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영화감독
샹주칭(香竹箐)의 차수왕, 진시우차주(錦秀茶祖)
현존하는 여러 차수왕 가운데 왕중왕인 펑칭현의 진시우차주는 전 세계 차나무의 조상으로 받들어진다. 펑칭에 뿌리를 둔 홍차 전문 제조회사 전홍집단(滇紅集團)이 2007년 5월부터 관리하고 있다. 높이가 10.2m 정도로 괄목할 만한 장신은 아니지만 밑동의 둘레가 5.2m로 우람하다.
야생과 재배종의 중간 형태인 과도기형 차나무로 분류되는데 재배종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더 실린다.
바나나와 함께 경작되는 재배차
샹주칭은 고원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밀식재배를 하는 대규모 차밭이 의외로 많았다.
열대의 야자수와 차나무가 공존하는 산길을 힘들게 달렸다.
마침내 시야에 차수왕이 보였다.
관리인이 동행해야만 관람이 가능한 차조모(茶祖母)
차수왕이 있는 100여m 전방에서부터 돌계단을 만들고 사당처럼 높고 긴 벽과 문을 만들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관리인이 와서 문을 열어주어야만 관람할 수 있었다. 행여 나무에 위해를
가하거나 찻잎을 무단 채취할까 염려하는 관리인은 탐방객에게서 잠시도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았다. 미소 작전으로 달랑 3개의 잎을 확보하였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상업 행사에
시달리던 진시우차주는 국가보호수로 지정되어 지금은 채엽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2007년에 진시우차주에서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금수차조’라는 보이차는 1편이 약 8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을 정도로 모든 차의 어머니로 불린다. 이 차조모(茶祖母)에 대한 상징적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우람한 밑동의 둘레, 5.2m
정부로 부터 인증절차를 기다리는 새로 발견된 고차수
요즘은 차산마다 유행처럼 차수왕을 한 그루씩은 억지로라도 만들어 모시고 있는 상황이다.
차수왕이 갖고 있는 문화적·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이 앞서는 상업적 셈이 차상(茶商)과
차농(茶農)의 머리에도 이미 뿌리박혀 있다.
원료는 좋지만 제다와 보관이 아쉬웠던 차농의 차
샹주칭의 차산 생태환경을 보고 싶어 인근 차농의 집을 찾아가 보았다. 그들이 권하는 보이차의 상태와 맛을 보니 우월한 원료에 비해 제다 기술이 좋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차의 병면을
살펴보니 보관상태도 나빠 기대 이하였다. 잠시 후 친절한 차농의 안내로 차수왕보다 훨씬 더 큰 차나무를 몇 그루 볼 수 있었다. 차산의 생태계는 비교적 건강하였지만 상당수 고차수는 밭 한가운데 있거나 경작지 바로 옆에 있어 비료와 농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건강한 차산 생태계를 최우선으로 살피는 나의 기준에는 불합격이었다.
자외선이 강한 고산지대에서 반복되는 야외활동에 백내장이 일찍 찾아온 차농
손님을 대접하겠다고 날아다니는 산닭을 잡아 식사를 준비하시는 차산의 어른을 어렵게 뒤로하고 갈 길을 서둘러 나섰다. 통행금지 1분 전에 샤오완댐 위에 설치된 검문소를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다. 내가 지나자마자 차단기를 내리는 경비병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오늘 노숙(露宿)을 면하게 되었다.
난지엔(南澗)에 조성되는 신시가지
난지엔의 명물, 불타는 생선구이
*** 다음이야기
[ 치솟는 몸값에 시달리는 라오반장차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