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국립공원 계룡산(845m)
(충청남도 공주시)
1999년 10월 31일(일요일) 비, 단독등산
금남정맥의 푸른 정기가 빛을 발하다!
계룡산은 이태조가 신도안에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하였을 당시 동행한 무학대사가 산의 형국이 금계포란형이요, 비룡승천형이라 일컬었는데 여기서 두 핵심 주체인 鷄와 龍을 따서 계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등줄기인 백두대간(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도상거리 1400Km의 산줄기)에서 가지를 친 금남정맥(금강의 남쪽 산줄기)이 부여 부소산에 이르러 그 맥을 금강에 가라앉히기 직전에 이리 보아도 잘나고 저리 보아도 빼어난 충청 제일의 명산 계룡산을 빚어놓는다. 금남정맥의 절정을 이룬 계룡산은 정상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28개의 봉우리와 10개의 계곡으로 형성되어 있고 그 자태와 풍광이 매우 뛰어나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오악 중 서악으로, 조선 시대에는 삼악 중 중악으로 불렸고 지리산 다음으로 1968년 12월 31일 우리나라 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계룡산은 대부분 산줄기가 바위봉우리라 뛰어난 산악미를 뽐내고 있다. 특히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1봉 천황봉의 일출과 조망은 압권이다.
금남정맥의 암봉
푸른 하늘로 불끈 치민 듯이 솟은 바위봉우리가 줄지어 섰는가 하면 손을 벨 듯 날카로운 바위 능선이 종횡무진 달리는 산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발아래 놓여 있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대자연의 모습이라 신선이 된 마음으로 황홀한 풍광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계룡산에서 두 번째 높은 바위봉우리인 쌀개봉의 조망도 사방이 확 트여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제격이다. 연천봉, 문필봉, 관음봉이 3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고 관음봉에서 삼불봉을 지나 신선봉, 장군봉으로 길게 뻗은 주 능선은 계룡산의 힘찬 기운을 느낄 수가 있다. 천왕봉, 황적봉으로 뻗어 나간 계룡 지맥 산줄기도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쌀개봉에서 바라본 계룡산 풍광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나타내고 참으로 큰 산임을 알 수 있다.
또 계룡산엔 한국의 산악미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으로 알려진 자연성릉과 머리봉 암릉, 불가사의한 신흥암 천진보탑의 방광, 숫용추 폭포의 절경, 갑사와 신원사의 풍광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볼거리가 있다. 계룡산 산행은 세상의 온갖 시름이 다 잊히고 기쁨과 행복만이 충만하여 가슴을 뭉클하게 해준다.
계룡산은 금남정맥의 푸른 정기가 빛을 발한 산이다. 금남정맥의 절정을 이룬 금남정맥의 황태자가 바로 계룡산이다. 백두대간의 영취산에서 가지를 친 금남호남정맥 산줄기가 63Km(도상거리)를 달려 주화산에 이른다. 주화산에서 산줄기는 두 갈래로 갈라져 하나는 호남정맥을 탄생시키고 다른 하나가 금강의 남쪽 산줄기인 금남정맥을 이룬다.
금남정맥에 솟은 암봉
금남정맥 산줄기는 운장산, 대둔산을 지나 도상거리 약 82.4Km(실지 거리 약 98.9Km) 거리에 이르러 천하 명산 계룡산을 불끈 들어 올린다. 계룡산의 산줄기는 야트막한 산줄기로 바뀌어 팔재산, 성정산 등 고만고만한 산들을 빚어놓으며 부여 부소산에 이르러 그 맥을 백마강에 가라앉힌다.
계룡산을 5번 정도 오른 어느 산객은 계룡산을 다 아는 것처럼 계룡산이 국립공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123번을 오른 필자는 계룡산을 오를 때마다 신비스러움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알게 돼 아직도 계룡산을 다 알지 못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늘은 장군봉부터 치개봉까지 계룡산 종주 산행이다. 늦은 시각인 10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온천을 개발하려고 낸 도로를 따라 잠시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길로 접어든다.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얼마쯤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타난다. 예전에 오른쪽 길로 올랐다가 바위 절벽에 가로막혀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병사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 일이 있어 이번에는 왼쪽 길을 선택한다.
얼마쯤 올라서니 산길이 희미해져 주위를 살펴보니 왼쪽 바위에 길이 나 있다. 바윗길을 따라 진행하니 뚜렷한 길이 나온다. 바로 굴이 나타나고 안부로 되어 있는 주 능선에 올라선다(10:35). 남매탑 4.2Km란 푯말이 서 있는 이곳은 내가 목표한 지점이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진행해 바위봉우리(장군 2봉)에 올라선 다음 목표한 안부로 내려섰다가 장군봉(510m)에 올라선다(10:45).
장군봉은 계룡산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계룡산 고스락(정상)인 천황봉을 비롯하여 쌀개봉, 관음봉, 삼불봉, 신선봉, 황적봉 등 계룡산의 수려한 산세가 한 폭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대전시가지 쪽으로 눈을 돌리니 금수산과 도덕봉, 백운봉, 관암산 등이 조망된다. 5분간 휴식을 하며 마음을 굳게 다지고 계룡산 종주 산행을 시작한다(10:50).
장군봉의 필자
진행한 길을 역으로 급경사 내리막 능선 길로 안부에 이른 다음 다시 장군 2봉에 올라서니 비가 내린다. 비를 맞으며 산행하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앞서간다. 오르고 내리는 길이 반복되는 거친 길로 전망이 빼어난 장군 3봉을 넘어 내리막 능선을 탄다. 예전에 위험했던 등산로에는 줄이 설치된 쇠말뚝과 밧줄까지 매여 있어 안전하게 갈 수 있었다. 급경사 바위 절벽에 박힌 쇠말뚝과 쇠줄을 이용하여 험한 바위 능선을 내려선다.
이어 오르막이 된 길로 진행한 후 나무 계단과 밧줄을 타고 내려선다. 다시 오르막이 된 암릉과 흙길로 올라선 다음 완만한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산길은 또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이 된다. 조금 후 나무 계단 길이 나타난다. 나무 계단을 다 올라가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능선길이 훤히 보이고 옹골차게 뻗어 있어 보기 좋다. 계속하여 부드러운 흙길로 오르다가 바위를 타며 갓바위봉 직전 봉우리에 올라선다.
곧이어 갓바위 삼거리(531m)로 내려선다(11:35). 이곳에선 작은 배재를 거쳐 지석골로 하산할 수 있다. 장군봉부터 갓바위 삼거리까지는 암릉 길로 오르고 내리는 것이 반복되는 현란한 코스이다. 갓바위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뚜렷이 나 있는 등산로를 벗어나 바위를 타면서 갓바위봉(567m)에 올라선다.
잠시 전망을 한 다음 갓바위봉을 뒤로하고 완만한 내리막길로 내려서니 눈앞에 위압적인 바위가 떡 버티고 서있다. 거침없이 급경사 오르막 암릉을 타고 올라선 후 내리막길로 진행한다. 다시 오르막길이 된 암릉을 타고 올라서자 비단에 수를 놓은 듯이 아름다운 단풍이 절정을 이룬 환상적인 풍경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능선 길은 잠시 내리막길이 되더니 계속되는 오르막길로 전망이 시원한 바위봉우리에 올라선다. 눈앞에 보이는 바위봉우리가 볼만하다. 능선 길은 가볍게 내려서기도 하지만 암릉과 흙길이 조화를 이룬 꾸준한 오르막길로 신선암봉(642m)에 올라선다.
신선암봉은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룬 계룡산 주 능선 위의 10포인트 중의 하나다. 멋진 소나무와 함께 뛰어난 조망이 열려 연천봉과 문필봉을 제외한 계룡산의 모든 봉우리가 한눈에 조망된다. 참으로 아름다운 계룡산의 모습이다. 누구나 이 봉우리에 올라서면 신선이 되고 만다. 장군봉부터 신선봉까지 주 능선에는 10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있는 것 같았다.
신선봉을 뒤로하고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가 큰 배재(565m)로 내려선다(12:25). 천정골에서 올라온 많은 산객이 휴식하고 있다. 능선 오른쪽으론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속하여 남매탑 고개를 넘어 보물로 지정된 남매탑에 닿는다.
남매탑엔 산객이 너무 많아 장터 같았다. 돌길로 돼 있는 등산로를 따라 삼불봉 고개를 오르기 시작한다. 내려오고 올라가는 산객이 워낙 많아 빨리 올라갈 수가 없었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경사 길이지만 가볍게 삼불봉 고개에 올라선다. 삼불봉 고개부터는 산객의 수가 줄어든다.
계룡산 주 능선을 타고 잠시 완만한 길로 나아가다가 급경사 철 계단을 타고 삼불봉(775m)에 올라선다(12:53). 전망을 하니 흐린 날이라 멀리 있는 산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천하 명산 계룡산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정상인 천황봉은 위풍당당하고 쌀개봉에서 황적봉으로 뻗은 계룡 지맥 산줄기가 볼만하다. 삼불 2봉에서 수정봉을 거쳐 부여로 뻗어 나간 금남정맥 큰 산줄기가 조망되고 장군봉으로 뻗은 능선이 용이 꿈틀거리듯 힘차게 솟구쳐 있다. 천황봉부터 삼불 2봉까지의 금남정맥 큰 산줄기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삼불봉에서도 산객이 많아 휴식도 하지 않고 관음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급경사 철 계단으로 내려선 다음 금남정맥 능선인 삼불 2봉에 올라가서 (13:05) 쉬어가기로 한다. 관음봉 쪽을 바라보니 현란한 암릉의 모습에 환희심이 일어난다
.동학사 쪽으로는 곱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삼불 2봉을 뒤로하고(13:15) 나아가는 금남정맥 능선은 또다시 오르고 내리는 길이 계속된다. 위험한 곳은 철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쉽게 진행할 수가 있었다. 내가 10대 어린 시절 관음봉부터 삼불봉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능선을 타고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는 아무 안전시설이 없어 위험한 바윗길을 기어가기도 하며 힘겹게 진행을 했다.
금남정맥 능선에 솟은 위풍당당한 암봉
얼마 후 자연성릉 오른쪽 사면 길로 진행하여 계룡산 풍광이 한 폭 그림보다 아름다운 천길 단애의 자연성릉에 닿는다. 마치 철옹성의 성을 쌓은 것처럼 동학사 쪽으로 자연성곽을 이루는 자연성릉은 손꼽히는 절경이다. 특히 동학사 쪽의 붉고 노란 단풍잎과 황적봉부터 관음봉까지 운무가 걸려있는 풍경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나타내는 천혜의 비경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계룡산 풍광은 자연미의 극치를 나타내 진정 가슴 뭉클한 감동의 시간을 맞이한다. 아름다움에 푹 빠진 다음 바위에 시설된 급경사 철 계단을 타고 관음봉에 올라가서 꼭대기 바위에 올라서니(13:55) 연산면 일대가 잘 내려다보인다.
관음봉의 필자
사진 1장을 찍고 쌀개봉을 향해 진행한다(14:00). 관음봉고개로 내려선 다음 계속되는 금남정맥 능선을 탄다. 이 구간은 출입통제 지역이지만 나는 통행증이 있어 철조망을 넘는다. 금남 정맥 사면 길로 나아가다가 큰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를 사면 길로 지나 금남정맥 능선으로 올라선다.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해 바위가 미끄럽다. 험한 바위를 타고 올라선 다음 널따란 암반으로 내려간다. 다행히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조심조심 내려간다. 곧이어 또 밧줄을 타고 바위를 기어올라야 한다.
위험한 바위에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어 무척 어려운 급경사 암릉을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 관음봉서 30분이 소요돼 쌀개봉(828m)에 닿는다(14:30). 바위봉우리인 쌀개봉의 조망은 일품이다. 정상인 천황봉이 눈앞에 가까이 있고 위풍당당한 바위봉우리인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이 삼 형제처럼 늘어 서 있다. 장군봉부터 이곳까지의 능선도 웅장하게 솟구친 모습으로 한눈에 들어와 기뻤다. 쌀개봉은 대전의 산들인 금수산, 갑하산, 금병산, 구봉산 등을 내어주는 산줄기가 시작되는 첫 산이기도 하다.
쌀개봉을 뒤로하고 안전한 길을 택해 내려와 금남정맥 능선에 이른 다음 예전에 군 초소가 자리한 능선에서 왼쪽 사면 길로 진행한다. 이윽고 쌀개봉서 15분 만에 천단 비석이 박혀 있는 천황봉 꼭대기에 올라선다(14:45). 천단에 서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쁨의 극치를 이룬다. 환희의 마음이 절정을 이루고 계룡산이 참으로 아름답고 얼마나 깊고 엄청나게 큰 산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사방의 풍광은 그야말로 천하 절경이라 세속의 온갖 시름은 사라지고 신선의 마음이 돼 마음속에 커다란 보물이 간직되는 것 같았다.
천단에 삼배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14:50). 바위에서 정성을 들이면 장군으로 진급된다는 장군바위를 거쳐 금남정맥 능선을 타고 나아가다가 쌀개봉 직전에서 오른쪽 너덜 길로 빠르게 진행한다. 곧이어 통천문을 지나 계룡 지맥 산줄기를 타고 천왕봉을 향해 나아가는 산길은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황적봉으로 뻗은 암릉길
경관 좋은 암릉을 지나 은선폭포가 잘 보이는 헬기장 능선에서 계룡산 산세를 감상한다. 계룡 지맥 능선 길은 오르막길이 되면서 기이한 바위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 탄성이 연발되는 기이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조금 후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천왕봉(605m)에 닿아(15:50) 전망을 하니 비가 많이 내려 장군봉은 보이지 않는다. 천왕봉을 뒤로하고 한참을 내려가 동학사로 하산할 수 있는 안부에 닿아 바위 낭떠러지에 달린 밧줄을 타고 산에 올라간다. 위험했다. 기운도 많이 빠지고 옷이 젖어 진행이 쉽지 않다.
이렇게 힘들다가 갑자기 사람이 쓰러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오늘 무리한 산행을 하는 것 같아 조금은 후회가 됐다. 험한 바위 절벽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황적봉(664m)에 올라선 다음엔 암릉 길이 이어진다. 암릉에선 용동저수지와 동학사가 내려다보인다. 암용추 계곡이 있는 용동저수지 쪽도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한 폭 그림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 후 산의 모습이 좋은 치개봉(661m)에 닿아(16:50) 휴식도 없이 나아간다. 계룡산 종주가 8시간 이내로 가능할 것 같아 마음이 설레 인다. 이제 지친 것도 조금 풀려 길이 좋은 곳은 큰 보폭으로 빨리 나아간다. 바윗길은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간다. 치개봉부터 윗사기소 도로까지는 내리막길뿐이었다. 마침내 오후 5시 37분에 차도에 닿아 7시간 37분간의 산행으로 계룡산 종주를 마감한다.
성취의 기쁨이 밀려온다. 비옷을 준비하지 않아 비를 흠뻑 맞았고 미끄러운 바윗길이 많았는데도 8시간 이내로 종주하여 참으로 기뻤다. 아직도 쏟아지는 비를 단비라고 생각하며 주차된 곳까지 느긋하게 15분을 걸어갔다.
※ 관음봉고개부터 쌀개봉, 천황봉, 천왕봉, 황적봉, 치개봉 구간은 출입 통제 지역입니다. 입산 시 계룡산 국립공 원 사무소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