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식당>
오색약수터에 있는 맛집이다. 환상적인 자연환경을 병풍처럼 둘러친 식당, 안 먹어도 자연정화가 될 거 같은 계곡가에 음식까지 환상적이어서 온전하게 신선놀음을 하는 기분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약수식당
주소 : 강원도 양양군 서면 약수길 27(오색리 433-5)
전화 : 033) 672-3616
주요음식 : 산채정식
2. 먹은 날 : 2020.7.7.
먹은음식 : 약수정식(1인 15,000원)
3. 맛보기
여행을 떠나면 볼것 외에 먹을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그 고장음식으로 말이다. 그 고장 볼 것을 보고, 그 고장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여행이 온전해진다.
미슐랭 가이드 북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생활수준이 오르고 자동차가 보급되어 여행이 일반화된 배경 속에서 여행지의 식당을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안내해주는 서비스 차원에서 소개해줬던 것이 시초였다. 여행에는 음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상업적으로 보여준 시작이었다.
좋은 여행에는 좋은 음식, 그것도 그 지역 음식이 있어야 하는데, 이 음식점이 딱 그렇다. 이전에는 관광지 음식점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바가지 집, 값은 높고, 맛은 낮은 음식이 일반적이었다. 관광지의 기분을 식당이 다 망쳐놔도 억울한 마음을 꾹꾹 눌러야만 했었다. 안 그런 집이 드물어서 해결할 길이 없었으니까.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도 먹을 만해졌다. 관광지의 음식도 맛있고 가성비 있어야 살아남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경쟁과 식당 주인의 인간적인 마음에서 온 것이라 추측된다. 맛있는 식당만 살아남고, 주인이 손님을 제 가족같이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손님을 수단으로 대하면 음식에 불성실이 드러나고, 음식이 맛이 없어지고, 손님은 귀신같이 알아보고 다시 오지 않는다.
거꾸로면 재구매는 물론 입소문으로 다른 손님도 물고 온다. 선순환이 계속되어 가게가 허름하고 좁아도 손님은 언제나 문전성시다. 이 집이 바로 그런 집이다.
기본찬이다. 여기에 황태더덕구이가 더해지고 메밀전과 물김치가 나온다. 여분으로 더 나오는 것은 이외에도 많다. 둥글레차나 머루주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오색약수밥, 돌솥밥 뒤에 마지막으로 나오는 누룽지, 깐밥이다.
주요 음식은 산채이다. 직접 채취한단다. 설악산 자락에 있는 이곳에서는 산채가 지천이다. 현지 식재료, 도시에서는 귀한 식재료들이다. 현지식재료이므로 국적을 따질 필요가 없다. 국산, 그것도 야생이어서 제향기 풀풀나는 찬이다.
어떤 나물은 이름도 모르겠다. 처음 접하는 나물도 있다. 산채나물 접시 중간에 있는 것은 엄나물이다. 아마 여기서 처음 먹는 거 같다. 강한 향기와 약산 쌉쏘롬한 맛, 엄나물의 맛이다. 역시 묘사 불가의 맛이다. 갖가지 나물을 먹을 수 있는 여행, 행운의 여행이다. 여행의 맛을 눈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코로 입으로 느낀다. 진기 있는 여행이 된다.
맨 먼저 상에 오르는 찬들이다. 속을 달래주면서도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들이다. 부추 몇 잎 고명으로 띄운 메밀전이다.
메밀전이 얇으면서도 기름이 많지 않아 담백한 맛으로 주메뉴를 기다리게 한다.
물김치인지 배추동치미인지는 김칫국물맛이 환상이다. 오색약수로 담근다는 물김치는 탱탱한 배추 육질에 국물맛마저 쏘는 맛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오래오래 숙성된 솜씨다.
머주주스? 머루주? 약간의 발효를 거친 거 같다. 술맛도 살짝 난다. 조금 달아서 흠이지만 산채나물, 더덕구이와 잘 어울린다. 뭣보다도 주인의 성의가 더 맛있는 주스다. 직접 담궈 내놓는다. 귀한 산음료다.
약수정식에 특별히 나오는 음식이 바로 이 더덕황태구이. 강원도 더덕은 향이 진안더덕만은 못하다. 하지만 육질은 어떤 지역것보다 황홀하다. 마치 알칡뿌리를 먹는 기본이다. 섬유질 결마다 알처럼 배인 더덕 진국이 씹을 때마다 잇속을 감싼다. 색재료의 대단함을 적절한 양념으로 잘 살려냈다.
도토리묵무침. 도토리묵이 일단 진국이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우선 식감이 좋다. 이빨에 엉겨붙지 않고 탱탱한 맛은 그 자체로만도 일미이다. 부추장에 무쳐냈는데 양념도 수준급이다.
목이버섯초무침. 상추와 같이 무쳤다. 간단하지만 보기 힘든 음식, 만들기 쉽지 않은 음식이다. 목이를 싱싱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두부도 손두부다. 밀도높은 두부의 손맛이 느껴진다. 양념장도 좋다.
오늘 상은 모두가 주연이다. 허수로 오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식재료, 조리솜씨, 잘 어우러져 촌음식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촌음식맛으로서는 그래도 된장찌개가 압권이다. 된장 외에 별로 눈에 띄는 것이 없다. 두부 몇 조각에 팽이버섯, 청량고추 정도, 그런데 된장국물 맛이 대단하다.
아, 이 맛이야. 된장을 사가야지, 했는데, 옆 테이블 손님은 이미 구입하고 있다. 벌꿀통 한 통에 25,000원, 결국 된장을 사가지고 왔다. 된장찌개를 사오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 맛을 집에서도 낼 수 있을까. 손맛이 받쳐줄까, 의구심은 생겼지만, 직접 담근다는 이런 된장, 확실한 만나기 쉽지 않은 맛이다.
명란젓, 이것도 사다가 직접 담근단다. 짜지 않으면서 고급진 맛이 좋다.
가지미식혜. 아, 북쪽으로 오긴 왔구나, 가지미식혜를 맛보다니. 이곳에 와서 이거 안 먹으면 섭섭하다. 달지 않고 쫄기산 육질이 좋다.
가지가지 산채다. 표고, 고사리, 엄나물, 곤드레, 당귀 등등의 나물로 가득 채웠다. 태반이 한약재다. 간이 세지 않아 비벼먹을 때 모두 다 넣어도 된다. 이렇게 산나물을 먹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는 거 같다. 프랑스 또한 자연환경이 좋아 이런 나물 채취가 가능할 것도 같은데, 어디를 가도 이런 건 없다.
우리 음식은 세계적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식재료, 다양한 조리법이다. 산나물을 생으로도 먹고 데쳐서도 먹고, 말려서도 먹는다. 거기다 산나물의 종류는 무한대이다. 이런 나물을 먹을 줄 모르면서 세계 최고의 음식이라는 데 동의할 수 있는가.
이런 음식은 식재료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건강식이라는 점에서도 누구도 흉내내기 힘들다. 식약동원의 음식이라는 것이 절감되는 것이 그중 이 산나물이다. 자연에 가까워진 여행에 산나물로 자연을 먹어 하나가 된다. 대상과 일치하는 온전한 여행이 된다.
곰취장아찌. 여전히 향이 좋다.
무장아찌, 쫄깃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혀에 달라붙는다. 따로 판매도 한다.
깻잎장아찌. 자르르 윤이 흐르는 외양답게 맛도 풍부하다.
오색약수밥, 약간 노리끼리, 그리고 아주 살짝 푸른빛도 띈다. 고슬고슬한 돌솥밥 식감 아래로 향이 배여 있다.
오색약수는 이름 그대로 다섯가지 이상의 맛이 느껴진다. 무색무취의 물맛으로 사는 사람에게 이 약수는 신기하고 기이함을 넘어 솔직히 좀 불편할 정도로 맛이 강하고 이상하다. 그런데 밥으로 하니 다르다. 깊은 맛의 약반이 된다. 참, 대단한 맛이다.
누룽지, 깐밥이다. 깜밥도 대량생산의 시대가 되어 마켓에서 상품화된 비닐 포장으로 사야 하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 갓지은 밥에서 나온 깐밥을 상에 올려주다니. 아름다운 풍광을 보러 왔을 뿐인데 과거가 상으로 주어진 느낌이다. 깐밥의 냄새, 이 언제적 향기이던가. 향기 못지 않게 맛은 더 향기로웠다.
둥글레차. 시원하게 줘서 여름날 더위를 녹여준다. 성의가 제집 밥상 차리는 거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면서 흔적을 남겼다. 싫지 않은 흔적이다.
약수식당이 있는 곳은 산채음식마을이다. 오색약수 오색천을 끼고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다. 다른 식당에서 하는 산채백반도 모양새와 찬종류는 다 비슷비슷하다. 정성과 솜씨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오색교 아래 오색약수터가 있어서 약수를 떠먹을 수 있다.
식당 앞을 흐르는 오색천 물은 어떻게 이렇게 맑을 수 있나, 한국에서 제일 맑은 물인 거 같다. 나는 손으로 약수보다 더 많이 퍼마셨다. 물맛도 좋다.
4. 먹은 후
산채음식을 먹어보니 여행의 목적이 애매해졌다. 오색약수터를 보러 왔는지, 약수밥과 산채백반을 먹으러 왔는지 말이다. 하지만 하나가 없었어도 허전할 뻔했다.
여행은 그렇다. 고행길에 나선 것이 아닌 마음의 충전을 위한 여행이라면 말이다. 마음도 몸이 편안하지 않으면 충전이 어렵다. 마음도 몸도 함께 충전할 수 있는 것은 음식이 더해지지 않으면 어렵다. 관광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음식 선물 덕분에 몸과 마음을 다 충전하는 기분이다.
대한민국, 참으로 좋은 나라이다. 작은 나라에 온갖 자연경관이 다 있고, 그래서 갖은 식재료가 다 있고, 덕분에 곳곳마다 대부분 토속음식이 있다. 거기다 요즘은 사람들의 깊은 애정이 음식에 다 담겨 있다. 코로나를 선진적으로 극복해나가는 나라의 음식답다.
외사씨는 이곳이 세계최고의 경관이란다. 거기에 세계 최고의 음식까지 있다. 여행을 부르는 음식 아닌가. 아니다. 코로나 덕분에 한적해져서 이 엄청난 곳이 잠시 내 차지가 된 곳이지 여행객이 그리운 곳이 아니니 호객을 할 상황이 아니다.
설악산에 그것도 오색약수 아닌가. 언제나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치던곳, 그래서 들어올 수가 없어 항상 화난 얼굴로 지나가기만 했던 곳, 이곳이 창덕궁 후원처럼 한적해져서 내 차지까지 되었다. 고맙기 이를 데 없지만, 내 차지 안 되어도 좋으니, 제발 코로나가 빨리 지나가기를, 그래서 이 깊은 곳의 식당 음식이 세계적이라는 것도 알려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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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강원도는 남북으로 갈리지 않고 동서로 나뉘지요.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을 영서, 동쪽을 영동이라 합니다. 영동지방 방언의 억양은 경상도와 가깝고, 영서 지방 방언의 억양은 경기 서울과 비슷합니다. 2017년 6월 30일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덕에 수도권과 동해안 교류가 한결 쉬워졌지요. 영동의 설악산에 들리셨다니 돌아오실 땐 영서의 중심도시인 춘천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제 고향이거든요. 하하하! 춘천 음식 중엔 막국수와 닭갈비가 유명한데, 저는 막국수를 좋아합니다. 사흘 전, 선친 기제사 때문에 춘천에 갔다가 삼교리막국수집에 들렸습니다. 삼교리막국수 국숫발이 담백하고 국물 맛이 깔끔해 먹을만 합니다. 가게 장사가 잘되어선지 제가 살고있는 인천 송도에도 분점이 생겼습니다. 한 번 찾아갈 생각입니다.
양양고속도로의 위력을 알았습니다. 터널이 많아 무섭기도 했지만, 덕분에 서울을 통해 가면 속초까지 60키로 이상 빨라지는 거 같습니다. 불행히도 올 때 강릉을 들르는 바람에 춘천을 들르지 못했습니다. 언제 제대로 막국수와 닭갈비를 먹으러 가야하겠습니다. 그때 알려주신 대로 삼교리 막국수집에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