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화곡5동의 행정동 명칭이 인근 지하철 역사의 이름과의 조화를 위해 우장산동으로 바뀌어졌다. 두 봉오리의 산이 있는데 공원 이름이 우장산 공원이다.
우장산 산책로를 따라 도는 이들의 재잘거림이 따뜻한 햇살에 녹으며 나의 귓전을 간지리고 산새소리는 화창한 봄을 즐기며 해맑게 산을 푸르게 푸르게 치장합니다.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따뜻한 바람을 타고 흐드러지게 피어 물씬 풍기는 살구나무 향이 열려진 방문을 타고 슬며시 들어와 온 집안 구석구석을 적십니다. 이렇게 봄은 어느 틈에 우리집에 들이닥쳤습니다. 그제나 어제나 오늘이나 별다른 일없이 이어지는 일상인 듯하여도 계절은 자로 잰 듯 정확히 우리집을 찾았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우리와 살을 부비며 작은 일에도 투정거리던 우리 딸이 이젠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떠나고 빈 방은 모두 나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전에는 큰 방, 따사로운 햇볕이 가득히 드는 큰 창문을 가진 집이 부러웠던 적도 있었으나 이젠 아닙니다. 청소도 버거워서 세칸 집도 내 집이면 좋습니다. 이렇게 봄이 올 때마다 왜 세월은 이렇게도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먹고 사는 일에 온갖 정신을 쏟으며 살아온 세월이 때론 야속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결국은 지나가고 오늘 초로에 입문하고 있습니다.
꿈 많고 뜨거운 열정을 가졌다고 믿었던 시절에 저는 회복된 복음을 알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데 지금도 제가 선택한 이 복음은 마음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로 남아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복음을 거부하지 않았고, 저항하지도 않았습니다. 의심들이 있었지만 작은 신앙에 의지하며 견뎠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 즉 물질을 많이 소유하지는 못하였으나 주님께서 오늘의 제가 있도록 건강을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아내도 만나게 해주셨고 아름다운 딸도 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 주님의 집 성전을 주셔서 매주 주님을 만나러 가는, 저는 참으로 행복한 형제입니다. 돌이켜 보면 사는 것이 힘들어서 왜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참된 복음은 저를 참고 견디게 해주셨습니다. 현명한 아내와 딸, 그리고 부모님들, 형제 자매들의 격려와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무엇보다도 주님께 의지하며 그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려운 시절은 지금도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잘 견뎠으니 앞으로도 잘 견딜 수 있으리라 소망해 봅니다.
요즈음 갑자기 저의 뇌리를 잘 떠나지 않는 구절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시편 23장입니다. 자주 외웠던 구절입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전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이 아름다운 시는 나를 위해 주어졌지만 여러분을 위해서도 주어진 것 같습니다. 조용한 시간에 이 구절을 읊조려 보면 눈가에 이슬이 맺힘을 발견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위안이 잘 녹아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다음 구절을 덧붙이면 어떻겠습니까?
"주의 종에게 고의로 죄를 짓지 말게 하사
그 죄가 나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소서
그리하면 내가 정직하여 큰 죄과에서 벗어나겠나이다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시편 19:13-14)
나를 스쳐 지나가는 세월은 나처럼 나의 부모님을 스쳐 지나갔으며 나의 딸 옆을 스쳐 지나갈 것입니다. 지나가는 세월을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세월의 순응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누구도 나를 위해 세월을 아껴 줄 수도 너무 빨리 소멸시킬 수도 없습니다. 나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순응해 가야 합니다. 지난 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년 봄이 지척에, 집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나는 무얼 하며, 무얼 생각하며, 무슨 목표를 가지고 살았었나를 생각해 봅니다.
덧없는 세월을 탓할 수는 없었습니다. 보다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이 귀중한 시간 즉 세월을 주신 주님을 기억하고 그분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대로 행함으로써 장차 우리의 시간을 다 소진하고 이승을 떠나면 내게 시간을 주신 분에게로 가서 보고를 하게 될 텐데 저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주님 앞에서는 마음에도 없는 거짓을 아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직 주님의 은혜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합당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님 앞에 상한 마음과 겸손한 마음으로 나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나의 죄를 달아 보실 주님께 저의 적나라함을 보여 드려야 할 텐데 그것이 두렵습니다. 저의 죄를 포장해서 감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무언가 주님을 위한, 시온을 위한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시간을 내어야 하겠습니다. 시온 사업을 위해서도 시간을 내어야 하겠습니다.
조셉 필딩 스미스 회장님의 말씀이 들립니다. "교회에서 오직 자기와 관련된 일만 하는 사람은 절대로 승영에 이르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기도하고 십일조와 헌물을 바치고 자신의 삶과 관련된 평범한 의무만을 행할 뿐 더 나아가지 않으려는 사람은 절대 완전이라는 목표에 이를 수 없습니다."(필딩 스미스, 123쪽)
*마태복음 22장 1-14절의 혼인 잔치의 비유를 적용함
첫댓글 백발은 인생의 학위라고 했는데 정형제님도 노년의 산그림자가 내리기 시작하는군요.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인간은 사상의 주인이며 성품의 제조자이며 조건 환경 운명의 창조자요 형성자이다."스펜서W킴볼 회장님의 말씀대로 사셨습니다. 정말 훌륭한 성품으로 부단한 노력으로 이제 많은 사람으로 부터 존경을 받은 삶을 사셨습니다. 진정한 운명의 창조자입니다. 붓은 혀보다 강합니다. 좋은 글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것입니다. 좋은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