분법적인 해석을 통해 교회는 율법으로부터 자유하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본다.
5) '창조와 완성'이라는 틀에 맞춘 해석 : 구약에서 창조된 바가 신약에서 완성된다는 생각은 구약을 구원역사의 발전과정 첫 부분으로 이해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이럴 경우 신.구약을 굳이 나누어볼 필요가 없어지고, 중간시대 문헌을 빼 놓고는 이러한 연속성을 주장하기가 힘들어진다. 특히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이미 그리고 아직’의 주제를 갖고 볼 때, 비록 예수님께서 지상사역을 마쳤다 할지라도 여전히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에 신약을 진정한 완성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본다.
6) 역사적-문법적 해석 : 한때 자유주의 신학자들에 의한 역사적인 비평학-소위 양식비평, 전승비평, 편집비평 등-으로 인해 성경이 만신창이가 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역사비평학은 그 신학적 뿌리가 계몽주의 시대의 이성주의에 있었기에 성경이 갖고 있는 역사성을 부인하거나 초월성을 약화시켰다. 또한 역사와 문학을 대치시켜 '문학적인 것'은 '역사적인 것'이 될 수 없다고까지 했다. 특히 역사비평학은 하나님의 계시로서 성경의 자증적 증언을 외면하고, 처음부터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해석학적 원리는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7) 문학적 접근방법에 의한 해석 : 이는 성경 본문을 하나의 문학적 본문으로 보고 문학적 해석학의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즉 원래 언제 어디서 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하려 했는지 본문의 역사적 배경과 원래의 의도를 찾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본문의 독자성(autonomy)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본문이 인간 역사에 끼친 영향이나 작용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마치 본문을 독립적인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므로 경우에 따라 원래 본문이 의도하던 바와 아주 다르게나 정반대로 해석될 수도 있다. 즉 본문이 오늘 나에게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하게 되므로 내가 어떤 동기에서,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읽고 있는가에 대한 독자의 상황이 본문보다 중요해지는 모순이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기독론적인 해석법, 모형론적인 해석법, 약속과 성취의 상응 관계, 율법과 복음의 대비, 창조와 완성의 관계 또는 역사적-문법적 해석이나 문학적 접근에 의한 해석 등 이 모든 해석방법들은 구약성경을 큰 틀 안에서 이해하는 데 유용한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그 어느 한 가지 방법도 구약의 본문을 해석하는 절대적인 해석방법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성경해석학의 고유한 원리는 성경 자체의 계시성(IoaÆao)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즉 성경해석학의 초점은 성경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지, 본문을 어떤 원칙에 의해서 해석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성경해석 방법론이 아니고 신학적인 해석이리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해석자가 "본문에 대해서 어떻게 신학적으로 해석하는가?"하는데 따라서 그 해석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 따라서 해석자 자신의 신학적 관점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건전하고 올바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라도 해석의 도구와 기법들을 모른다면 이 역시 문제가 되겠지만….
나가는 말
1. 복음주의자들의 성경해석법
성경 본문에는 선험적 구조와 신학적 구성과 영감된 모티브가 있다. 따라서 복음주의자들의 성경해석법은 전형적으로 문법적-역사적-신학적 해석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문법과 역사적 배경이 성경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면을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카이저(Walter C. Kaiser)는 자신의 "구문론적-신학적 분석(Syntactical-Theological Analysis)"이라는 구약성경 해석방법론을 배경분석(contextual analysis), 구문론적 분석(syntactical analysis), 단어분석(verbal analysis), 신학적 분석(theological analysis) 및 설교학적 분석(homiletical analysis)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월름 벤게메른(Willem VanGemeren)의 경우는, 역사적(historical), 문법적(grammatical), 문학적(literary), 정경적(canonical), 구속사적(redemptive historical) 방법으로 5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즉 그는 역사적 문법적인 성경해석은 분석적인 방법(analysis)으로 사용되고 또한 문학적, 정경적, 구속사적인 방법은 삼각적인 접근(Trifocal approach)으로써 종합(synthesis)하는데 사용된다고 보았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구약성경해석은 본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흘렀다. 물론 1990년대 이후에 와서는 전체적으로 총체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예: Dillard and Longman). 즉 (1)본문의 형성역사 (2)본문 자체의 의미 (3)신학적 내용인 독자적 관점이라는 공통적인 해석 차원을 발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볼 때, 구약성경 해석은 '본문의 형성과정', '본문' 및 '해석자'라는 3차원적인 영역에서 성경이 해석되고 또한 '복합적인 성경의 의미'와 '복합적인 해석자의 상황'이라는 모든 요소들이 구약성경 해석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약성경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본문을 보는 관점과 방법들이 동원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방법은 거시적 안목에서 본문자체의 이해를 위한 본문적 강조와 본문의 배경의 이해를 위한 배경적 강조 및 마지막으로 신학적인 해석 등이 불가피하다. 다시 말하면 본문과 배경을 객관적으로 파악할지라도 그 결론을 해석함에 있어서 해석자의 주관적 전제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본문의 단일성이 해석자로 넘어가면서 주관적인 면과 해석학적인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음과 그 해석자는 자신의 신학적인 배경과 해석학의 방법을 통하여 본문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구약성경해석의 균형성 필요
이미 서론 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동안 학자들은 구약성경 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단면은 기자와 본문과 독자의 3중 적인 역할 중에서 '한쪽 면'만 지나치게 주장하거나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성경해석 접근방법은 (1)기자 혹은 성경의 배경 (2)본문 그 자체 (3)해석자 혹은 청중이라는 3중적 역할의 비중을 다 돌아보는 통합적이고 균형적인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 다시 한번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자 혹은 기자의 배경(Context) 중심 접근 방법 : 이 접근은 본문을 해석하되 특히 본문의 형성과정과 정경에서의 본문 위치 또는 본문의 역사적, 지리적, 연대적 배경 등 본문 앞에 또는 본문과 함께 있는 문화적, 인류학적, 역사적, 지리적 모든 배경을 통해서 본문을 이해하는 것이다.
둘째, 본문 중심적인 해석방법 : 이 방법은 복음주의자들이 강조해 온 전통적인 구약성경 해석방법으로서 "성경 자체가 무엇을 말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즉 본문에 나타난 문법적(grammatical), 문학적(literary), 언어학적(linguistic), 구조적(structural) 접근들을 통해 본문의 절대 중심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본문에 나타난 역동적인 배경과 독자의 신학적인 해석의 연관성이 함께 균형 있게 취급하는 것이다.
셋째, 독자(Reader) 혹은 청중(Audience) 중심적인 해석방법 : 이 해석에서 중요한 역할은 성경을 읽는 독자의 관점이다. 기자의 의도를 통한 본문의 배경이 이해되었고, 본문에 나타난 여러 가지 문법적, 문학적, 언어학적 요소들을 모두 분석했을지라도 "본문이 오늘 그 본문을 읽는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는가?"하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즉 성경을 해석하는 해석자에 따라서 신학적인 강조점이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에 독자의 해석에 따라 본문의 강조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주관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3. 마무리하는 말
이러한 성경해석자의 주관성에 대한 해석의 필요성은 여러 면에서 발견된다. 즉 해석자의 역할 중 성경해석을 하는 "성령"에 대한 역할이다. 물론 성령이 자율적으로 주관적으로 임의적으로 역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복음주의 구약해석에서는 해석자에 대한 인식은 또한 성령의 역할로 강조될 수 있다.
웨스트민스트 신앙고백서 제5장 III에 "God, in His ordinary providence, make th use of means, yet is free to work without, above, and against them, at His pleasure."라고 적혀있다. 이 고백에 따르면, 성령은 "없이"(without), "능가하여"(Beyond), "대항하"(against)의 사역을 한다. 다시 말하면, "없이"라는 것은 비록 성경 연구를 위해 신학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성령은 창조적으로 그 해석자에게 본문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초월하여"라는 것은 아무리 해석자가 본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했을지라도 성령은 해석자의 연구를 능가해서 "통찰력"을 주실 수 있으며, "대항하여"라는 것은 비록 성경해석자가 능력 있고 준비된 자라고 할 지라도 우리들의 선입견적 사고들이 참 성경해석에 대한 통찰력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올바른 성경해석을 위해 무엇보다도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하며, 성경본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오늘 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바를 찾고 적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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