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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인 준비물
개괄적인 내용은 어느 정도 적은 것 같다. 선택과목이 뭐고 시험은 몇 분간 치고 어디서 공무원 모집을 하고 있고 종류는 어떤 것이 있고 하는 내용들은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검색할 수 있으므로 과감하게 패스. 일단 공무원을 하기로 정했다 치자. 당장 필요한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 강의, 강사, 교재
일단 학원과 선생, 그리고 교재를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이 공시생활을 전반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에 신중히 정해야 하지만, 이 선택 단계를 미적거리면 이후 계획들도 모두 미뤄지기 때문에 빠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양면적인 단계이기도 하다. 이 부분이 사실상 공시 전체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후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 문구류
의외로 이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서 굳이 추가해둔다. 예상해보건대 필기구 이야기를 따로 하지 않는 것은 중간에 바꾸기 쉽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역으로 한번 선택한 학원이나 강사는 바꾸기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다수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바꾸지 말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보통 책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적어보자는 취지이니 이 이야기가 필요없다면 넘어가셔도 무방하다.
공시생은 공부 외에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취미활동이나 기타 스트레스를 풀 수단이 없다. 여기서 공시생이 많이 파고들게 되는 분야가 자기와 가장 많이 함께 하는 문구류... 그렇게 하나둘씩 ‘문구류 덕후’가 되어가는 것 같다. 공시생들이 많이 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공시생’을 검색하면 ‘XX 떡메모를 샀다’거나 ‘XX 펜이 좋은 것 같다’는 사진이 상당히 많다.
모나미 153 - 몸통 등은 모나미 팝업스토어에서 구입
마하펜3, 델가드, 동아 터치 컴퓨터펜(아마 3년쯤 사용한듯?)
사진엔 없지만 제트스트림도 사용
그럼 공시생에겐 어떤 학용품이 필요할까? 다른 건 몰라도 ‘컴퓨터용 사인펜(컴싸)’만큼은 필수다. 어떤 공시생은 아예 시험을 볼펜, 샤프 다 생략하고 컴퓨터용 사인펜만으로 다 푸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시험 OMR카드는 마킹을 하는 부분이 타원형(0)이 아니라 원형(ㅇ)이므로 일반적인 펜촉이 아니라 이 마킹만을 위한 컴퓨터용 사인펜이 따로 있다. 익숙해지면 마킹 시간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시험 100분에는 마킹시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마킹시간을 줄이는 것도 기술. 컴퓨터용 사인펜은 처음 사면 촉이 단단하기 때문에 미리 부드럽게 되도록 몇 번 눌러서 써보고 시험장에 가도록 하자.
그리고 일반적인 필기를 위해서는 샤프와 연필, 볼펜이 필요하다. 어떤 브랜드의 필기구를 쓸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 취향. 개선된 책도 있지만 일반적인 공무원시험 기본서는 종이가 상당히 얇아 수성펜, 중성펜을 사용하면 뒤쪽까지 번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리고 어쨌거나 오래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선택 기준 중 하나. 인터넷에서 ‘고시펜’이라고 검색하면 몇몇 추천 볼펜들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미쓰미시연필에서 만든 제트스트림과 시그노, 제브라에서 만든 사라사, 모닝글로리에서 제작한 마하펜 정도를 꼽는다. 아예 싼 제품으로 많이 쓰겠다면 BIC볼펜, 모나미의 모나미153과 FX제타, 동아연필 스피디볼 정도를 추천한다.
샤프는 매우 싼 제품과 매우 비싼제품의 차이가 굉장히 심한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샤프보다는 볼펜을 더 많이 썼고 샤프는 시험칠 때만 사용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필자가 썼던 샤프는 제브라 델가드와 모나미153 ID 샤프. 지우개는 ain 지우개가 찌꺼기가 적어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필수까지는 아니지만 형광펜도 중요하다.
동아 색연필(번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형광펜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
모나미 슈퍼에딩 형광펜, 동아 트윈라이너, 모나미 아쿠아플러스
형광펜의 최중요 조건은 번지지 않는 것. 스테들러에서 만든 텍스트서버 형광펜, 샤피에서 만든 엑센트 형광펜이 많이 쓰이며, 너무 형광색이 밝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지브라 마일드라이너를 사용한다. 싼 제품으로는 동아연필 트윈라이너, 모나미 슈퍼에딩 시리즈 정도. ‘고체 형광펜’이라는 것도 있는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니 문구점에서 샘플을 미리 써 보자.
마지막으로 수정테이프. 수정테이프를 써도 되는 시험이 있고 쓰면 안되는 시험이 있다. OMR 기술이나 OCR 기술이냐 하는 어려운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2017년 기준 OCR 판독을 사용하는 국가직시험, 그리고 인천시와 경기도 지방직시험은 수정테이프를 사용해도 되지만 OMR 판독을 사용하는 기타 공무원시험에서는 수정테이프를 사용하면 안 된다. 기술상으로는 OMR도 수정테이프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판독오류 발생 시 시험운영상 문제로 금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거나 쓰지 말라는 곳에선 쓰지 말자. 수정테이프를 너무 싸구려로 사면 판독 시 뜯겨나가거나 벗겨질 수 있으니 주의. 또 수정테이프를 제외한 수정스티커나 수정액은 허용하지 않으며 이를 사용할 경우 모든 불이익을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AST 102 독서대
아래쪽 스프링이 저런 형태로 된 걸 사야 오래 쓸 수 있다
'2단 독서대'도 많이 구입하는 편
관절 스탠드조명. 용산에서 직접 3만원에 구입.
마트 LED 조명이 너무 어둑어둑해서 이걸 구입한 뒤
LED전구 18W를 구매해 달았다
이 외에도 문구류는 정말 많다. 독서대도 종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고, 메모지도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플래너도 공시생용 플래너가 따로 나온다. 하지만 여기부터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선택이니 이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겠다.
* 공부할 장소
실강을 듣느냐의 여부에 따라 다르다. 학원 내 자습실을 이용할 수도 있고 별도로 독서실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 카페에서 공부하거나(흔히 ‘카공’이라고 줄여부른다) 그냥 집에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 이 역시 뒤에서 따로 설명한다.
* 튼튼한 마인드
- 심리상태가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시험
중요한 준비물이 하나 더 있다. 강한 ‘멘탈’이다. 사실 필자는 이런 점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편에 속할 것 같다. 16년 면접 탈락 통보를 받은 당일날 노량진으로 달려가 바로 내년을 준비하는 책을 샀었을 정도니까. 나중에야 알았지만 보통 떨어지면 1주일정도는 회복불능이 되고 길게는 몇 달 동안 계속 생각이 나게 된다고 한다.
시험 당일을 생각해보자. 일반행정 9급은 1년에 많아봤자 3번의 시험이다. 거기선 긴장감이 누구나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그걸 극복하는 건 결국 자신뿐이다. 마킹실수라도 있게 되면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리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유독 마킹 실수가 많았다. 17년 지방직 시험 때는 답안지를 2번이나 교체했고 다른 실전시험에서도 OMR을 심심찮게 틀렸다. 시간이 모자라 두세 문제를 찍어야 할 때도 많았다.
이런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도 성격은 일상의 공부에 영향을 미친다. 굉장히 민감한 성격인 사람들은 별의별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심지어 자기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스스로 생각하면서 자진해서 슬럼프에 빠진다. 이것이 발전하면 우울증이나 기타 심리질환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뉴스를 찾아보면 공시생은 일반인과 비교해 심리질환, 즉 마음의 병이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노량진이 속한 동작구 보건소는 주기적으로 공시생들에 대한 심리질환 무료 진단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에 나오지는 않지만) 1년에도 몇 명은 노량진에서 스스로 목숨의 불을 꺼버린다.
필자는 심리상태 전문가가 아니다. 그리고 공시 생활 중 그렇게 스트레스를 겪은 편이라고 볼 수 없다. 스트레스만 받으면 바로 소화기관에 이상이 오는 체질이라 최대한 스트레스 요인을 통제해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남들만큼의 산전수전을 거친 사람으로서 적어본다. 우선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자신이 슬럼프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정확히 세워두고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 이를 발전시켜 자신만의 좌우명을 세우는 것, 또는 유명인사의 명언을 한두 개 골라두는 것도 좋다. 마음이 흔들릴 때 큰 도움이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이런 좌우명이었다.
현실을 직시하라. 하던 대로 하라. 자만하지 말라.
필자는 아직도 이 세 문장의 좌우명이 공시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모두 관통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앞으로도 이 문장이 자주 등장할 예정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른바 ‘공부자극’이라는 이름으로 ‘쓴소리’ 시리즈 영상이나, 추천 도서가 올라오고는 한다.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 정말 공부를 할 의욕이 제로가 되는 순간이 오면 이런 내용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이런 공부자극 콘텐츠를 찾아다닌다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격이 되니 주의.
그리고 공무원시험을 일단 시작하면 모든 외부의 자극에 둔감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 둔감해져야 한다. 다른 공부법이나 합격수기를 보면 공무원시험을 하게 되면서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차단했다거나 폰을 없애버렸다거나 하는 내용을 많이 보게 된다. 이는 자신의 공부시간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외부 자극을 줄여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SNS, 특히 페이스북을 끊는 이유도 주변 사람들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발생하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그로 인한 슬럼프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명절에 공시생이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것도 그 시간에 공부를 하려는 목적, 명절 시기 가족·친척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목적이 같았다. 필자는 공시생활 첫 해 이후 명절 때 고향에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인간관계뿐만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발생하는 외부자극도 최대한 줄이자. 여기에는 매 끼니를 무엇으로 먹을까 하는 고민, 오늘 뉴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 등이 포함된다. 자신의 공부 성과와 성적조차도 여기에 포함된다. ‘언젠가는 오르는’ 성적을 가지고 너무 단기간의 결과만을 놓고선 ‘나는 이대로 내년에 떨어지는 건가’라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빨리 합격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마음가짐은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필기시험 탈락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시험을 빨리 붙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이 설사 떨어진다 하더라도 자신은 이 탈락을 덤덤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내 능력이 부족했다.’, ‘그저 아깝게 운이 없었을 뿐이다’,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어차피 떨어질 점수였다’정도로 생각하고 빠르게 잊자. 이를 속세에서는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라고 부르지만 그 단어를 쓰진 않겠다. 그저 모든 것에 덤덤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생각하라. 그래야 공부도 평온하게, 그리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를 없앨 수단 하나는 남겨두자. 무엇이든 좋다. 보통 영화나 문구류 구입, 노래방을 많이 택한다. 필자는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핸드폰에 한 두개의 게임은 남겨뒀다. 신작 게임을 계속 하진 못하지만 ‘이거라도 하는게 어디냐’는 마음가짐으로 그 게임만 몇 년을 했다. 게임을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삼으려면 게임 종류와 플레이시간의 제약을 철저하게 걸고 이를 그대로 지켜야만 한다. 영화나 독서도 과하면 공부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역효과를 낸다. 또 술과 담배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포함하지 말자.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시 기간 중엔 끊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