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친구 아내의 죽음이
세밑에는 친구 어머니의 죽음이
인간의 성숙을 가장 많이 가져온다는 죽음이지만
부모를 너무 일찍 보내드린 탓에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 무게감이 남들보다 확실히 덜 하다
김제와 광주를 오가는 동안
피로가 애석함을 앞섰다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나를 건드는 것이 있다
아마도 나 역시 인생 후반으로 가는 나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잘살아왔는지 그렇지 못했는지가
다 보이는 곳이 장례식장이기도 하다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어린이집을 차리고 40대에 6층짜리 자기 건물을 올려 강동구에서 제일 큰 유치원을 운영한 친구의 아내,
남겨놓은 자식 둘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한 서러움이 잔뜩 남은 풍경이었지만,
그녀 자신의 52세 생은 위대해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라진 녀석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청량리 지하 단칸방에서 발견된 녀석은 장애인인 동생을 위해
한의대생이 되어 있었다. 옆에 있던 여자도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다시 한의대생이 되었다.
빨치산 활동을 하다 총 맞아 죽은 외할아버지,
그 바람에
플라스틱 바가지를 종이 만큼 얇아지도록 사용해야 했을 만큼 지독했던 가난,
그 가난을 딛고 자식들을 키워낸 친구의 어머니,
83세 그녀의 죽음도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식민지, 6ㆍ25 등등을 거치며 살아온 우리네 부모들의 삶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그 부모의 삶이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자식들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그 부분에 있어서 우리네 부모가 보인 모습은 다른 부모와 달리 명백한 차이마저 있었다
친구들 사연을 듣다 보면
우리 부모가 자식에게 건넨 것을 받은 친구들은 거의 없다
다들 음지였다
진숙난성진호도엽진만이 우리 부모 두영태완으로 부터 받은 양지를 누린 친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 자식들은 그 양지에서 우뚝 솟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 양지를 스스로 망가뜨렸다
현재의 모습은 재앙과도 같다
친척들의 비웃음마저 받고 있다
쪽 팔릴 만큼 어처구니없는 자식들의 꼬라지이다
꼴찌가 되어 있다
눈 부라리지 못하고
정신 바짝 차리지 못하고
영혼마저 끌어모아 양지를 만들어준 뼈빠지던 두영과 태완의 고난을 담지 못하고
허투루 산 탓이다
성공은 결국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세의 문제이다
조상탓 부모탓 하는 것만큼 실패한 생도 지지리도 못난 짓도 없다
참회해야 한다
참회가 안되면 반성해야 한다
반성이 안되면 점검이라도 해야 한다
고집 피우고 아집 부리고 자기 합리화하면 지금보다 더 깊은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다
평화의 시간으로 접어들어야 할 때에
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날의 업보이다
아예
용산역사 안으로 들어와 사는 저 비둘기는 일시적인 안락에 길들여진 것 때문에 결국 퇴화할 것이다
날지 못해서 새가 아니라 날기를 포기해서 새가 아닌 것이다
허나
인생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남은 생 똑바로 차근차근 부끄럽지 않게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