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탱고 강습기1
(2003/04/08 )
[탱고입문]
드디어 탱고 첫 강습일이다.
왠지 모를 긴장과 설렘.
무슨 심정이랄까.
처음 댄스동호회에 가입하고 왈츠 첫 강습은 한 마디로 죽음이었던 기억.
왈츠 음악의 매료와 영화의 멋진 장면만을 상상하다가 생소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한 첫 발.
불과 두어 달 전의 일이지만 너무 무모했고 끔직했다.
뭐가 뭔지, 베이직은 무엇이고 박스는 무엇인지 루틴은 또 뭬야.
도대체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용어며 기본자세며 황당하기만 했었다.
그래도 내 기억으론 그 당시에 처음 오신 분들이 몇 분 있었다. 환영회도 근사했었던 기억이다.
그 덕분에 기왕 시작한 것, 가는 데까지 가보려는 심정으로 버티었지만 정말 끔직했다.
도저히 수업을 흉내 내며 따라가는 시늉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끝까지 버티는 바람에 한 주 두 주 시간이 감에 따라 약간씩 머릿속에서 윤곽과 감은 잡혔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시작한 자이브도 헤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걸 보면 나라는 인간도 끈기만은 만만치 않는가 보다.
하긴 그렇게 시작하지 않으면 내 인생에서 이런 멋진 세계를 접할 기회를 영영 놓쳐버렸을 지 모른다.
그런 압박감과 초조함을 부인할 수 없다.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매우 잘한 선택이었고, 결심이었던 건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 우여곡절과 남모르는 심적 고통과 수난을 맛본 나였다.
탱고 첫 시간도 또 헤매고 선생님의 말씀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시간만 낭비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난 단체 강습에서 준비 없이 시작된 쓰디 쓴 왈츠와 자이브의 경험을 또다시 겪기가 두려웠다.
그래서 개인레슨으로 약간의 준비를 하고 탱고 첫 수업에 임했던 게다.
불과 몇 시간 안 되어서 과연 단체 강습에서 첫 시간부터 팀을 따라갈 수 있을까 내심 두려웠고 겁도 났다.
그런데 막상 첫 단체수업을 받아보니 예상외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았다.
아직 미숙함이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전 달의 왈츠에 비하면 너무나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왈츠 시간에야 숙녀 회원님들과 홀딩 할 엄두조차 못 내었었다. 탱고는 첫 시간에도 주저 없이 홀딩하고 첫 스텝을 내디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색했지만 여성을 껴안고 단 몇 발짝이지만 진행할 수 있었다는 그 성취감...
사실 개인레슨 때도 선생님과 홀딩을 아직 정식으로 해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냥 단체반에서 덜 헤매게 스텝만 몇 개 익혔다. 단 몇 개의 스텝을 익히는 중에도 계속적으로 몸을 만들라며 선생님은 이상한 동작, 군대의 얼차려 혹은 아이들의 벌 서는 자세로 지겹고 힘든 것만 계속 시켰다.
그런데 그 훈련이 이런 결과를 낼 줄은 정말 몰랐다.
첫 단체 강습에서 파트너와 홀딩을 해보고서야 그 훈련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공짜란 없다.]란 그 단순한 진리가 입증된 셈이다.
어느 동호회 사이트에서 얼핏 본 글귀가 과연 명언이고 진리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댄스를 잘 하려면... (대충 기억에 남은 요점)
좋은 선생님을 만나던가,
선천적인 재능이나 끼가 있던가,
피나는 노력을 하든가,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돈을 투자하든가.....
어쩌고 저쩌구... (정확히 다 기억이 안 나네.)
요점만 기억해도 죄다 옳은 말인 것 같다.
난 약간의 레슨비용과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건 사실이다.
그 결과였던 게 틀림없다.
그 짧은 기간에도 투자한 만큼 그리고 뿌린 만큼 거둘 수 있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가 또 한 번 입증할 수 있었고 실감했다.
이제 댄스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탱고 레슨이 끝나면 왈츠도 자이브도 정식으로 레슨을 받을 계획이다.
그리고 이왕 발을 디딘 댄스계 입문이니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꾸준히 계속 노력할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