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분산의 우단동자(羽緞童子)꽃
창나리 입구에서 계단을 밟아 오르기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두어 번 쉬어서 8분여 만에 첫째 봉우리인 창진봉에 도착하여 긴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땀을 훔치고 빙수를 한 모금 마시니 상쾌함에 날아 갈 듯하다. 의자에 일어서 출발 하려는데 앞에 보이는 무덤 앞쪽에 붉은 우단동자꽃이 아름답게 화사하게 피어 있다. 잎과 줄기에는 온통 하얀 솜털로 감싼 우단동자 꽃이다. 뒤편에 또 한 포기가 꽃을 피우고 있다.

마분산의 우단동자 꽃(위. 아래 그림)

반가운 마음에 폰에 담고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누가 심었을까? 자라고 있는 위치로 보아서 사람이 인위적으로 심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새가 씨앗을 먹고 배설한 것이 자란 것일까? 바람에 실려 온 것일까? 이유야 어찌되었던 마분산을 산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다.
우단(羽緞)은 “짧고 고운 털이 촘촘히 심어진 직물. 즉 벨벳 (Velvet) 파일직물(pile 織物:添毛織物)의 하나로서 직물의 표면에 연한 섬유털이 치밀하게 심어진 직물. 비로드(veludo) 또는 우단(羽緞)이라고도 한다.” 고 사전에는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동자꽃'이라는 이름은, 여리고 청초한 붉은 꽃이 때 묻지 않은 어린 동자의 볼그스레한 볼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붉은 꽃 우단동자
우단동자꽃은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석죽과의 동자꽃속으로, 꽃말은 영원한 기다림이라고 한다. 우단 동자꽃은 여름꽃으로 상록숙근초(常綠宿根草)다. 따라서 매년 묵은 뿌리에서 봄이 되면 새 싹을 틔워서 여름에 아름다운 예쁜 꽃을 피워준다. 주로 붉은 꽃인데 지금은 개량종이 나오면서 분홍색과 흰색 꽃이 있다고 한다.

흰꽃 우단동자
학명은 Lychnis coronaria (L.) Desr. 영명은 Campion Rose, Dusty-miller, Pink mullein, Rose campion 등으로 불러지며 줄기와 잎이 은백색 솜털로 뒤덮여 플란넬초 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취선옹(醉仙翁) 또는 수선옹(水仙翁)이라고 한다.

전해오는 우단동자꽃의 애절한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깊은 산 속 작은 암자에 스님과 동자승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동자승은 스님이 공양미를 얻으려 마을로 내려갔다가 허기져 쓰러져 있는 것을 불쌍히 여겨 데리고 온 아이였습니다.
동자승은 스님을 할아버지처럼 따르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요. 몹시 추운 어느 날, 스님은 월동 준비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동자승이 따라가겠다고 칭얼대었지만 문고리에 손가락을 대면 쩍쩍 달라붙는 날씨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암자를 떠나서는 안 되느니라. 내 빨리 일을 보고 올라올 테니 조금도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이르고는 산을 내려와 일을 마친 스님은 혼자서 무서워하고 있을 동자가 걱정이 되어 눈발이 내리는 산길을 허겁지겁 바쁘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먹 만 한 눈이 쏟아지면서 폭설로 변하여 순식간에 그만 산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스님은 암자로 가는 길이 막혀서 도저히 암자로 돌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에 묵으며 걱정으로 나날을 지새우다 눈이 녹아 길이 틔어지자 부랴부랴 황급히 발길을 재촉하여 암자로 오르다가 바위에 앉아 있는 동자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때는 이미 늦어버려 안타깝게도 동자승은 아랫마을로 오르내리는 길목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앉은 채로 얼어 죽어 있었습니다. 동자승은 스님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오랜 기다림과 살을 에는 칼바람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기다리다가 얼어 죽었다는 것을 알 게 된 스님은 가슴을 치며 슬퍼하였습니다. 따라가겠다며 보채던 동자를 왜 홀로 두고 내려갔었는지 후회가 막심하여 더욱 애통해 했습니다.


“동자꽃”이름을 붙인 꽃들 중에는, 제비 꽁지를 닮았다고 하여 “제비동자꽃” 줄기와 잎에 잔털이 많이 난 “털동자꽃” 마치 우단 같이 부드럽다고 하여 “우단동자꽃” 그리고 “수레(애기)동자꽃” “붉은동자꽃”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우단동자꽃은 6∼7월에 붉은색·분홍색·흰색 등으로 피는데, 지름 3cm 정도로서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꽃잎 5개, 수술 10개, 암술대 5개이며 꽃받침 통은 길이 1.5cm 정도로서 뚜렷한 맥이 있다. 가을에 일찍 파종하면 이듬해에 꽃을 볼 수 있으나 가을 파종도 늦으지면 이듬해에 꽃을 피우지 않고 봄에 파종한 것과 같이 다음해 여름에 꽃을 피운다.
개비리길과 마분산길에 우단동자꽃이 잘 자라서 많은 꽃을 피워 그 씨를 온 산야에 흠뿍 뿌려 아름다운 꽃을 해마다 보기를 소원하며, 산행하는 우리 모두가 우단동자를 아끼고 사랑하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우단동자꽃을 통채로 뽑아가지 말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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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서 : 이 글은 2017.6.4. 본 카페 자유게시판에 등록된 글을 자유게시판을 삭제하면서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