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몸의 향연
이찬
ARCADE 0004
변형 A5
480쪽
2019년 1월 12일 발간
정가 22,000원
ISBN 979-11-87756-34-7 03810
바코드 9791187756347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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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
‘진리/사건’으로서의 고통과 사랑의 윤리학
이찬 평론가의 두 번째 평론집 <시/몸의 향연>이 2019년 1월 12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이찬 평론가는 1970년 충청북도 진천에서 태어났으며,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저서 <현대 한국문학의 지도와 성좌들> <20세기 후반 한국 현대시론의 계보> <김동리 문학의 반근대주의>, 문학평론집 <헤르메스의 문장들>을 썼다. 2012년 제7회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계간 파란>과 <서정시학>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몸의 향연>을 관통하는 단어는 단연 ‘몸’이다. 저자인 이찬 평론가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몸’은 “심미적 향유나 미학적 비의가 현현할 수 있는 예술 현상학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죽은 노동(tote Arbeit)’인 자본에 앞서 진정한 부의 물질적 원천이며 노동하는 인간의 인격적 존엄성의 기초인 마르크스의 ‘살아 있는 노동(lebendige Arbeit)’, 그것의 가장 근원적인 바탕”이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시/몸의 향연>이 “겨냥하는 자리는 바로 이 두 차원이 교차하는 교집합의 영역이다. 달리 말해, 이 책은 저 미학과 정치경제학을 빠짐없이 가로지르는 자리에서만 우리들 몸의 세계와 세계의 몸이 자유롭게 해방되는 혁명의 시간이 도래할 것임을 믿는다. 또한 그럴 때에만이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풍요롭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을 해방의 미래가, 그야말로 메시아의 시간을 꿈꾸며 방법으로서의 유토피아를 실천하려는 그 말의 참된 의미에서의 윤리학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시/몸의 향연>은 한때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으로 호출되어 온 또는 언제나 새로운 감각의 발현 장소로 갱신을 강제당해 온 ‘몸’을 지양하고, 현재 한국시와 시 비평이 꿈꿀 수 있는 최대치의 윤리학의 장소로 그것을 재맥락화한다. 그래서 예컨대 김민정 시인의 시는 “타인의 고통을 함께 앓는 윤리학적 몸부림”으로 전치되며, 이현승 시인의 현상학적 시선은 “사회의 정치경제학적 압력과 배치와 관계망에 의해 규율되고 통어되는 우리 시대 한국인들의 육체성”으로 현현하며, 이근화 시인의 시는 “고통스럽지 않은 것, 고통이 없는 것은 결코 윤리적일 수 없다는” 레비나스적 의미의 “‘고통의 윤리학’의 가공할 위력”이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가장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사건들”로 정립되며, 장옥관 시인의 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구석진 세상의 곳곳에서 신음 소리를 뱉어 내는, 고통스런 비명으로 얼룩진 타자들에게로 다가가 그들의 곪은 상처와 아픈 흉터를 어루만지려는 응답과 책임으로서의 윤리”로 거듭난다.
<시/몸의 향연>은 따라서 어쩌면 차라리 “고통의 윤리학”이라고 명명하는 게 더 정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찬 평론가가 황인숙 시인의 시에서 자아 올린 “오히려 아프고 망가진 몸들로부터 뿜어져 나올 수밖에 없을, 그리하여 훨씬 더 강력한 충동으로 치솟을 수밖에 없을 새파란 젊음의 기쁨과 살아 있음의 황홀경들”과 “몸의 세계와 세계의 몸이 하나를 이루는 공실존의 몸”은 “결국 무수한 몸들의 세계가 서로 겹쳐 떨리는 순간, 저들 각각의 몸들이 서로에게 습합되어 마치 하나의 주름처럼 출렁이게 되는 순간의 밀도와 형세”로서의 ‘사랑’이라는 한국시의 “미친 벡터”를 한국 시단에 선사한다. 이는 “매 순간마다 새롭게 탄생해야 할” ‘진리/사건’의 자리임에 분명하다. 단언컨대 이찬 평론가는 단지 시를 잘 읽거나 시인과 숨결을 나누는 평론가를 이미 뛰어넘었다. 그는 사랑을 실천하는 혁명가이자 한국 문단에서 어느 순간 사라진 지성인으로 도래했다.
저자 약력 ▄
이찬
1970년 충청북도 진천에서 태어났다.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저서 <현대 한국문학의 지도와 성좌들> <20세기 후반 한국 현대시론의 계보> <김동리 문학의 반근대주의>, 문학평론집 <헤르메스의 문장들>을 썼다.
2012년 제7회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계간 파란>과 <서정시학>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
005 책머리에 살의 존재론과 사랑의 윤리학
제1부
027 그로테스크와 카니발—김민정의 시
050 주름, 몸의 정치경제학—이현승의 시집
070 사랑의 몸들, 몸의 흔적들—신미나의 시
088 시/몸의 향연—김혜순, 박해람, 최석균, 정영희의 시
102 교향악적 리듬의 몸들—황인숙, 이설야, 송민규의 시집
128 몸들의 주술, 산책자의 몸들—허수경과 김이강의 시
제2부
143 카오스모스, 제유법과 콜라주의 교향악—이근화의 시
168 주술적 엑스터시, 애니미즘의 처연한 리듬감—신해욱 시집 <생물성>
187 감각 너머의 감각들, 운명론적 예지의 문양들—노춘기의 시
203 타자의 얼굴, 저 지워지지 않는 고통의 비린내들—장옥관의 시집
227 침묵으로 울려 나는 몸의 사건들—김유자의 시집
250 에로스의 선율, 여성성의 에크리튀르—이은규와 서안나의 시집
제3부
269 시/헤르메스의 문장들—이경임과 안희연의 시
280 그로테스크의 몸과 말—김하늘과 권민경의 시
297 과거의 타나토스, 에로스의 미래—장석원의 시
315 몸, 풍경과 마음의 스밈—윤영숙의 시
326 생명의 주술, 허무의 현시—허수경과 이경임의 시집
335 메시아적인 것의 도래, 사랑하는 싸움으로서의 시—최금진과 안현미의 시집
제4부
347 알레고리, 2010년대 한국시의 화두—황성희와 진은영의 시
367 감각, 실재, 알레고리: 우리 시대 신진들의 예술적 짜임—강윤미, 권지현, 박성현, 박희수, 김학중, 김성태, 김재훈, 기혁, 김현, 박지혜의 시
388 천의 진실로 열리는 천의 페르소나들—이운진, 김충규, 정용화, 김다호의 시
400 사건들의 현시로서의 문학사—새로운 문학사를 위한 단상들
423 1941년 2월 10일: 한국적 낭만주의의 탄생—서정주의 <화사집>
463 힘과 정념의 인간학, 능동적 허무주의자의 탄생—성석제론
책머리에 ▄
‘시/몸의 향연’은 (중략) 시와 예술이란 이미 있는 세계가 아니라 있어야 할 세계를 현시하고 실천하는 자리에서만, 제가 품은 잠재력의 최대치와 순도 높은 존재론적 광휘를 뿜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그것은 우리들 각자의 몸과 세계의 몸이 만나는 ‘살’의 존재에서 “체험된 지각 작용들과 감정들을 초월하는” 또는 “지각적이고 정서적인 질료적 선험성”(<철학이란 무엇인가>)으로 존재하는 세잔의 ‘본유 감각들(les sensations innées)’이나 메를로-퐁티의 ‘원초적 견해(une opinion originaire)’만을 발견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에서 유래하는 심미적인 향유나 미학적인 체험, 그리고 예술 현상학만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
도리어 이미 주어진 지각 작용이나 구태의연한 감수성의 구조를 초탈한 심미적 향유의 순간이나 미학적 비의의 사건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수긍하면서도, 나날의 삶의 방향과 물질적 생활의 조건들을 틀 짓고 우리 모두의 몸을 특정한 방식으로 규율하고 훈육시키는 자본주의적 일상성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더불어 몸의 정치경제학을 동시에 포괄하고자 한다. ‘시/몸의 향연’은 몸의 세계와 세계의 몸, 그리고 이들이 만나 더불어 생성하는 ‘살’의 존재가 심미적 향유나 미학적 비의가 현현할 수 있는 예술 현상학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죽은 노동(tote Arbeit)’인 자본에 앞서 진정한 부의 물질적 원천이며 노동하는 인간의 인격적 존엄성의 기초인 마르크스의 ‘살아 있는 노동(lebendige Arbeit)’, 그것의 가장 근원적인 바탕을 이룬다고 보기 때문이다.
몸의 세계와 세계의 몸, 이들이 함께 이루는 ‘살’의 존재는 심미적 향유나 미학적 체험의 차원에서도 필수 불가결한 전제일 것이다. 그러나 또한 ‘살아 있는 노동’이란 개념을 통해 노동하는 인간의 몸과 그것에 깃들일 수밖에 없을 인격적 존엄성을 정초하고자 했던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에서도 다시 새롭게 탐구되어야 할 중요한 주제일 것이 틀림없다. ‘시/몸의 향연’이 겨냥하는 자리는 바로 이 두 차원이 교차하는 교집합의 영역이다. 달리 말해, 이 책은 저 미학과 정치경제학을 빠짐없이 가로지르는 자리에서만 우리들 몸의 세계와 세계의 몸이 자유롭게 해방되는 혁명의 시간이 도래할 것임을 믿는다. 또한 그럴 때에만이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풍요롭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을 해방의 미래가, 그야말로 메시아의 시간을 꿈꾸며 방법으로서의 유토피아를 실천하려는 그 말의 참된 의미에서의 윤리학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윤리학은 육체적 실존이 절규하는 그 모든 실존적 감각의 장에서 만나게 되는 소수자들과 민중들을 껴안으면서, 그들의 고통과 투쟁과 해방을 동시에 드러내고 북돋으려는 ‘사랑의 윤리학’으로 명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략) 현실에 이미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마다 새롭게 탄생해야 할 그 무엇에 가까울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자리에서 탄생하는 ‘진리/사건’ 같은 것일 수밖에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