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에 ‘송도’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국제도시’, ‘카페’, ‘맛집’ 등이 따라온다. 송도 신도시가 ‘갯벌’ 위에 세워진 도시이지만, ‘갯벌’은 검색 순위권에는 없다. 그리고 송도갯벌이 지자체에서 지정한 1호 갯벌 습지보호지역이고, 10년 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것이 ‘갯벌’을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이다. 과거에 갯벌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겼고, 간척하여 농지, 공단, 아파트, 공항 등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갯벌은 하느님 이 주신 선물 중 우리나라, 특히 인천 사람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송도갯벌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대규모 간척으로 대부분 사라졌고, 약 6km2 만이 남아있다. 이 갯벌에는 총 91종 10~12만 마리의 물새가 서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는 갯벌이 물새들의 먹이 공급원이자 쉼터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우리 갯벌은 2022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되기도 했다. 물새의 먹이가 되는 갯지렁이, 조개류와 같은 대형저서무척추동물이 우리나라 갯벌에 약 1,000종이 살고 있는데, 이는 유럽 와덴해 갯벌 보다 2.5배 많은 정도로 우리 갯벌의 생물다양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종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서식밀도도 높다. 과거 송도갯벌은 유명한 동죽어장이었다는 기록은 문헌으로만 남아있다.
송도갯벌, 강화갯벌 등 인천 갯벌은 한강하구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한강을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오염물질이 갯벌로 흘러 들어오고 있는데, 인천 앞바다의 수질은 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인천 갯벌 덕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갯벌은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2021년 해 양수산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질정화 기능이 연 간 16조 4천억 원으로 평가된 갯벌의 가치는 18조 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필자를 비 롯한 국내 연구진의 연구에 의하면 갯벌에 살고 있는 미물에 불과한 미세조류(머리카락 크기)는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온실가스인 탄소를 갯 벌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 양을 따져보니 연간 20만 대의 승용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저장하 는 양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인천, 경기도의 갯벌이 가장 많은 양을 저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생물다양성, 수질정화, 온실가 스 흡수 연구 등은 최근 10년 동안의 연구이다. 앞으로 어떤 가치가 밝혀질지 모르겠다. 그런데 갯벌 간척은 계속되고 있다. 갯벌은 공유수면이며 공공 용으로 사용되는 수면으로 즉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런데 갯벌을 누군가 매립하면, 그 땅은 그의 소유 가 된다. 우리 갯벌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의 유산이 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 모두의 유산이 되어야 한 다. 그나마 남아있는 송도갯벌은 지켜져야 하고, 세계 최대의 가치로 알려진 강화갯벌 또한 세계유산으로 모든 인류에게 물려줘야 한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을 우리만 쓰고 버려서는 안 되고, 후세에게도 물려줘야 한다.
권봉오 국립군산대학교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 새만금환경연구센터 센터장
2024년 1월 28일┃연중 제4주일 (해외 원조 주일) '믿음과 은총'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