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관람을 열어두라는 ‘헤어질 결심’을 다시보기로 보았다. 첫관람때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 먹먹해지다보니, 다시 보게 되면 내용도 다 아는데다가 결말도 아니까 감정이 훨씬 담담할거라 여겼다.
두 번째 관람도 역시 마지막 장면이 너무 슬펐다. 처음 관람보다 더 슬퍼서 안흘렸던 눈물까지 맺혔다.
다음은 열흘전에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의 브런치에 감상평을 올렸던 것을 그대로 옮겨 본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봤다.
초반부는 좀 많이 시시해서 '유명한 이유가 뭐지?' 하면서 보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결말 부분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새드엔딩!! 막이 내려오는데도 한참 앉아 있었다. 눈물은 안 흘렸지만 그냥 할 말을 잃었다. 파도가 거세게 치는 저녁 바다에서 밀물과 썰물이 밀려오고 거기에서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모습에 독성 강한 슬픔과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은 엄청 울고 있었다.
박해일과 탕웨이
꼿꼿한 자세와 꼿꼿한 표정으로 연기하는데 그들의 연기에는 관록이 흐른다.
그들의 연기에는 심연을 본 자의 깊은 어둠이 스며 있다.
오히려 과장되고 과도하지 않은 감정연기는 중독성이 강하다.
형사 해진과 피의자 서래 그리고 부적절한 관계에서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두 주인공은 영웅 혹은 바보다.
영웅 혹은 바보 그 둘은 같다.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요?"
영웅은 믿음을 포기하길 겁낸다.
형사 해진이 그렇다.
믿음은 자부심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스스로가 거짓을 참아내고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은 자신을 너무도 고통스럽게 만들어서
거짓을 용납하지 않고 가치를 실현하는 영웅은 대신에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다.
"내가 그렇게 나쁜가요?"
바보는 사랑을 포기하길 겁낸다.
여주 서래가 그렇다.
사랑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사랑밖에 모르는 바보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붕괴(무너지고 깨어짐)시키고
사랑하는 대상을 잃는 순간 자신의 삶마저 잃었다.
존재의 어긋남과 헤어질 결심
부적절한 관계에서 피어나는 비극적인 사랑
옳지 못한 방법이었지만 그들과 그 관계의 조각들은 현실의 시간 속에서 결코 가벼울 리 없었을 삶의 조각과 무게로 깊은 바다에 잠기거나 떠내려오는 거친 파도에 흩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영화에서는 새드엔딩을 설정하여, 두 주인공의 독성 강한 연기와 함께, 원한이나 미움보다는 모면할 수 없는 슬픔과 비애를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남겨주었다.
첫댓글 흠, 저도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영화에 대해 뭐라 할 말이... 그냥, '박찬욱은 나랑 안 맞나?'라는 생각이 처음 감상이었어요. <복수는 나의 것>이나 <친절한 금자씨> 같은 복수 시리즈는 괜찮았는데 말이죠.
이 영화 같이 보러 가자고 청한 사람이 있었지만, 못갔는데
두 번이나 보셨다는 트리님 글을 읽으니 보고 싶어지네요.
영웅이거나...바보이거나...본인이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바보이거나...
하나님! 하나님이 보시기에 어떠신가요?
심연을 본 자의 어둠이 스며든 연기라...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