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개봉되었으니 이 영화는 한국 ‘고전’ 영화로 꼭 지정할 수 있는지는 나에게는 알기가 어려운데, 개봉된 지가 거의 30년이 되었음에도 문화권 속에서 자리를 계속 잡고 있다 보니, 그러듯이 고전 영화인가 본다.
또, 영화의 내용이 역사적이며 사회적인 의미가 계속 있어서는 이제 고전 영화가 다 되었는가 본다.
물론, 고 전태일 씨는 1970년 11월 13일에 자신에게 불을 붙여 자살한 노동자였는데, 불이 자신의 몸을 타는 중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쳐서는 유명해졌다.
다만, 1995년에 내가 중학생이었으니 그 년도에 개봉된 영화를 고전 영화로 생각하기는 나에게는 어려운가 본다.
시청한 뒤, 이 영화가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음을 알았고 홍경인 남배우가 이 영화에 출연해서 춘사대상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음을 알았는데, 그 사실들도 문화권 속에서 이 영화가 잡고 있는 자리에 꼭 보태는 것 같다.
어쨌든, 나는 3년쯤 전에 1992년도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화를 처음 시청해서는 홍경인 남배우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분이 출연하는 영화 또 하나를 시청할 것에 관심을 점차로 가지게 되었다.
그 영화를 비롯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영화가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고전영화극장’유튜브 채널에 올려져 있어서는 나는 그 둘을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KoreanFilm
몇 달 전에 홍경인 남배우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는 섬네일이 내 눈에 띄어서는 나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영화도 시청하기로 했는데, 영화를 제대로 시청할 만한 시간은 이틀 전이야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내 기억에 박혀 있는 대화 어느 한 줄은 전태일 씨가 들어가는 고용노동부 지청에서 근무하는 어느 공무원의 입에서 들린다.
“자네들 다 애국심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아니야? 허리띠 꽉 졸라매고 일할 때라고. 80년대가 되면 당신들 자가용 굴리고 다 잘살 수 있는 나라가 돼. 왜? 내 말 못 믿겠어? 자료 보여줄까? 우리가 자네들 무서워서 대화하자는 줄 알아? 아무리 그래 봤자 눈썹 하나 까딱 안 해. 국정감사도 끝났어.”
https://youtu.be/tTvVq_aeC6g?si=XmY9yjU5VUorgcR3&t=4479
얼마나 우여곡절을 거쳐 내 머리에 떠오를 생각이라고 하든 나는 이 대화를 들었을 때, 조지 오웰 소설가가 1945년에 출판한 <동물 농장> 중편소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풍차의 건설에 둘러싸는 줄거리의 부분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동물 농장> 소설의 줄거리에는 어느 농장에서 화가 나는 동물들이 농부를 물리쳐서 농장을 공산주의적인 국가로 다스리기 시작하고, 돼지들이 그 국가의 ‘간부’들이 된다.
조금 이따, 돼지들은 풍차가 미래의 번영에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건설을 명령한다. 거듭되는 불행 때문에 풍차의 건설은 아예 완료되지 못하지만, 풍차가 가져올 미래의 번영을 계속 약속하는 돼지들은 풍차의 건설에 노동과 재료를 여전히 기울일 것을 명령한다. 배고프며 지친 다른 동물들은 풍차를 짓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헛되게 희생한다.
동시에는 농장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동물이 있긴 하는데, 그 동물들은 돼지들 밖에 아무도 없다. 매일 밤, 다른 동물들의 눈에 안 보이도록 농가 안에서 돼지들이 사과를 잘 먹고 우유를 잘 마신다.
물론, <동물 농장> 소설이 공산주의의 부작용을 비판하는 알레고리이지만, 앞에 언급된 공무원의 독백은 공산주의의 약속을 홍보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피라미드 사기와 같은 것의 약속을 홍보하는 말일 수 있는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영화에 몇 번 띄는 것 같은 어느 상징은 우산인데, 나는 우산의 의미는 보호가 아닐까 싶다. 특히, 법률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보호를 나타내는 상징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전태일 씨가 대화하는 첫 번째의 장면에는 그분이 빗길을 걸어가며 저질 우산을 팔고 있다. 그분이 자신의 머리 위에 드는 우산에는 시청자의 눈에 아마 보일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구멍 하나가 뚫려 있다. 중산층인 것 같은 어느 여자가 우산을 사려고 그분을 부른다. 여자는 그분이 팔고 있는 우산들이 중고품이라고 불평하고 택시를 불러서 탄다. 택시를 타기 직전에 우산을 함부로 길가에 던져버린다.
https://youtu.be/tTvVq_aeC6g?si=iA86FeOBHgG7QUAk&t=398
전태일 씨와 중산층 여자 사이에의 대화에는 아마 더욱더 많은 상징성이 담겨 있으나, 우산을 법률적인 보호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들면, 이 장면에는 재산이 법률적인 보호의 결핍을 보충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을 수 있다. 이 똑같은 논리에 따르면, 가난이 법률적인 보호의 결핍이 초래하는 위험을 더욱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을 수 있다.
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중산층 여자가 우산을 버리고 비를 맞지 않도록 택시를 타는 것은 그분이 법률적인 보호에 꼭 의지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수 있다. 비를 안 맞기 위한 어느 다른 수단이 있으니, 우산이 저질이며 허름하다는 것은 결국 그분에게는 상관없다. 동시에는 전태일 씨가 머리 위에 허름한 저질 우산을 드는 것은 그분이 보호를 받기 위해 ‘구멍이 나는’ 법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일 수 있다. 물론, 전태일 씨가 중산층 여자보다 빗물에 훨씬 더 젖었다.
앞에 언급된 ‘피라미드 사기’에 드디어 돌아오는데, 나는 이 영화를 시청하고 나서는, 균형을 잘 잡은 법률적인 보호가 유지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의 운명은 어느 종류의 국가적인 피라미드 사기가 되어갈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지 안 그런지 말하기가 어려운데, 모든 피라미드 사기가 무너지기가 마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첫댓글 이 영화를 <동물농장> 과 결부시켜 해석한 것도 훌륭하고,
“균형을 잘 잡은 법률적인 보호가 유지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의 운명은 어느 종류의 국가적인 피라미드 사기가 되어갈 것이 아닐까 싶다”는 통찰이 좋습니다. ^^
피라미드 사기는 무너진다. 강력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