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지방에 위치한 서산, 그곳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어린 시절과 함께 한 인정많고 풍요로운 도시이다.
서산은 옛부터 비옥한 토양과 드넓은 바다와 갯벌로 농사와 어업 등으로 먹을거리가 지천인 곳이다.
어릴적 지금의 천수만 AB지구 방조제를 막기 전까지는 고향인 서산 양대동의 끝자락까지 바닷물이 밀려와
낚시도 즐기고 온갖 해산물을 잡아왔던 곳이다. 동네사람들은 하루동안 나갔다오면 바지락이며,
낙지, 능쟁이, 황바리, 꽃게, 소라 등을 한망탱이씩 리어카와 어깨에 담아왔던 살기 좋은 풍요의 땅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 자리를 철새와 드넓은 노란 물결의 간석지 평야가 자리하고 있긴 하지만.
서산하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을 수 있다. 서산에 가면 뭐가 있나.
한참을 떠올리겠지만 태안과 함께 바다와 농촌이 복합된 서해의 보물들이 많은 고장이다.
서산에서 그 유명세를 달리하는 곳이 바로 국보 84호로 지정된 백제시대에 조성된 미소가 아름다운
마애여래삼존불상이다. 물론 태안읍내 뒷산인 백화산의 조금 더 먼저 만들어진 마애삼존불상도 지금은
국보로 지정되면서 많이 알려졌지만 서산의 마애불상이 먼저 국보로 알려지며 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곳 가야산 자락 아라메길이 시작되는 곳을 따라가면 푸른 물이 가득한
고풍저수지와 3공시절 김종필씨가 만들었던 당시 최대의 규모를 자랑했던 지금의 농협한우개량소
서산목장의 전신인 옛 삼화목장을 따라 여인의 봉긋한 가슴을 닮은 모향의 광활한 초원이 길게 이어진다.
그 푸른 초지에는 지금도 2천여마리의 잘빠진 한우들이 한가롭게 방목되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이곳의 소들은 봄에 풀어놓고 늦가을에나 우사로 들어가는 자연에서 자라는 소로 알려져있다.
또 하나 가야산의 정기를 가슴속까지 담아올 수 있는 용현자연휴양림과 3만여평에 달하는 수많은
스님들의 수행처로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몇개의 보물과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는 벌판의
대사찰의 흔적만 남은 보원사지가 자리한다. 서산마애여래삼존불로 걸어들어가는 무지개다리 입구에는
어죽으로 이름난 용현집이 있다. 처음엔 좀 의아했다. 보통 어죽이라하면 강변이나 넓은 호수변에
자리하는게 보통인데 이곳에는 강도 호수도 없지 않은가.
용현집의 외부모습. 예전에 왔을땐 이렇게 좋은집이 아닌 좀 허름한 곳이었던 기억이 나는데
새로 지은지 얼마 안된 모양이다. since 1981년이면 30년의 전통인데 아마 내부가 너무 낡고 좁아서
새롭게 리모델링 한듯하다. 어죽이면 조금 허름해도 되겠지만 단체손님을 받고 요즘 손님의 취향에 맞게
만든것 같다. 어죽하면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무주와 금산지역, 바다같은 호수인 예당호변, 소양호 주변의
화천과 양구, 동강의 영월과 정선지역에서 많이 먹어봤는데, 이곳도 역시 어죽이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죽은 금산에서 영동으로 넘어가는 경계인 제원면에 있는 원골식당의 어죽이 제일 괜찮은것 같다.
어죽은 6천원. 가격은 적당한 편인데, 어죽과 함께 먹어야 제맛인 도리뱅뱅이를 팔지 않아 아쉬웠다.
후라이판에 조그만 빙어나 피래미를 쫙 돌려 깔아놓고 양념을 발라 튀겨내는 도리뱅뱅이와 인삼막걸리가
최고인데. 그리고 강이나 냇가에서 잡은 피래미, 메자, 모래무지, 퉁가리, 빠가사리 등의
잡어로 만든 어죽이 일품인데, 이곳은 미꾸라지를 사용한다.
식당내부도 깔끔하니 새롭게 꾸민 내실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은 보원사지와 마애여래삼존불을
보러 오는 단체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식당에서 먹는것보다는 마애여래삼존불상으로
들어가는 무지개 다리 양쪽에 있는 야외평상에서 먹는것이 더 운치있다.
어죽이 처음 나왔을땐 어이 이게 뭐지라고 잠깐 어리둥절.
평소에 먹던 어죽은 걸쭉하게 냄비에 끓여 테이블에서 다시 데워먹는 걸쭉한 폼새였는데.
꼭 매운탕에 국수를 넣은 모습이다.
이곳의 어죽은 처음부터 국수를 넣어서인지 어죽의 폼보다는 어국수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제일 맛난 어죽은 강변에서 캠핑 겸 낚시를 해서 직접 잡은 물고기들을 장작위에 걸어놓은
솥단지에서 펄펄 끓여낸 것이다. 오래 끓이다보면 잔뼈들은 스르륵 부셔지고 살코기들은 부서지지만
그윽한 국물은 이슬이를 부르고 불렀는데 말이다. 그 후에 쌀을 넣어 먹다가 마지막에는 라면 몇봉지를
함께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 어둑어둑한 강변에서의 하룻밤은 노랫자락과 함께 깊어만 간다.
도토리묵의 맛은 평범한 스타일이지만 잘 무쳐서인지 삼삼한 맛이 난다.
죽과 국수가 함께 들어있어 어죽의 맛도 조금 색다르다.
걸쭉해진 국물에서는 잡고기들의 맛이 아닌 미꾸라지의 향이 강하게 난다.
평소에 추어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인지 그리 땡기지는 않지만
간만에 만난 어죽의 맛은 주린 배를 가득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맛은 보통이지만 양은 꽤 푸짐하다.
죽보다 국수의 양이 상당해서 국자로 마구 떠먹어도 냄비의 속내는 쉬이 들어나지 않는다.
살짝 불어버린 국수를 앞접시에 떠서 먹으면 가을 살찐 물고기의 맛도 잡아올 수 있다.
강마을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있다. 된장 한술 반두하나 들어지고 강변에 나가 어항치고
둑을 막아 통통한 고기들을 지게에 짊어지고 가마솥에 한가득 그득한 양념과 가을을 담아
걸쭉하게 끓여내니 온동네 사람들이 입안가득 호강하네. 어이야, 가을맛이 이만한들 어떠리.
누이야 형이야 강변살자. 깊어가는 강변 가을빛이 어죽속에 담겨있네.
어죽이 맛나다한들 죽과 국수니 쉬이 꺼지는 것들이다.
김치와 파, 부추 등을 듬뿍 넣고 기름지게 부쳐낸 김치전과 막걸리 한사발을 함께 해야 여행길 허기짐을
조금은 더디게 할 수 있다. 두껍지는 않지만 잘익은 김치의 맛과 파가 조화로운 전의 맛이 썩 괜찮다.
먹고 즐기고 또 먹고 하다보니 어느덧 커다란 냄비가 점점 바닥을 보여간다.
어죽은 소화가 잘되는지라 두어시간 있으면 또 배가 고파진다.
그나마 김치전과 막걸리를 먹어주면 배꼽시계는 느리게간다.
보기에는 뭣같아 보여도 맛은 괜찮은 편이니 큰 기대를 갖고 먹기보다는 별미로 먹기에는 좋은편이다.
어죽국수를 파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물론 가까운 청계 백운호수에 가면 맛볼 수 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국수를 함께 넣지 말고 어죽을 먼저 먹은 다음에 국수를 넣어 먹었으면 더 좋겠다.
국수가 많다보니 정작 밥알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용현집 앞을 흐르는 용현계곡에도 가을이 한창이다. 가야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계곡물에는
피래미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떨어진 단풍잎은 계곡을 따라 가을여행을 시작한다.
첫댓글 어죽국수는 경남 바닷가 근처에서 몇번 먹어봐서 참 인상 깊었는데 여기도 있네요~
딱 별미로 먹기 좋다는 말씀이 맞는거 같네요~
네, 특별한 맛이 있다기 보다는 별미로 먹는것이더라구요.. 정통 어죽은 강변 평상에서 술한잔과 해야 제맛이더라구요... 미꾸라지 맛이 좀 강해서 저한테는...
ㅎㅎ 이글은 요조님의 조언대로 제대로 하신듯하네요,나도 그리되던디 갈켜주신대로 해봐야징 ^^
지금은 배가 고픈지라,암거나,,다 묵고 싶다는,,,,,,,,,,,끙
전 그냥 똑같이 올렸는데,, 고것만 이상하게 정렬이 안되더라구요..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요!! ㅎㅎ 간단하게 간식 드시구 주무셔유!
단풍든 이곳에서 점심 먹어보고 싶어요~~
네, 올해 가을도 빨리 지나가네요~~ 얼마 안남은 가을에 함 떠나보시지요! 이번주 팸투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