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일 터키행 야간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떠나 터키의 서부 절반을 보름간 (9/1~9/15)에 걸쳐 돌아다녔다.
내가 터키에서 무궁화를 처음 본 것은 이스탄불 도착 1주일 후, 팜필리아 (지중해 연안 지역)의 안탈리아 시(市)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문 (Hadrian's Gate)을 구경갔을 때였다.
어젯 밤 10시에 심야 버스로 괴레메 (카파도키아)를 출발하여 밤새 달려서 오늘 아침 8:30시경에 안탈리아 버스터미널 (오토가르)에 도착하였다. 시내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면서 9시경에 호텔에 도착,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 한숨 잔 다음, 오후 2시경 가벼운 마음으로 시내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문이랑 이곳에서 트램을 타고 몇 정거장 가면 있는 안탈리아 박물관 구경을 할 요량으로 길을 나섰다.
하드리아누스 정문 (Hadrian's Gate)
서기 130년, 로마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5현제 가운데 한 분인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방문을 기념하여 건립한 정문. 원래는 2층 구조였다고 하는데 현재는 1층 부분만 남았다. 양쪽의 높다란 성벽은 탑이라고 하며, 이 정문을 세웠을 때부터 있었던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문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몇 장의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보니, 위 사진의 동그라미 친 부분에 매우 낯익은 나무가 눈에 띄였다. 그렇다! 저 작은 관목은 무궁화였다! 아니? 우리나라 꽃, 무궁화가 여기에??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상하기도 해서 무궁화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나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와우~~ 무궁화다!
Rose of Sharon bloomed at Hadrian's Gate in Antalya, Turkey
꽃 모양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홑겹 무궁화는 아니지만, 잎사귀나 꽃 모양이 틀림없는 보랏빛 겹꽃 무궁화였다.
우리나라꽃 무궁화가 로마제국 최전성기에 세운 기념비적인 건축물 옆에 당당히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아니? 무궁화 나무의 원산지가 원래 지중해 연안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중에 귀국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무궁화의 원산지는 중국, 한국, 인도이며, 유럽에 전파된 것은 15세기 이전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분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꽃 피는 시기는 8월~10월이다. 우리 동네에도 무궁화가 몇 그루있는데 최근(10월초)에 분홍색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렇게 터키 여행 중에 무궁화와 기분좋은 첫 대면을 했다.
두번째로 무궁화를 보게 된것은 하드리안 성문에서 트램을 타고 몇 정거장 가면 있는 안탈리아 박물관 뒷뜰에서였다.
Rose of Sharon, Antalya Museum, Turkey
어라? 여기에도 무궁화가 있네... 허 참, 신기하다 하고 생각했다.
세번째로 무궁화를 만나게 된 것은 셀축의 에페수스 박물관 앞에서였다. 9월12일 파묵칼레를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오후 1~2시경에 셀축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풀고, 늦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박물관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박물관 앞 식당가에 자그마한 공원이 있었는데, 여기에 잘 자란 무궁화 몇 그루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에페수스 박물관 앞 공원의 무궁화
Rose of Sharon bloomed at a small park in front of Ephesus Museum in Selcuk, Turkey
여기서 잠깐 무궁화 (Rose of Sharon)에 대해 공부해 보자. ^^;;
* 일반명 (Common Name): 무궁화 (Rose of Sharon)
* 학명 (Botanical Name):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 (Hibiscus syriacus) - 아욱과 식물이다.
- 히비스쿠스(Hibiscus)라는 이름은 1세기경 그리스의 식물학자이자 약학자였던 베다니우스 디오스코리데스(Pedanius Dioscorides)가 오늘날 마시맬로(Marshmallow)라고 불리는 서양 아욱에 붙인 이름이었다. 18 세기 식물학자 린네가 이 서양아욱에 붙은 히비스쿠스라는 이름을 자신이 시리아에서 발견한 무궁화에 붙였다. 그래서 학명 뒷부분에 시리아쿠스란 말이 붙었다.
* 원산지: 한국, 중국, 인도 - 현재 한국에서는 무궁화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았다. - 무궁화랑 꽃 모양이 비슷한 아욱과 식물로 접시꽃이 있고 자생지도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과거 급제자에게 임금이 하사한 꽃은 바로 종이로 만든 접시꽃이었다. 그것을 어사화(御史花)라고 불렀다.
* 무궁화(Rose of Sharon)가 성경에 등장한 이유: 한마디로 1611년 출간된 영어 성경 (King James Version; KJV)의 번역상의 오류다. 솔로몬의 노래 2장1절에 다음과 같은 귀절이 나온다. "나는 샤론의 장미요, 계곡의 백합이다. (I am the rose of Sharon, the lily of the valleys.)" 여기서 샤론 (Sharon)은 히브리어로 '평원 (Plain)'을 의미한다. 샤론 평원 (The Plain of Sharon)은 오늘날 지중해와 팔레스타인 한가운데 있는 산맥 사이의 해안 평원을 지칭한다. 히브리 말 חבצלת השרון (ḥăḇaṣṣeleṯ hasharon)을 KJV 성경 편집자들이 "샤론의 장미 (Rose of Sharon)" 라고 번역했는데 그 이전 번역에서는 단지 "들판의 꽃" 이라 표현했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이 샤론의 장미는 실제 장미도 아니요, 무궁화도 아닌 샤론 평원에서 자라는 크로커스 (Crocus) 이거나 튤립 (Tulip) 이라고 말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 외
* 또한 일부 성경 해설자들이 샤론의 장미 (rose of Sharon)를 예수로, 백합 (lily)을 그의 신부인 교회로 해석하지만, 이것 역시 자의적인 해석이라 말할 수 있다. 장미로 번역한 것은 영어 성경의 번역상의 오류이며, 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크로커스이거나 튤립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수를 "샤론의 크로커스 혹은 샤론의 튤립"으로 비유하게 되면 쫌 안 어울린다. 뿐만 아니라, 성경에서 교회를 백합에 비유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실제 (교회의 개념이 등장하는) 신약에서 '백합'이라는 단어는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터키의 지중해 및 에게해 연안 지역 (팜필리아와 이오니아 지방)으로 와 보니, 우리나라에서 보다 훨씬 자주 무궁화를 볼 수 있었다. 길가의 작은 공원에서, 또는 길을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무궁화를 볼 수 있었다.
셀축의 성 요한교회 바로 앞 길가에서도 볼 수 있었고 (걸어서 아르테미스 신전 폐허지를 보러 가는 중이었다),
Rose of Sharon bloomed at road side in front of St. John's Church in Selcuk, Turkey
그리스로 떠나기 전, 이스탄불에 다시 들러 코라 수도원 (카리예 박물관)에 들렀다가 바로 위 대략 100 m 거리에 있는 테오도시우스의 성벽 앞 공터에서도 볼 수 있었다.
Rose of Sharon bloomed at front of the Theodosian Walls in Istanbul, Turkey
이스탄불, 코라수도원 근처에 있는 테오도시우스 성벽 앞의 무궁화
무궁화는 특히 유적지와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