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값은 싸다. 생수는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우리는 물 부족에 대해 그다지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물 부족이 지구와 인류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세계경 제포럼이 물 부족과 담수 생태계 위기로 인한 경제적 가치 손실을 58조 달러(7경 6천조 원) 즉, 전 세계 GDP의 60%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UN 등 국제기구들은 전 세계 36억여 명이 최소 한 1년에 한 달 동안은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으며, 몇 년 안에 세계 인구의 2/3가 물 부족에 직면 할 것이며, 22억의 인구는 안전하게 관리되는 식수를 음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국토 면적이 좁고 산지가 많으며 하천의 경사가 높고 길이는 짧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강우의 대부분은 바다로 흘러 나간다. 그래서 신라시대 이래로 우리나라는 하천에 물을 가둬두고 충분 히 이용할 수 있도록 저수지, 제방, 보와 댐 등을 축조했다. 한강의 댐들은 도시·농업·생산·가정 등의 용수로 이용할 수 있게 수자원을 저장한다. 그리고 서울 잠실보와 김포 신곡보는 한강 수위와 유량을 조절하고, 염분이 많은 바닷물이 수돗물의 취수 지점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식수로 이용하는 수돗물은 고도 정수처리 되어서 공급되는 안전하고 좋은 물이다.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나 라는 전 세계 10여개 나라에 불과한데 다행히 우리나라가 그중 하나이다. 하지만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에 대해 보통은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수돗물을 끓이거나 생수를 사서 마신다. 이것은 전기 사용과 플라스틱 배출을 늘리고, 결과적 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 다. 또한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는 햇빛을 받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미세플라스틱 함량이 많아진다. 건강에 좋을리 없다. 지하수를 병에 넣어 판매하고, 그로인해 생수 이용이 많아질수록 지하수 고 갈이 앞당겨지고 결국은 우리의 후손들이 이용할 물까지 빌려 쓰는 셈이다.
근래 우리나라의 물 형편이 썩 좋지 않다. 지난봄의 가뭄은 50년 만에 최악이었고, 남부지방은 농업용수는커녕 식수마저 걱정해야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중부와 남부지방의 강수량 차이가 532.5㎜로 1973년 이래 최대치였다고 한다. 이처 럼 강우량은 계절별,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가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이에 대비하려면 빗물과 하·폐수등 수자원 재 처리를 통한 ‘물의 재이용’, 노후한 수돗물 배관에 서의 ‘누수 최소화’, ‘해수의 담수화’ 등 여러 방법 으로 물을 잘 이용하고 관리해야 한다. 성 프란치 스코의 <태양의 찬가>처럼 한 방울의 물도 ‘쓸모 있고 겸손하며 맑고 소중하다’는 인식으로 물 절약과 물의 적정 이용을 우리 스스로 실천하자.
김진한 프란치스코 인천대학교 명예교수
< 2023년 12월 17일┃대림 제3주일 (자선 주일) 교구주보 '빛과 소금'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