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아버지께서 기운이 없어 입원하셨다. 경주 동산병원 3층 3103호.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내리면 바로 앞에는 호스피스병동이 있다. 지난번 입원 시에는 2층이었고 많은 환자들과 함께 있어서 적막하지는 않았는데 여기는 아버지께서 코로나확진으로 1인실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형우형이 상시대기이지만 형이 약속이 있을 땐 대타로 내가 병실에서 생활한다. 이번 주는 토요일과 일요일 내가 책임자이다. 무척 다행이다. 나이 들면서 아버지와 함께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아버지 옆에서 머무를 수 있게 된 것이 나에게는 운이 아주 좋은 경우이다. 형우형과 임무교대를 위해 오후 1시 30분경 병실에 도착하니 엄마와 고모 그리고 형이 있었다. 엄마는 아버지를 매우 안타깝게 처다 보는 상황이었다. 즉 적막한 3층 외딴 구석진 병실에 아버지께서는 가만히 주무신다. 팔에는 주사바늘이 2개나 꼽혀있으며 환자의 왼팔에는 주사바늘이 잘못 꼽힌 자국들로 인해 피가 맺힌 상태이며 아버지의 표정은 입은 반쯤 벌인 상태로 누워계신다. 아버지의 야윈 얼굴 모습은 마치 뼈밖에 없는 해골과 다름없었고 이불로 반쯤 덮은 아버지의 하체는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 같았다. 엄마가 보기에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병실에 들어서는 순간 엄마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고 눈물을 참고 있었다. 말씀도 없었다.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엄마의 맘은 요지부동 아버지만 보고 계셨다. 평소에도 지극정성으로 아버지를 잘 보살폈는데 막상 엄마의 손을 떠나 병실에 계시는 아버지의 현실을 안타깝게 쳐다만 보고 계셨다. 내가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아버지!”외치니 아버지께서 눈을 지그시 뜨셨다. 그제 서야 엄마께서 아버지 곁으로 가서 손을 잡는다. 밥은 많이 드시는지 걷기 운동은 하시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주사바늘은 안 아픈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등등을 물었다. 반은 듣고 반은 못 듣고 눈만 떳다 감았다하셨다. 엄마는 못내 저 바늘 2개가 못마땅하셨다. 당장 떼고 싶어 하셨다. 영양주사인데 유명 정치인도 저 닝겔주사로 24일 단식했다 해도 불만이셨다. 결국 엄마는 누워계시는 아버지 얼굴 앞에 마주보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셨다.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셨다. 약 30초는 흘렀다. 무엇을 의미하였는지는 둘만 아시리라. 68년을 함께 산분들만이 알 수 있는 눈물이고 마주봄이겠지. 내가 아는 척 여기 두 분의 맘을 적을 수도 없고 적어서도 안된다. 엄마는 집에 가셔서 밤새 잠을 주무시지 못했다. 나에게 전화로 또다시 말씀하신다. “저것 주사 떼면 안되나? 아마 아파도 아버지가 못 느끼는 것 아니가!” 엄마의 뜨거운 눈물은 뭔가를 나에게 남겼다. 2023. 11. 13.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