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항문과 생식기에 있는 좁은 요니Yoni라고 불리는 장소에 삼각형을 한 화각火角-Agnikona이라는 것이 있다.
이 원시 에너지 쿤달리니는 시바Lord Shiva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다는 바램을 품으면서
마치 뱀처럼 남근男根 형태의 주위를 세 바퀴 반 감고 잠들어 있다.』- 혼의 과학(The science of Soul)
MS 클라우드 장애‘라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이유로 비행기가 3시간이나 연착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나는 5년 전과 똑같이 델리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데라둔에 도착했다.
5년 전에는 맑았지만 이번에는 비가 내린다. 작은 비가 아니다. 소나기다. 공항에는 5년 전에 보았던 파노라마 雪山도 보이지 않는다. 뭔가 5년 전보다 공항이 더 세련된 느낌인데 오히려 더 부산스럽고 결과적으로 더 나빠진 느낌이다. 택시를 타려고 흥정을 하는데 자꾸 추가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인도에서는 늘 바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수행자들의 도시 리시케시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왜? 내가 만만한 호구로 보여? 난 리시케시 단골이야.
그게 아니고 페스티벌 때문이야.
먼 페스티벌?
시바.
로드 시바?
그래 로드 시바. 시바신의 물 축제.
그러니까, 한참 옥신각신 끝에 소통된 내용은 이렇다.
리시케시에서 가장 큰 축제인 시바신을 위한 물 축제를 무려 한달이나 하는데 그게 하필 오늘 월요일부터다. 그리고 내가 가려는 아쉬람은 차량이 들어갈 수 없게 막아놓았기 때문에 돈을 더 받아야 한단다. 그렇다면 많이 걸어가야 한다는 건데 더 깎아줘야지. 왜 더 내라는 건데? 그건 통하지 않는다. 아무튼 그래서 더 내란다.
얼마나?
200루피.
200루피면 3천원 정도다.
오케이.
인도에 사는 신들의 숫자는 3억이다. 누구는 3억 2천만이라고도 하고, 3억 4천만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그 많은 인도의 신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이 바로 로드 시바(Lord Shiva). 시바神이다. 오늘부터 시바 물 축제의 시작이고, 그 시작하는 날에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희한한 우연이지 않은가. 만약 비행기가 연착되어 델리에서 하루 더 묵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 그날 저녁, 나는 어둠이 내린 갠지스강을 걸었다. 갠지스는 그 자리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평온하게 나를 맞았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갠지스만 찾는 인도인의 마음을 이 제 나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갠지스는 무슨 일이든 받아주고 어떤 고통도 품어주고 기쁨도 함께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마음이 복잡했다. 생각의 정리도 필요했고, 두근거리는 가슴도 진정을 시켜야 했다. 나를 이끈 존재에게 감사를 드리고도 싶었다. 그 모든 것에 갠지스가 딱 맞았다.
밤의 갠지스는 평화롭고 한산했다. 멀리 강이 내려다보이는 계단에 승려복을 입은 흰 수염의 서양인이 갠지스를 보며 명상에 잠겨 있고, 승려 앞으로 하루 장사를 마친 행상 둘이 머리에 봇짐을 지고 바삐 걸어갔다. 이 모든 게 시바의 계획이었을까? 오늘 하루 동안에만 신기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걷는데 저만치 앞 강가에 여자 둘이서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허튼짓하지 말라는 듯 똑바로 나를 쏘아봤다.
이미 주위가 어두워 정확히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모녀 사이 같기도 하고 자매 같기도 했다. 나이가 조금 많은 여자가 꽃과 음식을 바치는 의식을 치르는 동안 조금 어린 여자는 경계하는 코브라처럼 과하게 가슴을 펴고 나를 주시했다. 나는 경계심을 풀겠다는 듯 그들과 약간 떨어져서 합장하고 서 있었다. 이미 경험했듯이 낯선 곳에서의 합장은 가장 확실한 동참과 평화의 행위다.
“Whatis this stone? (이 돌은 뭔가요?)”
의식이 끝나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나는 그들이 조금 전에 꽃과 음식을 바친 돌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고생이 다시 나를 째려봤다. 아무래도 그녀의 계급은 무사 크샤트리아 같았다.
“Lord Shiva. (시바)”
그것도 모르다니 한심하다는 듯 여고생이 짧게 대답했다. 이 돌이 시바라고? 아닌데. 시바는 삼지창을 들고 목에 황금빛 코브라가 감고 있어야 하는데. 삼지창을 영어로 뭐라고 하지? Three…knife? 적당한 영어를 찾아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의식을 위해 가져온 짐을 모두 챙긴 나이 많은 여자가 일어서며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눈이 깊고 평화롭게 반짝였다. 그녀는 수행자였다. 그녀가 나를, 정확히 내 가슴을 가리키며 꿈속처럼 낭랑하게 말했다.
“Shiva is you. (네가 바로 시바야)”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 낭랑한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남기고 그들은 어둠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내가 잠깐 환상을 본 걸까. 시바가 돌이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나더러 시바란다. 오늘 아침 시바 신전에서 체험한 에너지는 시바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걸까. 도대체 갈수록 모르겠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한동안 은은한 향기가 계속 내 주위를 맴돌았다. - 그럼에도 사랑하라, 중에서...』
니고데모가 물었다. 어떻게 거듭 날 수 있습니까?
예수가 말씀하셨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 같이
인간의 아들도 그렇게 들어올려져야만 한다. - 요한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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