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이박삼일의 풍경화
강원도라고 하지만 경기도에 속한다는 강촌이 목적지였다. 일명 깡촌이라고 부르고 싶다.
쉼터에서 오랜만에 실시하는 입소청소년들과 선생님들의 육지 나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과 사람이 많은 곳에 대한 저어증, 그리고 움직임이 싫은 게으름등 이런저런 핑계로 자꾸 옷자락을 잡아 당겼지만 결국,
무더운 여름날에 추억 한 자락을 남기려고 제주에서 비행기에 올랐다.
아침 일찍 떠난 몸은 무거웠지만 비행기를 타고, 김포에 도착.
서울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버스를 타고 만난 롯데월드는 별별세상이었다.
사람, 사람, 사람. 그 곳엔 사람이 많았다.
그 곳엔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놀이기구들로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진한 애정표현이 곳곳에서 보이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뻔히 쳐다보는 곳.
그 긴 시간을 기다려 놀이 기구를 타지만 그 누구도 빨리 하지 않는다고 투덜대지도 않고 기구를 타고 만족하지 않았다고 환불를 요구하지도 않는 대한민국같지 않은 이상한 곳.
아이들에겐 어떤 감흥을 주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의미 없는 기다림. 단순한 가상 놀이, 어지럼이 교차하고 도대체 어디다 눈길를 두어야 할 지 모를 나에겐 사고방식의 차이인지 도통 적응이 되지 않아 조금 애를 먹었다.
이윽고
지하철를 타고 펜션 사장님이 운전해 주는 승용차를 타고 깜깜한 밤을 달려 고불고불한 길를 더듬어 도착한 강촌에 있는 다솜마루펜션
우리는 정해진 숙소로 들어가 지친 몸을 뉘었을 땐 이미 꿈을 꾸고 있었다.
그렇게 첫날은 지나갔다.
낯 선 아침
풀벌레소리가 요란하고 햇살은 더운 날를 준비하고 풍경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펜션의 정경은 뒤로 하고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아 일어났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
여행에서 그 시간을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아이들은 일어나지 않은 그 시간에 식당에서 산 사발면으로 배를 채우고 늦은 하루가 시작되기를 바라는 둘째날이었다.
식당에서 토종닭볶음으로 아침을 마치고 아이들은 수영장으로 가고 나와 소장님은 마트를 찾아 시내로 나왔다. 시내라기보다는 마트가 있는 동네가 맞다.
먹을 것을 잔뜩 사서 승용차에 실고 강원도 옥수수를 사장님께 선물 받고 돌아오니 흠뻑 젖은 아이들이 물놀이 후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나는 무척 더워서 한 줄기도 불어주지 않는 바람을 원망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물속 마법에 걸려서 재미있는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향한 홍천강
그곳엔 제주에는 없는 강이 있었고 여러가지 수상 레져놀이 기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숨겨진 열정을 발산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더 많은 것을 탈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거나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이곳에 온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고 강이 주는 매력에 푸욱 빠져 버렸다.
쉼터 아이들이 남자친구를 만나러 갈 때 발견되는 그 눈빛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할 때의 그 의지
아무도 말릴 수 없었던 놀이기구를 타는 열정과 요트의 스피드의 묘한 조화로 아이들은 스릴를 경험하였고 자기만의 추억을 챙겼다.
저녁은 목살과 삼겹살 여러 가지 채소로 맛나게 숯불구이를 해서 먹었고 둘째날은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열정으로 채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셋째 날
드디어 집으로 가는 날이다.
느즈막히 일어나 사발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렸다.
어제 강가에서 격렬하게 움직인 근육들이 뭉쳐서 아프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추억을 간직한 채 떠날 준비를 했다. 잃어버리는 것 없이 잘 챙겨라 샘들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강촌은 일생에 한 번 와 보았던 곳이 되었다.
공항으로 나와서 점심을 먹고 연착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
비가 오는 오일육 도로를 달려서 서귀포에 도착, 두끼에서 저녁을 넉넉하게 먹고 쉼터로 돌아왔다.
2박 3일의 깡촌여행
아이들에겐
무엇이 남았을까
손에 꼽히는 장면은 몇 개나 될까
우리는 얼마나 더 가까워졌나
소리없이 흐르는 마음을 서로 알아보기는 하는 걸까
그 깊은 속마음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여행은 아이들의 생얼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등목처럼 시원했고, 아이들과 샘들에게 조용하고 따뜻한 강촌풍경처럼 가슴에 남는 풍경화가 되었다.
- 전선생님의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