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산악회 Web-Site : 신장섭 원정 대장( 연수원 원장 )
동경하는 하얀 산 첫발을 내딛다. 자신들의 꿈을 품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한국산악연수원 CAC등산학교 고산등반과정1기 악사이산군 원정대
2026. 9. 19 ~ 30 (10박 12일)
참가대원 15명
신장섭, 박제민, 정규식, 김지수, 박경호, 정환준, 곽노성,
장석종, 임동철, 김진식, 윤병오, 전민택, 황금복, 이상헌, 김두영
이번 팀은 참으로 재미있다.
우선 모집 과정부터 특이하다. 보통 원정대를 꾸릴 때는 함께 등반 경험이 있는 악우(岳友)나 소속 산악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다. 그러나 CAC등산학교에서는 나이 불문, 소속 산악회 불문이다. 자격은 오로지 빙벽등반 경험자다. 그것도 단 한 번 이상 경험했으면 오케이다. 최소한 빙벽화를 신어 보고 크램폰을 착용해서 얼음 위에서 걸어보고 킥킹 경험이 있으면 충분하다. 빙벽등반에 입문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강도 있는 산행과 암벽 등반 그리고 로프 처리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산등반 경험은 없어도 된다. 고산등반과정 1기의 목적이 고산등반에 꿈을갖고 있는 분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착순으로 모집한 대원들은 31살의 청춘부터 80세의 최고령까지, 서울 출신부터 제주 출신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르기스스탄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한 팀이 되어 있었다.
출발 ~ 등반 1일 (9월 21일)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 도착하여 다음날 식량을 구입하고 셋째 날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었다.
비슈케크에서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입구까지 대절 버스를 이용해서 40여 분 이동하고, 라첵산장까지는 포터 18명을 고용하여 짐을 수송하였다. 대원들의 배낭은 평균 10kg 내외로 무게의 부담 없이 고소적응을 하며 산장에 도착하였다. 한국에서 OT 시간에 고소적응 과정의 교육 효과 때문인가 대부분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나 순조로운 등반은 여기까지다. 언제나 그렇듯 해외 원정 산행은 변수의 연속이다.
등반 기록을 읽어보면 필요한 물은 라첵산장 앞의 폭포에서 떠오면 된다고 되어 있는데, 폭포가 없다. 폭포의 원천(源泉)인 상부의 빙하가 얼어서 흐르는 수량이 적어져서 물이 말랐다고 한다. 산장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페트병 1개에 600솜(약10,000원), 물이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자 대충 이야기하고 얼버무린다. 대략적인 위치와 방향만을 파악하고 출발하였다. 우치텔봉 방향으로 40여 분 올라가서 물이 흐르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 키르에 3개 통신사.... 그중에서, 기지국이 많이 않은 통신사의 USIM을 구입한 것 같다. 곽
원래 계획
B.C(라첵산장)에 도착하여 다음날 충분한 휴식을 가진 다음 등반 셋째 날에 컨디션이 좋은 대원들을 B조로 편성하여 코로나피크를 등반하고, 나머지 A조는 우치텔피크를 등반하여 고소적응 후 하루 더 휴식을 갖고 등반 5일째 코로나피크를 등반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코로나피크는 여유 있게 2박 3일로, 우치텔피크는 고소적응을 위한 당일 등반으로 진행하여 대원들의 능력과 고소적응 상태에 맞추어 가능한 전 대원이 코로나피크를 등반할 수 있게 계획하였다.
그러나 일기예보로 인하여 변수가 생겼다. 모든 대원들이 가고 싶어 하는 코로나피크는 등반 4일째부터 흐려지고 오후에는 눈 예보가 예고되어 있다.
이제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15명의 대원들의 연령, 체력, 고소적응의 차이에 맞추어 선발팀과 후발팀으로 편성하면 후발팀은 날씨로 인하여 등반이 불가능할 텐데...
아~고민할 시간도 없다. 날씨 때문에 휴식도 없이 내일 아침부터 움직여야 한다. 날씨로 인하여 조 편성 없이 15명 전원이 코로나봉으로 출발하겠다고 결정을 내리자, 컨디션이 안 좋은 2명의 대원이 BC에 남겠다고 자청한다. 그럼 13명이다. 부담이 조금 줄어든다.
등반 2일 (9월 22일)
날이 밝자마자 캠프 1(코로나대피소)을 향하여 출발했다. 나를 포함한 전 대원들은 모두 초행길이다. 한국에서 In-Door 클라이밍으로 등반 루트를 숙지하고 이곳에 왔지만 정확한 등반 라인을 따라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악사이빙하 좌측으로 이어진 너덜지대의 발자국을 따라 오르는데 현지 가이드 1명과 호주인 클라이언트 1명이 팀을 이루어 추월하여 지나간다. 내심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등반 동선을 따라 코로나대피소까지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6시간을 예상했는데 2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최대 8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에는 호주팀 2명과 러시아팀 3명이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대피소가 좁아서 우리는 가지고 온 텐트에 3명, 텐트 전실에 1명, 비박 3명, 나머지 6명만 대피소에 들어가 취침을 하였다.
문제는 대피소 주변이 너덜지대라서 물을 가지러 빙하까지 내려갔다 와야 하는 점이다. 최소 왕복 30분이 소요된다. 그리고 빙하 지대라서 위험하다. 막내인 김지수 대원이 대원들의 물통을 챙기며 솔선수범한다. 물을 끓이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물을 가지러 간 대원들은 함흥차사이다. 살짝 걱정이 되어 물을 가지러 누구누구 갔는지 확인을 하자 김지수 대원 혼자 간 것 같다.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서 빙하 지대로 내려가 본다. 멀리서 혼자 배낭에 물통을 넣고 손에는 남은 물통을 들고 힘겹게 올라오고 있었다. 대장인 나는 이 상황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혼자 무거운 물을 메고 오는 것은 차치하고, 물이 흐르는 크레바스 지대에 막내 혼자 가게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기가 막혔지만 내일 중요한 등반을 해야 하기에 참고 넘어간다. 대신에 내일 등반에 관한 주의 사항을 강조해서 주지시켰다.
① 4시 아침 식사 → 5시 출발: 오늘의 운행 시간은 계획보다 2시간이 더 걸렸다. 그만큼
우리의 운행 속도는 더디다. 1시간이라도 빨리 출발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2~3시에 출발하고 싶었지만 대원들이 많이 지쳤고, 많은 인원에 초보자와 고령자가 있어서 새벽 출발은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것 같아 포기하였다.
② 11시가 넘으면 하산한다. 오후 4시 전에는 대피소로 돌아와야 한다.
하산에 어려움이 없으면 오후 1시까지 등반해도 되겠지만 ①항과 같은 이유로 일단 11시로 하산 시간을 주지 시켰다.
등반 3일 (9월 23일)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늦은 6시에 출발하였다. 다행이라면 날이 밝아서 너덜지대를 올라갈 때 조금 더 안전하게 발을 내디딜 수 있었던 점이다. 경사가 심하고 앞사람에 의한 낙석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11명이 줄을 서서 올라가니까 내심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Kорона)는 영어로 크라운(Crown)을 의미한다. 정상이 왕관 모양으로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코로나피크는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3봉이 4,830m로 가장 높고 우리는 2봉(4,800m)을 목표로 출발하였다. 정상부의 암벽 구간은 컨디션 좋은 대원 몇 명만 보내고 가능하면 안부까지만 등반 후 하산할 계획이다. 귀국 후, 등반 기록을 복기하며 코로나대피소(무인산장)에서 정상까지의 코로나피크 노말 루트를 6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보았다.
제1구간: 모레인(moraine) 지대에 설치된 코로나대피소를 출발하여 얼음이 시작되는 장소까지의 너덜지대 구간이다.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돌들이 겹겹이 쌓여 있어서 낙석의 위험이 있다. 육안으로 짧아 보이나 1시간 이상을 올라가야 한다.
제2구간: 돌과 얼음이 혼재되어 있는 구간이다. 우측으로 빠져나가서 등반이 가능하나 경사가 심해진다. 이곳부터 크램폰을 착용하고 안자일렌으로 등반한다. 우리는 3구간부터 안자일렌으로 등반했으나 2구간부터 사용하길 권장한다.
제3구간: 경사가 완만해 지나 크레바스가 많이 발달해 있다. 우측으로 갈수록 히든 크레바스가 많아서 좌측으로 붙어서 이동했다. 그러나 올라갈 때 크레바스를 덮고 있던 단단한 얼음이 내려올 때 약해져서 붕괴하며 대원 한 명이 크레바스에 추락했다. 다행히 앞뒤에서 즉시 제동을 하여 추락 거리가 짧았고, 피켈도 놓치지 않고 다치지 않아서 크레바스 내의 조그만 턱을 밟고 일어서서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제4구간: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었던 구간이다.
전체 길이는 약 300m, 경사도는 평균 45도로 설벽이 아니라 빙벽이다. 그것도 아주 단단한 강빙이다. 한국에서 준비할 때 설벽으로 생각하고(7, 8월 여름에는 더 부드러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선등자와 나만 바일과 스크류를 예비로 지참하고 등반했다.
2~3명이 1조를 이루어 아이스바일을 사용해서 파란색 라인으로 동시 등반하면 거리도 짧아지고 시간 절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11명을 한 줄로 연결한 채 잘 박히지 않는 피켈을 사용하며 벽 가운데 라인으로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거리가 길어지더라도 중간에 완만한 휴식 공간이 존재하는 좌측의 빨간색 라인을 따라서 올라갔다. 아이젠 워킹이 서투른 대원들도 있었고 고소적응 과정 없이 강행군한 영향으로 많이 지친 대원들도 있었다. 선두가 4구간을 끝냈을 때의 시간이 11시였다. 대원들 컨디션을 확인하고 간식도 먹을 겸, 일단 여기서 전원이 모여 휴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휴식을 하며 20여 분을 기다려도 후미가 올라오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한 피치를 내려가 본다. 세 명이 많이 지쳐서 올라올 생각을 못 하고 앉아있다. 막내는 후미가 올라오지 않으니까 오도 가도 못하고 벽 중간에 매달려 있다. 나의 목소리가 커진다. 다독여서 올라오게 하고 나는 다시 4구간 끝 지점(4,500m)으로 올라왔다. 이 속도로는 정상 도착이 늦어질 뿐 아니라 하산 시간도 길어져서 위험할 수 있다. 13시에 무조건 하산하는 조건으로 컨디션이 좋은 대원 2명과 부대장만 정상으로 출발시켰다. 그리고 후미가 올라오길 기다렸다가 상황 설명을 하고 나머지 8명은 먼저 하산을 시작했다.
선발조 3명은 마지막 설벽이 시작되는 4,680m까지 진출하고 시간 부족으로 하산을 시작하여 4구간 시작 지점에서 전원이 합류하였다. 하산 도중 크레바스 추락 사고도 있었지만 18시경 전원이 무사히 코로나대피소로 복귀하였다. 대피소에는 호주팀과 러시아팀이 모두 하산하여 온전히 우리 팀만 있었고 편안하게 저녁을 보냈다.
등반 4일 (9월 24일)
가스가 떨어져서 남은 행동식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하산 시작.
14시경 라첵산장에 도착, 오후부터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함.
다음날 새벽 4시경 눈이 그침.
등반 5일 (9월 25일)
아침에 일어나니까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기온도 많이 내려가서 제법 추워졌다. 2명만 제외하고 전원 우치텔피크(4,530m)를 향하여 출발! 우치텔(учитель)은 선생님이란 뜻이다. 날씨 좋은 주말에는 키르기스스탄 현지인들이 많이 올라온다. 오늘은 눈과 추위의 영향으로 현지인은 2명만 보인다. 게다가 초보자들 이어서 나중에 출발한 우리가 1시간 만에 추월해 버렸다. 이제부터 하얀 눈 위에 우리가 첫 발자국을 내며 올라간다. 눈 덮인 길을 용케 잘 찾아 올라간다. 코로나피크를 다녀온 덕분인가? 고소적응이 되어서 잘들 올라간다. 올라갈수록 펼쳐지는 멋진 풍광에 다들 감탄한다.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니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다. 360도 어디를 바라봐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너무나 아름답다. 모두 행복해하며 촬영에 열중한다. 우치텔피크 정상에서 단체 촬영을 마친 후 즐거운 마음으로 무사히 라첵산장으로 내려왔다.
등반 6일째는 조기 귀국을 위하여 2명이 먼저 하산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산장 앞 암장에서 등반도 하고, 하산 준비를 하며 휴식하였다.
등반 7일째 BC 철수 – 하산 – 비슈케크 숙소에 도착하였고 이틀간 머문 후 귀국하였다.
키르기스스탄의 악사이산군은 등산학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고산등반 및 거벽등반의 훈련뿐만이 아니라 실전 등반지로 최고의 장소이다. 인천에서 비슈케크까지 비행시간은 6~7시간 소요되고, 비슈케크 시내에서 트레킹 출발 지점까지는 차량으로 불과 40~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비슈케크에서 라첵산장 B.C까지 하루에 어프로치가 가능하다. 게다가 유럽의 알프스에 못지않은 경관과 등반 대상지가 산재해 있다. 여기에 경비가 절반 수준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적극 추천한다.
그러나 지구에는 많은 고산이 산재되어 있고 그 지역마다 접근 방법과 등반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 고산등반을 꿈꾸는 대상자들에게 다양한 환경을 경험시키고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야도 넓어져야 한다. 고산등반 2기는 새로운 대상지를 찾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작성자: 신장섭
|
|

첫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