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하고자 줄을 선 각국의 대사들은 단순히 축하하러 온 것이 아니다. 당선인의 됨됨이를 체크해서 본국에 보고하려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을 찾는 각국 대사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그들을 맞는 윤석열 당선인의 매너가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이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 수준이어서 눈 밝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인수위 집무실에서 걸프협력회의 주한대사들을 접견하며 자리를 안내하는 자세는 최고지도자로서 글로벌 본선 무대에 데뷔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사를 마치면 주인장은 손님을 방으로 안내하거나 의자에 앉을 것을 권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예의 한국인들은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 ‘짝퉁 신사’임이 들통나고 만다. 악수할 때 상대방 눈을 못 보는 버릇이 안내할 때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 지난 4월 1일 윤 당선인이 컬프협력국 대사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협력국 대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윤 당선인의 시선이 아래를 향하고 있다. / SBS NEWS
거의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말할 것 없고, 해외에서 꽤 오래 살았거나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해온 직업외교관들조차 이 사소한 자리 안내 매너 하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국격 디스카운트를 시키는 건 물론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해, 보이지 않는 많은 이익들을 놓치고 있다. 평소 글로벌 매너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 보니 무매너에 대한 부끄럼도 없을 뿐더러 때론 협상이 깨어져도 그 원인조차 모르고 당하기 일쑤이다.
한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안내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지 않고 제 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본다. 심지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 협력국 대사를 안내하는 윤 당선인의 시선 역시 아래를 향하고 있다 / SBS NEWS
하지만 인격 존중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외국인들은 한국식의 안내 자세를 주인이나 신사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하인이나 하위기능직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매너로 여긴다. 그러니 내심 경멸하는 사람을 파트너 삼아 함께 일하고 싶은 생각이 일겠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얼른 끝내고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상대방과 눈 맞춤 상태에서 안내하는 것이 인격 존중의 글로벌 매너다. “우리가 왜 그런 사소한 것까지 서양 것을 따라해야 하나?”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매너라고 해서 반드시 서양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매너란 상대방을 존중하고 나도 존중받아 서로 존엄성을 확보하자는 인식을 공유한 세계 공통의 예법이다.
▲ 상대국 정상에게 자리를 안내하며 메르켈의 시선은 안내하는 정상을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TV
지난 연말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병원에서 요양을 마친 다음 대구 달성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가 재임 중에 만난 수많은 세계 지도자들 중 어느 누구로부터 위로나 안부 전화 한 통 받았다는 소식이 없다. 아무리 감옥에 갔다 온 별 볼 일 없는 전직 대통령이라지만 참으로 기가 막히지 않은가? 재임 중 상대방의 호감을 얻지 못한 방증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 당선인은 해외 유학한 적도 없을 뿐더러 해외 근무 경험도 없는 순수 국내파이다. 그런 당선인의 세계관과 매너는? 지금 당선인을 예방하고자 줄을 선 각국의 대사들은 단순히 축하하러 온 것이 아니다. 당선인의 됨됨이를 체크해서 본국에 보고하려는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짐작한다.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도 이제는 선진국으로 분류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지도자부터 글로벌 매너로 세련되어야 고부가가치를 챙기고 선도국가로서의 책무도 다할 수 있다. 양복 입고 절도있는 동작한다고 신사가 되는 것 아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도매금으로 ‘촌닭’ 취급당하지 않으려면 공복들의 무매너를 일일이 지적해서 고치게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주인장으로서의 시민의 자세다. 매너가 비교우위여야 ‘메이드 인 코리아’ 부가가치가 올라간다. 그런 게 가치경영, 품격경영이다.
- 2022.5.27, 최보식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