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림주가(富林酒家, 푸린지우지아)>
* 음식점 문을 열었다가 자욱한 인파에 깜짝 놀랐다. 광동 음식이면 아무거나 하고 열었다가 여기 아니면 못 먹을 귀한 음식을 만나고 말았다. 광주의 라오즈하오, 오랜 맛집이다. 음식마다 흠잡을 데 없는 제맛이 났다.
1. 식당 소개
상호 : 부림주가(富林酒家, 푸린지우지아)
주소 : 광주시 월수구 인민북로 612호 중광대하 3루
전화 : 8136-7667
2. 먹은 날 : 2019.12.18. 저녁
먹은 음식 : 농가토종닭볶음(68위안), 농가세가지채소볶음(36위안), 부순오이무침(10위안)
3. 맛보기
이 집은 거위 요리가 유명하다. 거위구이를 시키려는데 오늘 판매분이 다 끝나서 없단다. 아닌게 아니라 사람 기운과 소리로 식당 안이 자욱하다. 메뉴판을 보면서 음식을 고르는데 시끄러운 소음으로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이 사람들 상당수가 간판요리 거위요리를 시켰을 테니, 남아 있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현란해서 어지러운 메뉴판, 각종 모임으로 왁자지껄한 그룹들, 그 사이를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는 종업원들, 빨리 시키라고 성화인 거같은 종업원, 하마터면 시키기 전에 포기할 뻔했다.
파이황과, 그 간단한 오이요리가 나오면서 불만과 고통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어떻게 이 간단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 오리의 사근사근과 적당히 간 배인 손맛과, 적당하게 부순 압력과 기름과 간장맛이 어우러진 소스맛이 장인이 어떻게 식재료를 음식으로 만드는지 한 큐에 보여주는 거 같았다.

두 번째로 나온 요리는 가지와 콩깍지, 쿠과(쓴오이) 요리였다. 짜지 않으면서 밥과 잘 어울린다. 세 가지 재료가 제맛 제모양 제 색깔 그대로이면서 서로 조금씩만 맛을 공유했다. 중국식 된장에 볶았다. 북경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맛이다. 광동 최고다.

부순오이, 이 간단한 음식이 장인의 비법을 다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 음식을 불맛, 일본 음식을 칼맛, 한국 음식을 손맛이라 한다. 이 오이 요리는 불맛을 낼 수 없다. 손맛만이 필요한다. 일본식은 칼맛만 필요하다. 사시미는 요리가 아니라 식재료다.
오이요리, 양채 차가운 요리에 속하는 이 간단한 음식에 손맛이 듬뿍 담겼다. 오이 요리 또한 중국 어느 곳에서도 맛보지 못했다. 광동요리는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깊은 손맛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주요리는 토종닭 요리다. 중국은 토계, 일본은 지계, 우리는 요즘 토종닭 대신 촌닭이라는 말을 쓴다. 역시 토계답게 심하게 쫄깃거린다. 요리 시간은 오래 잡지 않았는지 뼈가 나오게 익지는 않았다. 온갖 양념이 다 되어 있다. 마늘 생강 파 양파가 거의 원재료로 그대로 모양과 맛이 노출된다. 향기가 가득한 채로 아직 끓는 토기에 담겨 나온다. 풍부한 소스맛이 적당하게 배여 있다.











광주의 라오즈하오 식당이다. 라오즈하오, 老字號는 오래되어 신뢰받는, 그 지역민이 인정하는 상점이다. 라오즈하오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중국에 처음 온 사람이라도 식당에 발을 딛는 순간, 예사롭지 않은 맛집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분위기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 입구를 도배하다시피 한 온갖 훈장이 벽을 몇 개나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사장님이 박씨 성의 한국인이란다. 사진 중 한 분이 그분이라는데 오늘 공교롭게 출타중이라고 한다. 만나지 못했는데 사연이 궁금하다.


프랑스 맛의 도시는 리옹이다. 프랑스는 고급음식 위주로, 음식 연구 및 품평으로 세계 1등 국가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실제로 돌아본 리옹은 이미 케밥에 점령당한 도시였다. 식당도 여러 군데 들렀으나 맛이 본고장 품위를 찾기 어려웠고, 미쉐린식당이란 곳은 문을 닫았거나, 아니면 기대한 맛에 못미쳤다. 리옹은 이미 세계 맛의 도시의 명성은 잃은 도시가 아닌가 한다.
중국 음식의 고장은 어디인가. 전주비빔밥처럼 유명한 것은 양주볶음밥이다. 양주는 맛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볶음밥은 진짜 맛있다. 북경이나 다른 고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양주로 음식 유학을 많이 간다. 하지만 다른 요리도 모두 그럴까. 광주만 못한 거 같다.
광저우는 무엇이나 맛있다. 볶음밥도 강황을 넣은 맛이 독특하고 여러 식재료의 어우러짐이 다르다. 광주는 확실히 양주보다 한 수 위다.
맛의 고장은 양주보다 광주다. 리옹보다 광주다. 앞으로 계속 이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다음에 다시 와서 그 유명한 거위고기를 다시 한번 먹으면서 광동요리의 정수를 맛보리라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