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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도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보다 뛰어난 투수로 거듭나기 위한 투수들의 피땀어린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데 구종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메이저리그를 즐긴다면 보는 재미가 더욱 배가될 것이다. 투수판에서 홈 플레이트까지의 거리는 18.44m. 이 짧은 공간을 변화무쌍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구종들에 대해 집중 분석해 보자. <글 싣는 순서 : (1)너클볼→(2)스크루볼→(3)스플리터→(4)체인지업→(5)슬라이더→(6)커브볼→(7)싱커→(8)패스트볼> |
<구종 집중분석 8> 변화구 위에 군림하는'구종의 제왕'-패스트볼(Fastball) |
1. 패스트볼이란 무엇인가? |
‘빠른볼’이란 의미를 가진 패스트볼은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 중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구종이다. 따라서 투수가 가장 먼저 배우는 구종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커브 또는 슬라이더 등의 변화구를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 하더라도 패스트볼의 위력이 있어야만 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볼이 가장 위력적인 이유를 <야구의 물리학>의 저자인 로버트 어데어(Robert K. Adair) 예일대학 물리학과 명예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시속 144㎞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도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0.4초. 152㎞짜리 공이라면 0.375초 만에 날아오고 그보다 빠른 161㎞의 공이라면 0.35초 만에 타석에 도착한다. 타자는 대개 투수가 공을 던진 뒤 0.2초 만에 스윙을 시작하고 남은 0.2초 동안 스윙을 계속할 것인지, 하려면 스트라이크 존 어느 곳을 노려야 하는지를 판단한다. 161Km의 공이라면 남은 시간은 0.15초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타자가 배트의 중심에 공을 맞춘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편, 국내에서는 패스트볼을‘직구’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패스트볼도 엄연히 회전력이 존재하기 때문에‘곧게 날아가는 공’이라는 의미의‘직구’와는 맞지 않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빠른게 날아가는 공’이라는 의미의‘속구’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2. 패스트볼을 처음 던진 투수는? |
〈제임스 크레이톤(James Creighton)〉
패스트볼은 제임스 크레이톤(James Creighton)에 의해 처음 던져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41년생인 크레이톤은 야구역사에 있어 가장 초창기 시대에 타자와 투수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며 야구 역사상 최초의 슈퍼스타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최초로 패스트볼을 던졌고, 또한 최초로 트리플 플레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창 활동하던 1862년 10월 18일 갑자기 사망했는데, 정확한 사인은 밝혀 지지 않았다.
3. 패스트볼의 장·단점 분석 |
패스트볼을 좀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포심 패스트볼(Four-seam Fastball), 투심 패스트볼(Two-seam Fastball), 컷 패스트볼(Cut Fastball) 등이 있지만 이들 모두의 기본적인 요소는‘스피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패스트볼이 그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스피드’도 중요하지만 스트라이크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과‘공 끝’역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패스트볼은 커브나 슬라이더처럼 팔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주요 패스트볼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포심 패스트볼은 투수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기본적인 패스트볼로 손가락에 실밥이 많이 걸리면 공의 회전이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공기 저항은 그에 따라 감소하게 되어 가장 빠른 강속구를 던질 수 있게 하는 구종이다. 이러한 포심 패스트볼은 컨트롤이 쉽다는 장점과 함께 타자에게 공이 마치 떠오르는 느낌을 주는 위력 때문에 최고의 결정구로 꼽히고 있다. 또한 타자 몸 쪽으로 던질 경우 타자에게 공포심을 주어 타자 공략에 유리할 수 있음과 동시에 외야수비가 좋은 팀에서는 플라이볼 유도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투수의 체력이 떨어져 강하게 채지 못하고 밀어 던지듯 던져 스피드가 떨어질 경우 높은 반발력 때문에 장타로 맞을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에 비해 약 4-8Km 느린 투심 패스트볼은 변화의 각도가 크지 않아 패스트볼의 범주에 포함되는데, 변화구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스피드가 다른 변화구에 비해 훨씬 빨라 매우 유용한 구종이다. 투심 패스트볼은 우완 투수의 경우에 우타자의 몸쪽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땅볼을 유도하기에 유용한 구종이다. 또한 투구폼이 포심 패스트볼과 같고 속도도 많이 떨어 지지 않으면서 투구시에 포심 패스트볼의 80-90% 정도의 힘을 사용하므로 투수의 체력 조절에 유리한 구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심 패스트볼은 다른 구종보다 더 뛰어난 제구력이 받쳐주어야만 하는데, 제구가 되지 않은 투심 패스트볼은 속도가 떨어진 패스트볼에 불과해 타자에게 좋은 먹이감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커터(Cutter)’라고도 불리는 컷 패스트볼은 구종의 특성상 145Km이상의 구속을 던지는 투수에게 유용한 데 컷 패스트볼은 포심 패스트볼에 비해 속도차이를 5Km정도 이내에서 유지해야 그 위력을 보일 수 있다. 컷 패스트볼은 슬라이더와 비슷하게 약간 떨어지며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좌우로 약간 꺾이게 되는데 우완투수가 던진 컷 패스트볼의 경우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3-5Cm정도 꺽이게 된다. 이때 타자는 컷 패스트볼을 포심 패스트볼로 착각하여 배트의 중심이 아닌 배트의 끝에 맞추게 되어 범타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또한, 컷 패스트볼 역시 투심 패스트볼처럼 포심 패스트볼에 비해 체력 조절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컷 패스트볼은 익히기가 매우 힘든 구종일 뿐만 아니라 제구가 되지 않은 컷 패스트볼은 속도가 떨어진 패스트볼에 불과할 뿐이어서 타자에게 좋은 공격 대상이 되고 만다.
4. 패스트볼 던지는 방법 |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검지와 중지로 공의 4군데 실밥을 모두 가로질러 잡는다.
2. 검지와 중지는 약 1Cm의 정도의 간격을 둔다.
3. 공과 손바닥 사이에는 손가락 하나 정도가 들어가도록 잡는다.
4. 공을 놓는 순간 양 손가락으로 실밥을 강하게 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포심 패스트볼은 공이 타자 앞에서 떠오르는 느낌을 줘야 그 위력을 배가 시킬 수 있는 데 이를 위해서는 실밥을 강하게 채줘야 한다.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검지와 중지를 2개의 실밥에 나란히 걸쳐 잡는다.
2. 포심 패스트볼 보다 엄지와 중지의 간격을 약간 넓게 잡는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투심 패스트볼은 공이 홈 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져야 그 위력을 배가 시킬 수 있으므로 포심 패스트볼처럼 실밥을 강하게 채주면 안된다.
컷 패스트볼을 던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엄지나 중지 끝을 실밥에 걸친다
2. 던질 때 중지에 힘을 줘서 채듯이 던진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슬라이더처럼 손목을 비틀어 던지는 것이 아니라 포심 패스트볼처럼 던져야 한다는 점이다.
5. 패스트볼의 대가들 |
메이저리그 역사상 패스트볼을 잘 던지는 투수로 유명했던 선수로는‘공에서 기차가 옆을 스쳐갈 때 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빅 트레인(Big Train)'이라는 별명을 얻은 월터 존슨(Walter Johnson), 불같은 강속구에 칼날같은 제구력을 더해‘니그로리그의 전설’로 통했던 새첼 페이지(Satchel Paige),‘역대 최고의 좌완투수’로 통하는 레프티 그로브(Lefty Grove), 최고의 컷 패스트볼을 장착해 뉴욕 양키스의‘수호신’으로 불리는 현역 메이저리거 마리아노 리베라(Mariano Rivera)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월터 존슨(Walter Johnson)〉
이중에서도 최고의 패스트볼을 던진 투수로는 월터 존슨을 꼽고 싶다. 메이저리그의 역대 통산 타율 1위의 전설적인 타자였던 타이 콥(Ty Cobb)은 1907년 8월3일 존슨을 처음 상대한 소감에 대해 "처음 그를 상대했을 때 먼저 팔이 천천히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가 나를 빠르게 지나쳐갔다. 단지 소리만 들릴 뿐 이었다"라고 말했다.
1907년 워싱턴 세네터스(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데뷔하여 1927년까지 한 팀에서만 줄곧 활약한 존슨이 거둔 통산 성적은 417승 279패 평균 자책점 2.17 탈삼진 3,509개. 특히 그는 1920년 어깨를 다치기 전까지 14년간 패스트볼만을 던졌는데 1910년부터 1919년까지 패스트볼 하나만으로 연평균 27승에 평균 자책점 1.59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존슨은 1936년 83.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타이콥, 베이브 루스 등과 함께 명예의 전당 첫 회원이 되었다.
한편, 존슨의 패스트볼 구속에 대해 정확한 파악은 불가능하나 약 159Km 정도였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