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이제형 손해사정사와 함께 하는 교통사고이야기 "이럴땐 이렇게"(공동불법행위 및 과실비율 산정원리. 18.7.23. TBN 광주교통방송 스튜디오 973)

[이제형]

TBN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방송 광주 스튜디오 973

이제형 손해사정사와 함께 하는 교통사고 이야기 "이럴땐 이렇게"

2018년 7월 23일 월요일 오전 10시 15분 방송분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교통사고사례를 통하여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 및 대처요령 등에 대하여 알아보는 코너이다.

만일 앞차량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 드는 바람에 이에 놀라 핸들을 꺾다가 인도로 걸어가는 행인을 친다면?

이 때 발생하는 법적 문제점 등에 관하여 지금부터 이제형 손해사정사와 함께 풀어보도록 한다.

18.7.23. 방송분

공동불법행위(부진정연대채무) 및 과실비율 산정원리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1차로를 주행하던 ‘나급해’는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2차로로 급핸들을 조작하는 바람에 2차로를 따라 정상적으로 운전하고 있던 ‘길따라’는 미처 제동을 하지 못하고 자신 승용차량의 운전석쪽 앞면으로 ‘나급해’의 차량의 우측 측면을 들이받았다.

이 때 승용차의 운전수 ‘길따라’는 ‘나급해’가 갑자기 자신에게 돌진해 오자 당황하여 살짝 핸들을 우측으로 돌렸는데, ‘나급해’의 차량과 부딪치는 충격이 더해져 보도를 침범하였으며, 정상적으로 보도를 걷고 있던 행인을 충격하는 2차 사고로 이어져 행인이 크게 부상을 당하였다.

이 때 행인은 누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며, 양 차량의 과실비율 및 행인의 과실비율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 봅시다.

Q. 운전을 하다 보면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옆에서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들로 인해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만일 이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다면 정상적으로 주행하는 차량 입장에선 많이 억울할 것 같아요. 게다나 사례에서는 2차사고로 이어져 지나가는 행인에게까지 부상을 입혔는데, 이럴땐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여 원인을 제공한 차량과 직접 피해자를 들이받은 차량 중 누가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며, 양 차량의 과실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사례의 경우는 차량 때 차량 사고 및 인사사고가 혼합된 유형의 사고인데요, 이 사례를 통하여 가해자가 여럿인 경우, 즉, 공동불법행위의 일반원리와 과실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가해자가 여러명인 경우 행인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줘야 하는가의 문제부터 풀어보겠습니다.

Q. 사고에서 피해자를 직접 충격한 차량은 정상적으로 2차로를 주행하던 ‘길따라’의 승용차였지만, 그 선행원인이 된 것은 ‘나급해’가 운전하던 승용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어서 일어났는데, 원인을 놓고 보면 ‘나급해’가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 것 같고, 직접 피해자를 충격한 것은 ‘길따라’의 승용차인 것을 생각하면 ‘길따라’가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 것 같고,

이럴 땐 누가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 지 궁금하네요?

A. 우선 정답은 ‘양차량 모두 보행자인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입니다.

위와 같이 여러 차량간의 다중사고로 인하여 지나가던 행인이나 승객에게 피해를 입힌 유형의 사고를 우리 민법에서 ‘공동불법행위’라 하여 다룹니다.

일반적으로 ‘공동불법행위’라 함은 불법행위자 상호간에 서로 공모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비록 차량의 운전자들 사이에 공모 내지 의사교환은 없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합니다.

이렇게 서로 공모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불법행위가 중복되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에 가해자들 상호간에는 법적으로 ‘부진정연대채무’가 성립하며, 피해자에게 입힌 손해액 전부를 물어주어야 합니다.

Q. ‘부진정연대채무’ 말이 상당히 어려운데요?

A. 네 법률용어라 말이 상당히 어려운데요, 일반적인 연대채무의 경우에는 서로 함께 연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합의가 있지만, 사례와 같은 경우에는 가해자들 상호간에 이러한 합의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 상호간에는 연대채무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우, 즉, 서로 합의가 있는 진정한 연대채무와 구별하여 ‘부진정연대채무’라 합니다.

Q. 아 서로 공모할 의사는 없었을 지라도, 우연히 공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에 가해자들 상호간에 발생하는 연대채무를 ‘부진정 연대채무’라고 하는 것이네요?

여기서 궁금한 것은 ‘나급해’랑 ‘길따라’ 양차량의 운전수 모두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각자 자신의 과실비율 만큼만 배상해 주면 되는 것인가요?

A.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사례에서 양 차량 모두에게 어느 정도 과실이 인정된다면, 피해자는 아무에게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해배상을 청구당한 가해운전수는 자신의 과실비율 만큼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 전부를 배상해 주어야 합니다.

참고로 과실비율의 입증이 곤란할 경우에는 실무상 균등하게 과실비율이 적용되는데, 다중 연쇄추돌사고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Q.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가해자가 전부 손해를 배상해 주게 되면 그 가해자의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수 있겠네요? 자신의 과실비율을 초과해서 손해를 배상해 주었는데, 이에 대하여는 돌려 받을 수 있나요?

A. 네 정답은 ‘돌려 받을 수 있다’입니다.

사례와 같은 경우에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며, 이럴 경우 ‘부진정연대채무’가 발생한다고 했는데,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해자들 상호간에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자동차사고에 있어서 ‘공동불법행위’의 경우에 우리 판례는 자신의 과실비율이 정해질 경우에는 자신이 부담할 부분을 초과해서 물어준 손해액에 대하여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들에게 ‘구상청구’, 돈을 돌려 달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무에서는 보통 과실이 많은 가해자의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손해액을 전부 배상해 주고, 상대 보험회사에 구상청구를 하게 됩니다.

Q. 그럼 피해자 입장에서 과실이 많다고 보여지는 가해자에게 청구한다고 본다면 사례의 경우에는 보통 급하게 끼어든 ‘나급해’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네 뒤에서 오는 차량을 살피지 않고 갑자기 끼어든 차량의 과실을 더 높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사고에서는 보통 갑자기 끼어든 ‘차량’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됩니다.

Q. 여러 차량들간의 다중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발생하였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실무상 보통 과실이 많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만일 그렇게 하지 않고 아무에게나 청구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가해자는 그 손해액의 일부만 물어주는 것이 아니라 전부 물어주어야 한다는 사실! 기억해 두시면 유용하시리라 봅니다.

다음으로 궁금한 것은 양차량이 서로 부딪혔는데, 이럴 때 양차량 간의 과실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A. 갑자기 끼어든 차가 후행하는 직진차량보다 앞질러서 끼어들었다고 가정하고 양차량간의 과실비율에 대하여 판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길따라’는 정상적으로 주행하고 있었는데, ‘나급해’는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끼어들었습니다. 즉 ‘나급해’는 진로변경신호의무 위반도 하였으며, 정상적으로 주행하는 차량의 진로도 방해하였습니다. 당연히 ‘나급해’의 과실이 훨씬 크다고 봐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 과실비율은 보험회사 과실인정기준에 따를 경우 8:2가 됩니다.

하지만 최근의 판결례에서는 갑자기 끼어든 차량의 운전수에게 100% 과실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Q. 보험회사 기준과 판결 기준이 왜 다른가요?

A. 보험회사는 획일적으로 규정된 기준에 의하여 판단할 수 밖에 없고, 법원은 판사의 재량에 따라 판단하므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Q. 제가 생각할 때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으로 인해 미처 제동하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이럴 경우 정상적으로 주행하는 차량의 입장에서는 과실이 조금이라도 잡힌다면 많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비슷한 교통사고의 유형일 지라도 상황에 따라 과실비율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과실이란 무엇이며, 그 비율을 산정하는 원리는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네 우선 과실이란 무엇인가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범죄학에서 어떤 범죄를 저지른다고 가정할 경우, 그 사람의 주관적인 심리상태를 분석해 보면 인식과 의도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훔친다고 가정할 경우, 물건을 훔친다는 인식과 그 물건을 내 점유로 옮긴다는 의도를 갖고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즉, 주관적 요건으로 범죄행위에 대한 인식과 의도를 갖고 실행에 옮길 때 범죄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과실범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심리상태가 없습니다.

즉 인식과 의도가 없는 상태에서 범죄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이유로 과실범은 결과범만 존재합니다.

즉, 결과가 일어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과실에 대하여 정의를 내리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인식과 의도가 탈락한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면 과실범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Q. 내용이 다소 어렵지만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심리상태’를 과실이라 정의한다면 그 과실의 크기는 어떻게 산정하나요?

A. 네 가장 핵심적인 판단요소는 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회피가능성’ 여부입니다.

당연히 이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더 법규를 위반했는가? 여부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판단해 보면 도로를 따라 정상적으로 주행하고 있던 ‘길따라’의 입장에선 갑자기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끼어드는 차량에 대하여는 당연히 예측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만일 ‘나급해’가 너무나 갑자기 끼어들어서 미처 제동할 가능성, 즉,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판단된다면 ‘나급해’의 100% 과실이 되는 것입니다. 최근의 판결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면 과실비율에 있어서 차 대 차 사고이냐? 차 대 사람 사고이냐? 에 따라 차이점이 있습니다.

Q.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A. 차 대 차 사고의 경우에는 절대적인 과실의 크기에 상관없이 양차량의 과실을 상대적으로 비교합니다. 즉, 양차량 모두 법규를 준수하여 절대적으로 볼 땐 과실이 거의 없다고 판단될 지라도 서로 상대적으로 비교하기에 어느 한쪽의 과실이 올라가게 되면 다른 쪽의 과실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과실이 60%가 되면 상대 차량의 과실은 40%가 되는 것이고, 내가 과실이 30%이면 상대 차량의 과실은 70%가 됩니다. 즉, 항상 양차량의 과실비율의 합은 100%가 됩니다. 하지만 차 대 사람 사고의 경우에는 사람의 과실만 볼 뿐 차의 과실은 참고만 합니다. 이 때 사람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 즉 과실에 대한 판단은 ‘약한 의무의 주의의무’라 하여 차 대 차 사고처럼 엄격하게 판단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리변식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기준으로 얼마나 사고를 피하기 위하여 노력했는가를 보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원리를 학설상 차량 대 차량 사고의 경우 과실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비교한다고 하여 상대설이라 부르고, 차량 대 사람 사고의 경우 사람의 과실만 본다고 하여 절대설이라고 부르는데, 두 학설이 갖는 근본적인 차이점은 사실상 불가항력적인 요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에 대한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차량의 운전수 입장에서 다소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할 지라도 이에 대한 항변이 되지 않습니다. 오직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 과실이 있었는가만 볼 뿐입니다.

즉, 차량의 입장에서 다소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할 지라도 피해자의 과실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손해는 전부 배상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차량 대 차량 사고에선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요소를 어느 한쪽이 부담하지 않고 양차량이 나누어서 부담하게 됩니다.

Q. 그렇다면 사례를 정리하면 피해자는 정상적으로 보도를 따라 걷고 있었으므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과실이 없다고 판단되는데, 가해차량들이 전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겠네요?

A.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양차량들 사이에서는 과실이 상대적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8:2라든지, 아니면 100% : 0% 라든지! 즉, 차량 사이에선 과실비율의 합은 언제나 100%가 됩니다. 이 때 피해자에게는 청구받은 가해자는 모두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며, 자신의 과실비율을 초과해서 손해배상을 해준 부분에 대하여는 상대 가해차량에게 구상권 행사, 즉, 더 물어준 부분에 대하여 내놓으라고 하게 됩니다.

Q. 오늘 핵심 간단하게 요약해 주시겠습니다.

A. 네 두 가지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여러 차량의 다중 사고로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공동불법행위 차량 중 아무에게나 청구해도 되며, 청구당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손해액 전부를 물어주어야 하며, 추후에 자신의 과실비율을 초과해서 물어준 부분에 대하여는 다른 가해자들(공동불법행위자들)에게 구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둘째, 차 대 사람 사고의 경우에 있어서는 오직 사람인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가를 따질 뿐이므로 차 대 차 사고의 경우와는 달리 피해자에게 과실이 없었다면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다소 있었다고 할 지라도 피해자에게 전부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

기억해 두시면 유용하시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