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사이 지방 여행기 2012.11.18~.20
가을의 끝자락-날씨가 겨울 흉내를 내느라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매서워 내복도 찾아 입고 두꺼운 옷으로 감싸야 한다. 별일도 아닌 생일이라고 저녁을 먹고나니 자식들이 봉투를 내민다. 친,처가 공히 노모님이 계셔서 멀리 갈수도 없고 부득이 가까운 일본여행을 나섰다. 계획에 없던 갑작스런 여행이라 내 입맛대로는 안되지만 마침 아내가 가보지 못했다는 일본 간사이지방을 택했다. 나이 든 사람이라면 이미 오래전에 한번쯤은 이미 다녀온 곳이다.
필자도 이미 40여년전 전 직장에서 연수차 일본의 광고대행사 덴츠(電通),하꾸호도(博報堂) 등을 다녀온 바 있다. 당시만해도 일본은 주 5일 근무라 토,일요일은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그때 동경은 물론,닛꼬,나라,교토,오사카,후지산 등지의 명승고적을 구경한하였다. 새삼스레 옛 추억을 더듬으며 여행을 하자니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벌써 마음은 그곳으로 달린다. 나라,교토는 우리 정서와 같은 고향 같은 느낌의 여행이라서 전혀 부담이 없다. 2박3일의 빡빡한 일정이다. 아침 새벽에 나서서 돌아 오는 날도 밤에 도착한다. 아무리 가깝고 짧은 여행이라도 챙길 것은 꼭 같아서 준비가 바쁘다..
공항에 아침 7시까지 도착하라니 수원에서 출발키는 무리다. 어쩔 수 없이 서울 딸집에서 신세를 졌다. 팻키지 여행에 길들여진 우리는 별 부담이 없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도 여행하면서 사귀면 된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아뿔사 ! 깜짝 놀랐다. 30여명의 일행을 보니 모두가 젊은이 뿐이다. 기껏해야 40대까지--아기를 데리고 가는 부부도 있고. 완전 어르신 대접을 받으려니 그게 신경 쓰인다. 다짐을 한다. 사고는 유연하게,행동은 빠르게,어른답게 양보하고 베풀자.
9시10분 예정대로 항공기는 간사이공항을 향해 나른다. 언제나 여행은 기분을 덜뜨게 한다. 일상과는 다른 세상이 전개되고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행동도 긴장되는-- 1시간 45분이 걸려 오오사카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가이드는 없고 동행한 여행사 가이드가 모든 안내를 한다. 오랜 일본 가이드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우리 문화보다 일본 문화를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일정을 소개한다. 첫날은 나라(奈良)의 동대사(東大寺;도다이지),교토의 청수사(淸수寺), 오오사카 성의 야경까지 관광을 한다.
둘째날은 전일 자유투어이다. 젊은 이들은 교토나 오사카의 관광지를 골라서 자유 나들이를 한다. 대신 두가지의 옵션이 있었다. 첫번 옵션은 미국의 헐리우드를 그대로 본따서 만든 "오사카 유니버샬 스튜디오"관광이고 또 하나의 옵션은 "교토 명승지 관광"이다. 나와 아내는 후자를 택했다. 우리 여행사와 다른 여행사가 죠인트해서 25명이 교토여행을 하게 되었다. 인당 9천엔이라고- 버스로 이동하면서 관광을 하니 돈은 좀 더 들지만 시간절약도 되고 훨씬 나은 것 같다.
교토의 후시미나리 신사,아라시야마 단풍과 대나무 숲,노노미야 신사,금각사를 구경한뒤 오사카로 와서 시내 신사이바시를 구경하고 도톰보리에서 저녁식사 한후 우메다 스카이빌딩 전망대에서 오사카 야경을 구경하는 순서이다. 3일차는 고베로 가서 일본의 3대온천으로 유명한 아리마 온천에서 온천의 뜨거운 물에 그간의 피로를 푼 다음 고베지진의 잔재를 구경한 뒤 귀국하는 일정이다. 수박 겉 핧기식 여행이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 하자면 나라 1일,오사카 2일, 교토는 1주일이 걸리는 여행코스이다. 특히 교토는 1100년간 수도로서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지붕없는 박물관이다. 시간을 별도로 내서 교토만 여행코스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일본문화의 진수를 본다- 나라(奈良) 東大寺 청동대불,사슴이 노니는 나라공원
간사이지방의 나라,교토,오사카는 삼각을 이루며 고속도로로 연결된다. 공항에서 12시에 출발한 버스는 약 두시간을 달려 나라(奈良)시에 닿았다. 나라는 710년부터 70여년간 일본의 수도였던 곳이다. 나라공원을 지나면서 수많은 사슴들이 우리를 반긴다. 관광객들이 주는 과자나 먹을 것에 길들여져 전혀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나라공원에 방목된 사슴은 무려 1500마리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사슴공원이라고도 한다. 나라공원은 1880년에 세워졌는데 동서가 4km,남북이 2km로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도다이지(東大寺)에 도착하였다. 세계 목조건물 중 최대라고 할 정도로 크고 오래된 동대사 앞에 남대문 건물이 높이 서 있다. 동대사는 AD745년에 세워졌는데 호류지(법륭사)와 더불어 일본의 양대사찰로 알려져 있는데 사역(寺域)이 넓어 당우(堂宇)가 흩어져 있지만, 중심인 대불전, 즉 금당(金堂)은 에도[江戶]시대에 재건된 것으로서 높이 47.5m나 되는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이다. 나당연합에 의해 나라가 없어진 백제-수많은 백제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동대사 초대 주지스님인 로벤(良弁)스님도 백제출신이다. 東大社要錄에 의하면 동대사 건립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세 분의 성인(聖人)은 구다라인(백제인) 행기(行基·668∼749) 큰스님과 양변(良弁·689∼773) 큰스님, 신라인 심상대덕(審祥大德·8세기) 큰스님으로 되어 있다.
대불전 즉 금당 안을 들여다 보니 그 유명한 청동불이 어마어마한 모습으로 가부좌를 하고 있다. 노사나대불로 앉은 키 높이가 15m, 얼굴이 5.4m,귀 2.5m,눈이 1m의 세계 최대의 청동불상이다. 청동 다이부츠(대불大佛) 옆에는 여의윤관음(如意輪觀音)과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 그리고 창칼을 든 광목천왕(廣目天王)과 다문천왕(多聞天王)이 양옆에서 지키고 서 있다. 둥근 큰 기둥에 구멍이 뚤려 있고 그 기둥 앞에 줄이 서 있다. 신기해서 보았더니 구멍 속으로 엎드려 통과하려는 어린아이들이다. 해탈에 이르는 문이라고 한다. 행복과 복을 가져오는 문으로 알려져 고행을 감수하면서 기어나간다.
대불전 앞에는 빨간 망토를 입은 목조 불상이 시선을 끈다. 보살이 되기 전 수행 중에 있는 16나한 중 제1의 성자인 빈두루존자(賓頭盧尊者:Binzuru)이다. 신통력을 가졌다고 해서 아픈 곳이 있다면 존자의 그곳을 문지른 다음 자기몸의 아픈 곳을 문지르면 치유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모든 관광객이 통과의례처럼 공손한 마음으로 성자의 몸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당에는 손을 씻는 수도가 있다. 마셔도 된다고 하여 물한모금을 마셨다. 한쪽 편으로 키가 큰탑이 서 있었다. Asoka Pillars(기념보탑)으로 큰 키의 고목과 키재기를 하는 양 하늘 높이 솟아 있다. 동쪽 편에는 또다른 길이 있어서 보니 수향산신사(手向山神社)로 가는 길이다. 입구에는 양쪽에 해태상이 서 있어서 어떤 의미인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대불전을 나와 정원을 지난다. 일본식 정원으로 아름답다. 일본정원은 우리의 정원과는 다르다. 우리 전통의 정원은 자연을 그대로 두고 멀리 있는 산까지도 앞 정원으로 차경(借景)하는 형태이나 일본정원은 아기자기하게 인공적으로 꾸미 정원이다. 아직 단풍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다. 공원에는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사슴들이 여유롭게 놀고 있다. 사슴과 인간의 말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평화로운 광경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천진난만해 지는 순간이다. 기념 사진 찍기에 바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정경이기에--우측에 국립박물관이 있었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들어가보지 못해 섭섭했다. 버스정류장으로 나오면서 일본 경단과 붉은 색의 군고구마를 하나 사서 먹어보니 맛이 너무 좋다. 군고구마 하나에 6백엔이니 물가가 비싸긴 하다.
사슴들이 반긴다
세계최대의 목조건물 동대사의 위용
세계최대의 청동불상 노사나대불
동대사 금당 앞 호수공원 천년고도 지붕없는 박물관 교토(京都) 2시20분에 버스는 또다른 고도 교토로 향했다.한시간 거리이다. 교토는 나라(奈良)에서 수도가 옮겨진 고도(古都)로 1100년이나 되는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유적과 유물을 남긴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칭해지고 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 할 정도로 역사탐방으로는 최고의 명승지이다.
794년부터 1868년까지 천년 넘게 일본의 수도로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교토는 일본인의 가슴에 가장 일본다운 도시, 마음의 고향으로 새겨져 있다. 교토가 그토록 굳건히 자리한 이유는 도쿄에 화려한 영광을 넘겨주고도 천년 고도의 멋과 기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년 전 시계바늘이 멈춰버린 듯한 교토 거리는 현대의 이방인을 단박에 홀린다.물론 여늬 대도시 못지않게 거대한 백화점과 쇼핑몰이 모여 있는 교토역 주변에는 현대의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현대의 화려한 건물로부터 불과 몇 발자국 떼지 않아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교토여행에서 유의할 점은 느림의 미학을가져야 한다. 천천히 걸어면서 철학적 사색을 하면서 즐겨야 한다. 과연 문화유적의 도시답다. 교토 도시에 흩어져 있는 신사와 사찰만 2000여개나 된다. 오늘 찾는 곳은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청수사(淸 水寺:키요미즈테라)이다. AD778년 오토와산(音羽山) 중턱 깍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이곳 본당은 일본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수백개의 나무 기둥을 교차해 완성한 본당에 서면 교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청수사로 가자면 버스주차장에서 긴 상점가를 지나야 한다. 이곳 기온지방은 교토시장의 번화했던 과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수많은 과자점,식당가게,도자기가게,부채가게,다방,카페,선물가게 등이 즐비하다.시식하는 점포도 많다. 팥이 든 삼각형 모찌가게의 시식은 특히 인기가 좋다. 교토는 장인(匠人)정신이 투철한 곳으로, 예부터 옷을 화려하게 입고 장원(莊園)과 다실(茶室)문화를 소중히 여긴다. 여인들은 기모노를 입고 화려한 복색을 좋아한다.
멀리 청수사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청수사는 인연을 엮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절과 신사가 같이 공존한다.청수사는 높은 절벽에 130여개의 기둥을 세워 건설한 아름답기 그지없는 명찰이다.오른쪽 3층탑을 끼고 돌아서 안으로 들어오면 매표소가 있다. 우뚝 솟은 인왕문을 지나 높고 긴 계단을 오르면서 보이는 많은 건물들은 지붕만 빼고는 기둥과 처마 모두가 주황색으로 단장되어 새로 지은 건물처럼 화려하다. 대부분 사찰 내에 있는 수돗물은 먹는 용도가 아니라 대불전에 들기전에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절차를 위한 것이다. 즉 신업과 구업을 씻어낸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여기의 수도는 음용이다. 용의 입을 통해 내뿜는 약수는 목마른 과객의 입을 적셔준다.
휴일 인파가 대단하다. 단풍철이라 더욱 관광객이 많은가 보다. 야간 개방이라는 간판-그래서인지 오후 늦은 시간에도 계속 관광차들이 몰려 들어오고 있다. 아마도 청수사 단풍놀이를 겸한 관광차들이리라. 한국보다 위도가 낮아서인지 이곳은 지금이 단풍의 피크이다. 고색창연한 사찰과 연못 그리고 붉고 누른 단풍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청수당 본당은 마루가 깔려 있다. 일본 전통공연이 이곳에서 공연되기도 한다. 전통가무극 가부끼가 17세기 이전부터 공연된 곳이다. 마루에서 내려다 보는 단풍절경이 가관이다. 맑은 날이면 교토 시내까지 훤히 다 보인다. 본당 안에 모셔진 십일면천수천안관세음보살은 이루지 못할 소원이 없다고 할 정도로 영험이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본당 안을 두루 다니며 가이드가 특별히 강조했던 곳을 살핀다. 헹기스님이 득도하면서 벗어놓은 쇠지팡이와 쇠신발 게다가 있는 곳에서는 인파가 몰려 있다. 지팡이 뒤에는 토속神인 검은 神(출세의 신:出世大黑天)이 서 있다. 남편,자식의 출세를 비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본당 앞 무쇠항아리와 방망이가 놓여 있었는데 이를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줄을 서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수백만개의 신이 있다고 믿는다. 고양이,말,모든 동물도 신이 되고 있다. 아마도 신을 통해 바라는 소원,나쁜 액운을 없애달라는 염원이 이처럼 강한것을 볼 수 있다. 또 연인들의 터라고 하는 '연을 맺어주는 신사'도 있었다. 본당 뒤편의 지주신사(地主神社)로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인파를 따라 돌다 보니 물줄기 3개가 가는 폭포를 이루며 떨어지고 있다. 이 물은 마셔도 좋다고 하는데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세 물줄기는 건강,부자,공부를 의미한다 하여 야단법석이다. 길따라 내려오는 길가에는 망토를 입은 작은 부처들이 앙증스럽게 도열해 있다. 어린아이의 건강을 지켜주는 부처들이다. 저녁이 되면서 가게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욱 예쁜 장식으로 보인다. 버스정류장에서 반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한사람이 길을 헤메느 모양이다. 얼마나 마음이 다급할까 짐작이 간다. 혹시나 싶어 가이드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었는데--나중에 들으니 전화가 안되더라고- 다음 코스는 오사카성이다.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오사카성을 야경으로 보는 일정이다.
웅장한 모습의 청수사 본당
불이 난듯 붉게 물든 청수사 오사카성의 야경 청수사 인근은 야간관광을 위한 차량으로 북새통이다. 무려 1시간반이나 걸려 7시가 되어서야 오사카성에 도착했다. 오카성에 도착후 성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유시간을 갖고 외등 조명이 비치는 오사카성 야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하였다.
日本의 오사카성(大阪城)은 豊臣秀吉(풍신수길, 도요토미 히데요시)이 天下統一의 근거지로 삼고자 15년의 세월에 걸쳐 축성한 難攻不落의 요새로 현재 나고야(名古屋)성, 구마모토(熊本)성과 함께 일본의 3대 명성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성이다. 10만 명의 인부를 동원하여 1583년에 완성한 오사카 성은 이후 전투에서 파괴되고 벼락을 맞기도 했다. 1931년에 콘크리트로 원래의 성을 복원하고, 1997년 봄 새롭게 정비하여 다시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성 내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목상을 비롯해 귀중한 자료가 여럿 보관되어 있다. 최상층인 8층에는 오사카 공원과 주변의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오사카성은 20여 미터 높이의 가파른 성벽과 내·외곽의 2중 해자(垓子)로 둘러싸여 있다. 외곽은 ‘소토보리(外堀)’, 내곽은 ‘우치보리(内堀)’라고 불리는 오사카성의 2중 垓子는 유사시 적군의 공격을 지연·저지·방해하는 인공장애물이다. 성곽 돌 하나의 무게가 무려 13톤이나 되는데 전국에서 모아 축성한 이 오사카성 마지막 건축물은 오사카 시민의 성금의 결집이라고 하니 오사카시민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야간에는 사방에서 조명을 비추어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아름다운 성으로 보인다. 오사카성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내일은 자유일정이지만 옵션으로 선택한 교토 관광에 나선다.
야간의 오사카성
둘째날은 자유여행 스케쥴이다. 여행사에서 옵션으로, 어제 갔던 교토의 청수사를 제외한 교토지방의 주요 관광지와 오사카의 번화가를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하여 여기에 참가하였다. 한국에서 온 두 여행사에서 인원을 모집 25명이 한팀이 되어 마이크로 버스 한대로 움직였다. 오늘 가이드는 예쁜 아가씨 미쓰 나로 바뀌었다. 일본에서 자라고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박식한 데다가 삭삭하고도 친절하게 일본문화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 주었다. 오늘 여행 스케쥴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찾는다. 그런 뒤 아라시야마 공원으로 가서 노노미야신사를 구경하고 대나무 숲길을 거닌다. 유람선이 떠 있는 강을 가로지르는 도게츠교 위를 건너본다. 점심식사 후에는 일본 여인들의 기모노 쇼를 구경한다. 그리고 교토의 또 하나의 명승지 금각사를 찾는다. 다시 오사카로 돌아와 오사카의 번화가인 신사이바시와 먹거리골목 도톰보리를 구경한다. 각자 자유로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마친뒤 우메다 공중전망대에서 휘황찬란한 오시카 야경을 구경한다.
교토 후시미이나리신사(伏見稻荷大社) 처음 찾은 곳은 '여우신사'라고도 불리는 "후시미이나리신사(伏見稻荷大社)"였다. 버스에서 내려 나라행 열차 건널목을 지나고 운하를 지나 기념품 가게와 상점가를 들어서니 빨간 도리이가 일행을 맞는다. 伏見稻荷大社라는 돌로 된 표지석이 서 있다. 좀 더 걸아가니 이번엔 빨강색이 아닌 도리이가 있다. 종교의 권위를 강화하는 의미의 도리이가 차량출입도 통제하며 금기,성역의 의미로 해석된다. 절 입구에 세우는 일주문 같은 역할이다. 도리이는 우리의 솟대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도리이는 새가 사는 곳으로 새집 모양의 훼를 연상시킨다. 이나리(稻荷)라는 한자를 보면 이삭이 열리다는 뜻으로 오곡의 풍요 즉 농업의 신으로 모셔졌으나 지금은 상업의 신, 재물의 신으로 되어있다. 일본에 8만여개의 신사중 그 절반인 4만개가 이나리 신사이고 이 4만개 이나리신사 중에서 이곳 후시니이나리신사가 총본산이라고 한다. 711년에 건립되어 1300주년을 맞아 봉헌 신자의 명패가 입구에 즐비하게 붙어 있다.
면적 27만평에 해발 233m 이나리산 정상까지 가는 길에 만여개의 붉은 도리이가 전개된다. 산 정상까지는 30~40분이 걸리고 산을 한바퀴 도는데는 2시간이 족히 걸린다고 한다. 사쿠라문(櫻門) 앞에 여우상이 서 있다. 1589년 히데요시가 모친의 병이 나았다고 기뻐서 기념으로 세운 것이라고 한다. 신의 사자로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여우는 신격으로 여긴다고 한다. 왜 여우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에도시대에 농업신으로 게츠네(곡물의 근원)가 여우(기츠네きつね[狐])와 음이 비슷하여 여우를 신성시하는 신앙이 전국으로 퍼졌다는 설이 있다. 일본 문화 속에 여우를 좋아하는 풍습이 많다. 음식 중 여우가 좋아한다는 유부가 여우색이라 하여 유뷰초밥을 '이나리스시' 라고 부르고 유부를 얹은 우동을 '기츠네우동'이라 한다. 또 이나리신사를 의인화 하여 '오이나리상(お稻荷樣)'라고 부른다.
도리이 입구에 여우상이 물고 있는 것은 벼이삭도 있고 구슬도 있다. 두루마리,자물쇠 등 여러가지이다. 농업신과 재물 상업의 신을 의미한다. 수천개의 도리이가 계단에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장쯔이가 아역시절 뛰어놀던 장소가 바로 이곳 도리이 안이다. 옥산대명신(玉山大明神) 앞에 왔다. 안을 들여다 보니 백여우상이 앉아 있다. 백여우의 전설도 전해지는데 백여우가 신을 도와 인간의 뜻을 이뤄준다는 신앙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오모가루돌'이다. 오모이는 무겁다는 뜻이고 가루이는 가볍다는 뜻. 무겁고 가벼운 돌이라는 이 돌은 '소원성취의 돌'이라고도 말한다. 돌을 들어 가볍게 느껴지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무겁게 느껴지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또 샘터에 물을 마시는 바가지에 재앙을 없애고 운이 열린다는 글씨도 보인다. 인간의 원은 한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한없이 나약한 인간 심성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 나가는 쪽 도리이에는 왼쪽과 오른 쪽 모두 글씨가 가득하다. 왼쪽 것은 회사이름, 오른쪽은 기부한 연월일이 적혀 있다. 天長祭 고지판 앞에 벼이삭을 물고 선 여우상이 인상적이었다. 벼이삭,열쇠를 물고 있는 여우상 이 모두 재물신을 받든다는 의미를 말한다.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었는데 특히 전병(센빼이)과자가 맛있어 보였다. 한봉지에 200엔으로 값도 싸고 요즘 인기상승중이라는 광고도 있어서 사서 먹어 보았다. 덕분에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만드는 과정도 구경할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아라시야마 공원이다.
나라로 가는 철로 옆에 운하가 아름답다
후시미이나리 신사 본건물
도리이 터널
두 여우의 헌등
열쇄를 물고 있는 여우상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그리고 노노미야신사 아라시야마(람산嵐山)은 교토의 관광 명소로 헤이안시대[平安時代:794∼1185]에 귀족의 별장지로 개발된 이후 교토의 대표적 관광지로서 인위적으로 관리되었다. 사계절의 변화가 선명하며 특히 봄의 벚꽃, 가을의 단풍 명소로 유명하다. 특히 가을단풍은 절경이다. 이 곳은 느림의 미학,슬로우시티를 강조한다. 모든 잡상을 버리고 천천히 사색을 하면서 걷는 산보 코스이며 사랑의 신을 모시는 노노미야신사가 있어 연인들이 찾는 아베크코스이다. 노노미야 신사 못지않게 대나무숲길(竹林오솔길)도 유명하다. 그리고 달이 다리를 건넌다는 도케츠교(渡月橋;TOGETSU BRIDGE)도 유명하다. 목조로 된 길이 154m의 도게츠교[渡月橋]는 아라시야마의 상징이며 누구나 꼭 건너보고 싶어하는 다리이다.
대나무숲길로 들어섰다. 숲길을 가다보니 노노미야신사(野宮神社)가 나온다. 일본 고대소설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무대가 된 신사로도 유명하다. 이 신사가 유명해진 이유는 겐지 모노가타리에서 주인공 겐지가 신녀로 가는 연인을 만나러 여기까지 오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일본의 문학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곳이다. 노노미야신사는 좋은 인연,자식,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이다. 또 노노미야신사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검은나무로 된 도리이(黑木鳥居)가 있는 신사이다. 좋은 인연을 기원하는 노노미야대신 앞에서 연인들이 경건하게 기도를 한다. 대나무 숲길이 한없이 이어진다. 노노미야신사를 지나서 가다보니 임제종(臨濟宗)의 대본산인 천룡사(天龍寺)가 나온다. 천룡사 안에는 조원지정원(曺源池庭園)이 있다. 세계문화유산 이면서 단풍이 예쁘기로 이름난 곳이다. 지금이 한창 피크철이라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대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대나무는 물론이지만 그 외에도 동백나무,비자나무 등 오랜 아름드리 고목들이 많다. 오솔길을 걸으면서 왜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대나무 숲길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은 것 같고 몸과 마음이 텅 비워지는 느낌이다.
숲길 끝지점에 가까이 오니 角倉了以翁의 동상,그리고 중국 주은래 총리의 시비도 있었다. 숲길 끝자락에 호즈강(保津川) 이 나오는데 유람선 보트놀이장이다. 한가로이 유람선이 떠 다니는 모습이 평화롭다. 물이 1급수로 아주 깨끗하다. 강 건너편은 공원이다. 강을 건너는 다리가 그 유명한 도케츠다리(渡月橋)이다. 다리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우리도 급히 다리위로 걸어가 보았다. 과연 다리에서 보는 강물과 유람선,그리고 건너편을 보는 경치가 일품이었다.
오전의 관광일정이 끝나고 점심식사시간이다. 느림의 미학을 그렇게 강조하지만 바쁜 나그네의 여정은 그렇게 여유가 없었다. 뷔페식이라해서 궁금했는데 나물종류가 뷔페식이고 비빔밥이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오후의 일정 첫순서는 기모노 쇼이다. 교토는 일본의 상징도시이다. 1100년간 화려했던 수도로서 이곳 여인들의 복식도 화려했을 것이다. 기모노쇼를 보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된다. 예쁜 여인 모델들이 각종 기모노를 차려입고 패션쇼를 했다. 역시 화려한 무늬의 기모노가 시선을 끌었다. 패션쇼 하는 건물 2층에는 여러가지 기념품도 팔고 직접 직조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노노미야 신사의 흑목 도리이
대나무 숲길
도케츠 다리 위에서 본 강 풍경
금각사(金閣寺) 오후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세계문화유산이며 아름다운 정원과 독특한 별장 형식의 건축물인 금각녹원사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길을 걸어들어가면서 흑문과 총문을 지나니 금각 꼭대기의 닭 모양의 장식이 멀리 보인다. 매표소를 들어가니 입장권과 부적을 준다. 연못과 함께 황금색의 금각사가 단연 시선을 끈다. 연못 속의 금각사- 단풍과 함께 어느 쪽에서 보아도 멋진 그림이 된다. 금각사 앞 넓은 연못은 교코지(鏡湖池)이라고 하는데 가운데 아시하라시마(葦原島:갈대섬)가 있다.
금각사(金閣寺)는 원래 명칭이 로쿠온지[鹿苑寺(녹원사)]이지만, 금박을 입힌 3층 누각의 사리전(舍利殿)이 긴카쿠(金閣)이라는 명칭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어 흔히 킨카쿠지[金閣寺]라고 불리게 되었다. 본래 무로마치막부[室町幕府] 시대의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滿)가 1397년에 지은 별장이었으나,그가 죽은 뒤 유언에 따라 로쿠온지라는 선종(禪宗) 사찰로 바뀌게 되었다.
무로마치시대 전기의 기타야마문화(北山文化)를 상징하는 3층 건물로서 각층마다 건축양식의 시대가 다르다. 1층은 후지와라기, 2층은 가마쿠라기, 3층은 중국 당나라 양식으로 각 시대의 양식을 독창적으로 절충하였다. 1층은 침전과 거실로 쓰이고, 2층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셔두었으며, 3층은 선종 불전이다. 이 가운데 2층과 3층은 옻칠을 한 위에 금박을 입혔다.귀족풍의 正殿과 중국의 선종 사원 형식을 도입한 건축법이 무로마치 시대의 건축미를 잘 보여준다. 당시 이 지방 영주들이 앞 다투어 헌납한 명석(名石)들이 곳곳에 배치되었다.
코스길로 따라가니 긴가센(銀河泉)이 있다. 요시미쓰가 차를 마시는 물로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700년이 지난 지금도 맑은 샘물이 솟아오른다. 그 옆에는 암반에서 나오는 암하수(巖下水)와 작은 폭포도 있다. 잉어가 뛰어올라 용이 된다는 리어석(鯉魚石)과 용문(龍門)의 폭포(滝)이다.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는 모습도 보인다. 작은 부처상 앞에 위가 뚤린 돌확에 동전을 던져 그날의 행운을 점친다나?
금각사 뒤쪽으로 돌면서 방장과 사원 사이에 있는 리쿠슈노마쓰(陸舟之松)가 시선을 끈다. 분재였던 것을 땅에 심어 600여년이 지났는데도 배모양으로 아름다운 모양을 하고 있다. 다시 연못 안민타꾸(安民澤)가 나온다. 연못 가운데 백사의 총(白蛇塚)이라는 작은 탑이 서 있고 길을 걸어가다 보니 석가정(夕佳亭)이라는 초가 정자가 운치있게 서 있다. 가장 뒤쪽에 후도도불당이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다. 석부동명왕(石不動明王) 등이 여럿 걸려 있는데 부처를 모시지 않고 사리를 모시는 사리전이다. 등 옆에는 밧줄이 늘어져 있고 보시를 하고 이 밧줄을 당기면 종소리가 나면서 소원을 빌게 되는 것이란다.
세계문화유산 금각녹원사 표지석
2,3층이 금으로 도금된 금각사
오사카 신사이바시(Shinsaibashi,心斎橋:심재교),도톰보리(Dotombori,道頓堀) 시간 내에 금각사 일원을 모두 둘러 보았다. 오전 오후 정신없이 돌아다닌 교토를 떠나 오사카로 돌아가야 한다. 오사카에서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오사카에 도착했다. 가장 번화가인 신사이바시는 지붕있는 아케이드이다. 걸어서 4시간이 걸리는 오사카 최대의 쇼핑가로 각종 백화점과 아케이드 거리가 난바까지 연결되어 있다. 아케이드 거리 외에도 서쪽에는 유럽무라, 동쪽에는 아메리카무라가 있다. 유럽무라에는 각종 명품을 파는 상점들과 고급 레스토랑, 카페들이 밀집해 있어서 오사카지역의 부유층들이 자추 찾는다. 아메리카무 라는 힙합 캐주얼 상점이나 인디언 물건 가게, 클럽 등이 모여 있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난바다리에서 내렸다.난바란 남자가 여인에 데이트를 신청하는 행동을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난바다리는 연인들의 다리인 셈이다. 도톰보리는 신사이바시와는 달리 서민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번화가이다. 난바로 이어지는 에비스바시에서 동쪽의 닛폰바시에 이르는 지역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독특한 간판이 많다. 먹자골목으로 일본의 명물 다꼬야끼집,회전초밥,긴류라멘(金龍라면)과 움직이는 게 간판이 돌출이나 네온으로 유혹을 한다.
신사이바시와 도톰보리 거리를 구경하고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남오사카의 번화가 중의 하나인 센니찌마에(천일전;千日前) 거리를 다니며 회전초밥집 몇군데를 보다가 가이드가 안내하는 집으로 같이 갔다. 값도 싸고 신선하고 맛도 좋았다. 가이드 덕을 보았다. 이곳에서 아내가 원하던 요리기구도 샀으니 아내는 기분이 최상--
도돔보리
도돔보리 먹자골목 입간판 센니찌마에
우메다 스카이 공중정원 전망대 센니찌마에 거리의 약방,상점들을 구경하다 시간이 되어 북오사카의 우메다로 옮겼다. 오사카 야경을 보려면 이 곳 우메다 공중야경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우메다지역은 원래 늪지대였으나 매립하여 개발한 땅이다. 오사카 타워전망대는 우메다의 대표적인 빌딩으로 오사카를 통틀어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독특한 외관의 쌍둥이 타워는 날씨가 맑은 날에는 파란 하늘이 빌딩의 창에 비쳐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늘을 떠가는 듯한 에스컬레이터 역시 독특한 체험을 할수 있다. 특히 173m 빌딩 꼭대기에 위치한 야외 전망대인 공중정원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야경은 정말 멋지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오사카 시내의 높고 낮은 건물에서 비치는 반짝이는 불빛은 형용키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사방으로 다니면서 카메라 샷다를 누른다. 야경 얘기가 나왔으니--일본 3대야경은 북해도의 하꼬다테,나가사끼 그리고 내일 가게될 고베의 로코산(六甲山)에서 보는 야경이다. 오사카 야경도 이에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둘째날의 옵션투어는 끝나고 내일은 고베행이다.
전망대에서 본 오사카 야경
3일차 고베 아리마 온천과 고베지진의 상흔 여행이란 기간에 관계없이 뒤로 갈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한편 귀국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그러나 오사카에서 다른 도시인 고베로 가서 온천도 하고 지진 흔적도 구경한다. 일본의 3대 온천 중의 하나로 꼽힌다는 아리마(有馬)온천이다. 아리마 온천지역은 마치 스위스의 전원도시 풍경이다. 아기자기한 꾸밈이 일본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념품 가게도 집집마다 특색있게 꾸미고 예쁜 장식으로 손님을 유혹한다. 온천은 시설은 낡아서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물은 좋은 듯하다. 온천욕을 하고나니 3일간의 여정에서 쌓인 피로가 단박에 날라가 버리는 것 같다. 시간이 남아 온천마을을 산책했다. 단풍이 한창 피크를 이루어 더욱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준다. 빨간 다리 위에는 히데요시의 애첩 네네상의 동상이 서 있었다. 그녀는 이곳 온천욕을 그리도 즐겼다고 한다.
고베 시내 번화가를 찾았다. 고베의 초대시장은 바로 이또오히로부미(이등박문)이다. 고베는 일찍 개항을 한 항구도시로 오랜 서구풍 건물도 많다. 그러나 대지진후 많은 건물이 파괴되고 지금의 도시는 새로 건설된 아름다운 계획도시이다. 이른 점심을 먹고 시내 번화가를 구경하면서 산책했다. 모토마치 상점가가 길게 이어지고 그 옆은 차이나타운으로 통칭되는 난킨마치가 나란히 이어진다. 두 거리를 산책하면서 이 가게 저 상점을 기웃거리며 아이쇼핑을 한다. 차이나타운 입구 양쪽에 장안문,서안문 간판이 마치 중국을 여행 온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맞은편에는 다이마루 백화점이 있었다. 백화점안을 잠시 구경했다.
고베항으로 갔다. 1995년에 있었던 고베대지진은 사상 유례가 없는 큰 지진으로 당시 45만가구의 피해,사망자만도 4만5천명이나 되었다. 지진후 복원작업이 완벽히 이루어져 지금은 가장 깨끗한 도시로 탈바꿈 했지만 고베항구 한쪽에 그 흔적을 그대로 두고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영상물로 당시의 상흔을 보여주는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첨한 광경이다. 고베 메리칸파크 내의 고베항 지진 메모리알파크에서 지진의 참상을 상상해 보면서 자연재앙을 막기 위한 인간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메리칸 파크 내에는 해양박물관도 있고 일본 최초의 스페인함대인 산마르크호를 복원한 모형도 전시되고 있었다. 고베항 이민승선 기념비,외국영화 상륙 제1보였던 고베개항 120주년 기념 시아타 석비도 있었다. 고베에서 유명한 오오쿠라호텔,메리칸파크호텔도 모두 이 부근에 있다. 높이 솟은 고베포트타워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라디오방송 중계탑을 겸하며 야간조명이 아름다워 전망대로 사용된다. 고베항에서 태평양쪽으로 1시간짜리 유람선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일본 3대야경이라고 하는 고베항은 록코산(六甲山)에서 보는 반월형 고베항의 야경은 백만불짜리 야경이라고 하는데 이 구경을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모토마치 1번가
차이나타운 장안문
고베포트타워
이제 고베여행도 끝나고 오사카 공항으로 가는 길이다. 시내 산노미야(三宮)지역을 지난다. 소고,마루이,다이마루 백화점이 운집한 곳이다. 140년된 고딕 양식의 서구풍 건물도 역사를 자랑하면서 신형 건물과 조화를 이룬다. JR선과 한큐선이 지나며 관광객들의 교통을 편하게 한다. 차창으로 보이는 고베는 언제 아픔과 슬픔이 있었냐는 듯이 정돈되고 깨끗한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고베여 안녕 ! 2박3일의 일본 간사이 여행이 모두 끝났다.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오후 4시45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1시간 40분만에 도착했다. 짧은 여행이지만 일본의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일상에서 벗어났던 여행의 기억이 삶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비교적 여행의 기록을 상세히 남긴 것은 다음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이다.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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