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다들 가족처럼 식탁에 둘러 앉는다.
아침은 김치찌개다.
어제 숙소 들어오면서 마트에 들러 각종 식재료를 사 와서 오늘 아침은 풍성하다.
다들 맛나게 식사하고 오늘의 설거지는 준수가 당첨이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건지 아님 선배라 솔선수범한 건지.
후자가 아닐까 싶다.
뉴스에서 오늘 폭염이란다.
숙소에서 나오는데 아침부터 푹푹 찐다.
다들 모자에 선크림을 바르고 단단히 준비한다.
첫 방문지는 한경면에 있는 순례자 교회다.
한경면 어느 큰길이 아닌 작은길 길가에 담장도 없이 위치해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건물 크기가 가장 작은 교회지 않을까?
부지 전체가 대략 50평에 건물은 3, 4평 되는 것 같다.
지금 대부분의 교회는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해 자꾸 커지고 건물과 조직이 대형화되어가고 있는데 이 교회는 그 반대다.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수많은 순례자를 위한 작은 쉼과 기도의 공간 같다.
교회 들어가는 마당의 입구는 좁은 문으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아마도 이 교회에 들어올 때는 겸손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건 아닐까?
교회에 들어가니 정말 아주 작다.
예배당이 한 두 평 남짓 된다.
어떤 연유로 이 교회를 지었을까? 하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니.
홍보용이다, 관광지이기에, 유명해지려고, 예산이 부족해서, 큰 것에 대한 비판이다, 등 여러 답들을 생각해낸다.
교회를 둘러보며 예배당에 들어가서 모두 우리의 안녕과 건강과 평화를 위해 고개 숙여 겸손히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나오면서 나 개인적으로는 교회는 작지만 울림은 컸다.
이 작은 교회에서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한 사람의 기도도 하나님은 들으시겠지?
교회를 나와 대정읍으로 향한다.
'우영우의 고래'를 만나기 위해서.
대정 해안도로를 달리다 어느 양식장 앞에서 멈추어 선다.
노란색 건물의 양식장 근처에서 고래를 볼 수 있단다.
왜냐하면 양식장에서 물고기에게 쓰고 남은 사료의 찌꺼기가 물과 함께 바다로 흘러가는데 그걸 알고 먹으러 고등어들이 많이 온단다.
그 고등어를 잡아먹기 위해 고래가 또 몰리는 거고.
게다가 여기저기 갯바위에 고등어를 잡으려는 낚시꾼들도 많이 보인다.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고래를 기다린 지 한 5분?
정말 고래들이 보인다.
와 대박.
진짜 돌고래다.
한두 마리가 아니고 돌고래 떼다.
다들 와~ 와~ 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에 영상에 고래를 담는다.
이럴 수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것도 한 번에 바로 우영우의 고래를 만나다니.
정말 운이 좋다.
우리 모두 드라마 우영우의 팬들인데 듣기로는 마지막 회에서 제주 대정의 돌고래가 나온단다.
그래서 제주 온김에 대정읍까지 찾아온 건데 정말 고래를 만났다.
와~~~ 대박 운 좋다.
근처에 있는 수월봉을 향한다.
대정은 대부분이 평야여서 오름이 거의 없다.
수월봉에 오르니 앞에 가리는 것이 하나도 없어 대정이 다 보이고 심지어 저 남쪽의 산방산까지 한눈에 보인다.
바다 쪽으로는 저 멀리 있는 차귀도가 한눈에 내려 보인다.
바다를 보면 항상 느끼지만 참 넓다.
바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나 바다처럼 넓고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근데 잘 안된다.
난 좁고 매우 얕은 사람이다. ㅜㅜ
바다를 보면서 항상 반성이다.
수월봉이 유명한 건 지질 때문이다.
옆 수월봉 지질공원 지오트레일을 걷는다.
오늘 걷는 코스는 2km의 수월봉 엉앙길(엉은 절벽, 앙은 아래, 절벽 아랫길) A1, A2로 천천히 걸어도 30분 정도 걸린다.
수월봉 지질공원은 화산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Volcanoes)에 실릴 만큼 중요한 곳이다.
특히 수월봉 아래쪽 엉알길은(해안 산책로) 화산쇄설암의 퇴적 구조가 촘촘하다.
해안 절벽에 화산재로 그린 한편의 그림이 펼쳐지고 듬성듬성 박힌 돌들이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라는 말이 남우세스럽지 않음을 증명한다.
또한 화산탄과 탄낭구조 등은 격렬했던 자연의 기록이다.
수월봉 북쪽으로 자구내포구까지 그 흔적을 따라 거닌다.
길을 따라 걸으니 진지 갱도와 녹고의 눈물을 만난다.
진지 갱도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은 수월봉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수많은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제주도 내 370여 개의 오름 가운데 갱도 진지 등의 군사시설이 구축된 곳은 약 120여 곳에 이른다.
수월봉 해안에는 미군이 고산지역으로 진입할 경우 갱도에서 바다로 직접 발진하여 전함을 공격하는 일본군 자살 특공용 보트와 탄약이 보관되어 있던 곳이다.
참 안타까운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다.
수월봉 전설에 따르면, 어머니의 병환 치유를 위해 약초를 찾아 절벽을 오르다 누이 수월이가 떨어져 죽고 동생 녹고도 슬픔에 눈물을 흘리다 죽고 만다.
그 이후 사람들은 수월봉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녹고의 눈물'이라 불렀고, 남매의 효심을 기려 이 언덕을 '녹고물 오름'이라 불렀다.
산책길을 마치고 차귀도를 배경 삼아 단체 사진 찰칵.
걷느라 고생한 모두를 위해 신창 풍차 해안도로에 가서 바닷바람을 맞는다.
해변에 줄지어 늘어선 풍력발전기가 장관이다.
신창 지역은 예전부터 원담이라고 해안가에 돌로 긴 담을 쌓아두면 밀물 때에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이 돌담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아 왔단다.
이는 물고기를 수확하는 전통 어로 방법이다.
과거에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나뭇가지와 각종 망, 항아리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했다.
각 해안의 특성에 따라 그 원리와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로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각 도구들을 활용했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의 간석지에서는 특히 돌담을 쌓듯 돌을 이용해 만든 이 독살이 발달했다.
어획 대상은 조수에 따라 연안을 오가는 모든 종류인데 조기가 대표적인 어획물이었다.
함정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서 함정 어구라고도 한다.
신창에서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배워 간다.
점심은 가까운 신창 중국집 마씸에서.
여기 역시 맛집이다.
빈자리가 없다.
제주에서의 짜장면과 얼큰한 해물짬뽕.
짜장면과 짬뽕에 현지 해물이 들어가서 그런지 더 맛나다.
속을 뜨끈하게 달래고 금능 해수욕장과 협재 해수욕장을 차로 구경하고 건너편 한림공원이다.
내리니 날이 참 덥다.
한림공원을 걸어 돌아다녀야 하는데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많이 먹었는지 지쳐 보인다.
학생들을 독려하며 한림공원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날이 더워서 학생들은 협재굴과 쌍룡굴을 제일 반가워한다.
폭염의 찌는 날씨에 일찍 서둘러 나와 오늘은 일정을 일찍 마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여름의 중간을 지나가려는 건지 오늘 무척 덥다.
다들 지쳐 숙소에서 자유롭게 쉰다.
학생들은 피곤했는지 모두 낮잠 삼매경이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힘을 잃어간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학생들은 다시 힘이 나는지 바다에 가잔다.
가까운 곽지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노을을 보며 바닷물에 첨벙.
진훈이와 상길이는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 적극적이다.
교실에서는 얌전하기만 하던데 바닷물 속에서는 아조 활발하고만?
파도를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파도 타고 수영하고 잠수하고 겁나 좋아한다.
여기 여행와서 표정이 제일 밝다.
곽지해수욕장에는 특이하게도 용천수가 나오는 목욕탕이 있다.
그래서 해수욕 후 쾌적하게 샤워 할 수 있어 제주 올 때마다 즐겨 찾는 곳이다.
학생들과 용천수에 가서 부끄러움도 잊고 함께 깨 벗고 샤워를 하는데 물이 너~무 차갑다.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여기저기서 아~ 어~ 으아~ 하는 곡소리가 들린다.
나도 으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10초 이상은 절대 견딜 수 없을 정도다.
학생들과 그렇게 같이 놀고 목욕도 함께 하니 더 끈끈해진다.
물놀이를 하고 나면 언제나 배가 고프다.
학생들은 뜨끈한 국밥이 먹고 싶단다.
근처의 아우내 순댓집에 가서 원하는 뜨끈한 돼지국밥을 한 그릇씩 뚝딱이다.
의외다.
우리 학생들의 입맛은 어른스럽다.
맛난 거 다 마다하고 국밥집을 가자고 할 줄 몰랐다.
실은 여기는 내가 제주 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르는 우리 가족의 맛집이라 더 반가웠다.
학생들 모두 잘 먹는데 특히 상길이는 더 잘 먹는다.
평소 학교에서는 급식에 맛있는 반찬이 나와도 거의 안 먹던데 나오니 이렇게 잘 먹어서 놀라면서도 기쁘다.
그래 잘 먹고 쑥쑥 자라라.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그렇게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잠 잘 오겠다.
다들 피곤할 테니 꿀잠 자시길...
#제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