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훔 ┃ 머리말
역사의 무대는 드넓다. 때때로 이 무대에 거물들이 등장하여 거들먹거리고,
무력과 재력을 휘두르며 위협과 겁박을 일삼는다. 그들은 자신이 무대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그들은 무대 중앙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들이 큰 소란을 일이키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사실이며,
상당한 주목과 찬탄을 얻어 낼 때도 있다. 세계 열강들, 강력한 군대들,
유력한 인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세계 뉴스의 일면을 장식하는 존재는 언제나
그런 초강대국 몇몇 나라와 그 통치자들이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공원 벤치
등에 새겨 넣은 이름을 오늘까지 남기도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불멸을 얻어 보겠다는 부질없는 ─ 실로 가련한─ 시도였을 뿐이다.
허장성세 부리는 자들이 일으키는 소동에 시선을 빼앗기게 되면, 무대
중앙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신이 하고 계신 일─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다.
신이 일하시는 방식에는 특징이 있다. 그분은 대개 조용히 일하시고, 기도를
통해 일하신다. 시인 조지 메리디스(George Meredith)가 읊은 대로,
“마음을 쪼개며 보도블록을 밀고 올라오는 보이지 않는 힘들, 조용한 사람들과
나무들 안에 숨어 있는 힘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요란스럽고
커다란 것에만 반응하도록 길들여 진다면, 우리는 신의 말씀과 그분의 일하심을
놓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을 가벼이 여기지 마라.
그분은 너희가 만만히 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시다.
그분은 원수들에게 보복하신다.
맹렬한 노를 발하시며 적들에 맞서 일어나신다.
하나님은 버럭 화를 내시는 분이 아니시다.
강한 분이지만 오래 참으신다.
그러나 누구든 그분 앞에서 얼렁뚱땅 넘어 갈 수 없다.
누구든 대가를 치르고야 만다.
(나 1:2-3)
때때로 신은 어떤 이들에게 이런 위세 부리는 인물과 민족과 운동들의
귀추를 유심히 살펴보는 임무를 맡기셔서, 나머지 사람들이 그런 것에
쏟던 관심을 끊고 역사의 주인이신 신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하신다.
주전 7세기 나훔이 바로 그런 임무를 맡았다. 그 당시는 앗시리아로 인해
온 세상이 공포로 떨던 시절이었다. 나훔이 예언의 말을 전할 당시,
앗시리아(수도는 니느웨였다)는 실로 천하무적으로만 보였다. 앗시리아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나훔의 임무를 그런 자유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 신의 백성이 앗시리아 공포증에서 벗어나,
주권자 신을 믿고 그분께 기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나훔의 설교,
성령이 주신 비유, 신의 논리는 한껏 부풀려진 앗시리아의 실체를 드러내고
니느웨의 소란을 정리함으로, 이스라엘로 하여금 앗시리아의 위세가
실은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게 해 주었다. 이제 그들은 상황의
본질에 주목할 수 있었다.
나훔은 이렇게 선포한다.
니느웨에 내리시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너는 이제 끝장이다.
니느웨는 끝났다.
내가 너의 신전을 모조리 부술 것이다.
네 신과 여신들을 쓰레기통에 처넣을 것이다.
나는 지금 너의 무덤을 파는 중이다.
비석 없는 무덤을.
이제 너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그보다 못하다.”…
“앗시리아야, 나는 네 원수다.”
만군의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네 전차들을 불태울 것이다. 잿더미로 만들 것이다.
‘사자 나라’가 이제 송장들로 뒤덮이리라.
전쟁 사업은 이제 끝났다. 네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전쟁을 보도할 일도 더 이상 없고,
승리를 선언할 일도 더 이상 없다.
너희 전쟁 사업은 이제 영원히 끝났다.”
(나 1:14 2:13)
예언자 나훔은 니느웨, 곧 앗시리아에 임할 재앙이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만을 전했기에, 자칫 그를 니느웨를 증오한 사람 정도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나훔은 더 큰 그림을 보며 말씀을 전하고 그 내용을 기록하기에,
적들의 죄 못지않게 이스라엘의 죄 역시 혹독하게 고발을 당하고 있다.
나훔의 취지는 적국에 대해 종교적 증오심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다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원수 앗시리아를 우러러보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마라.
저 자들은 우리와 똑같은 기준으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니.”
[출처] 유진 피터슨, 메시지 성경
[입력] 22년 11월 21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