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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어 식상할른지 모르지만 게시판이 조용하여 올려봅니다~~~
****호주 여행을 다녀오다***
1/19(화)맑음-1/20(수)맑음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다가왔다. 마음이 들 뜬 탓인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내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지난밤에 짐을 모두 챙겼지만 행여 달리기 준비물이 빠졌는지 다시 확인하며 마음은 벌써 호주로 날아가고 있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아내와 막내 우리 셋은 7박 9일간의 긴 여행 일정으로 큰 따님이 살고 있는 호주 여행을 떠나게 되어 꿈에 부풀러 있었다.
포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11시 공항버스표를 예매 하였지만 10시경 여유 있게 집을 나선다. 어쩜 우리 인생에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기도 했지만 학창시절 수학여행 떠날 때의 그런 설레는 기분이었다.
평일이라 우리만의 여행일거라 생각하고 공항버스에 승차했건만 이외로 많은 승객들에 새삼 놀랐다. 경제가 어려워 죽니 사니 하지만 국민 전체의 몫이 아니라 단지 서민들만의 몫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다.
엊그저께만 하여도 날씨가 추워 따뜻한 남쪽 나라로 피서 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덜 떴지만 오늘은 무척이나 포근하여 그 꿈은 잠시 잊었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송림이 우거진 푸른 산을 지나고, 헐벗은 들판을 신나게 달리는가 싶더니 앙상한 나목만 추위에 떨고 있는 높고 낮은 산을 지나 어느 사이 인천으로 접어든다. 지난해 11월 인천대교 개통 기념마라톤대회 참가하려 했건만 참가하지 못함에 못내 아쉬워했던 적이 있기에 오늘 인천대교를 볼 수 있다 생각하니 기대가 되었다. 기사님께 인천대교 통과여부를 살짝 여쭈어본다. 길이 막히지 않으면 그 쪽 방향으로 통과하겠다한다. 다행히 길이 막히지 않아 인천대교를 통과하고 있다. 인천대교는 길면서도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정말 우리나라의 토목 기술이 이렇게 발달 되었는가 싶을 정도로 감탄사가 연발 나온다.
깊은 감탄에 빠져 있을 무렵 어느 사이 공항에 도착하였다. 모처럼 국제공항에 내리니 웅장함의 위용에 눌려 어리둥절할 뿐이다. 막내 따님이 출국 수속절차를 밟는 순간 우리 부부는 연신 두리번거린다. 수속 절차를 끝내곤 시간이 느긋하여 그릴에 들러 점심 겸 저녁 식사는 별미로 월남 쌀국수를 시켰는데 짜거울 뿐만 아니라 맛도 별로였기에 반도 채 못 먹고 남기니 아까웠다. 식사 후 면세점에 들러 인터넷으로 주문한 선물을 찾곤 이곳저곳 기웃 거리며 아이쇼핑을 즐긴다. 아이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지루한데다 설상가상으로 시드니행 비행기가 30분 딜레이 된다는 방송이 나온다.
짜증스러웠지만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 잡지 1권을 구입 하였다. 작은 글씨는 눈에 보이지 아니하여 큰 타이틀만 훑어 내려간다. 평소 정치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라 눈을 찡그리며 찬찬히 읽어본다. 큰 명제는 세종 시 원안 고수와 수정안에 대한 정치인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식이며 아전인수 격이라 실망하였지만 그런대로 흥미는 있었다. 그럭저럭 시간은 흘러 8시가 되어 탑승하니 거대한 기채는 서서히 먼 창공을 향해 이륙하는지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이었다.
창공엔 수많은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이며 공항의 조명도 휘황찬란하게 눈 아래 비치더니 서서히 멀어지며 내가 어딘가 떠나고 있다 생각되었다. 기내는 금방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잠을 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 조용히 음악을 듣는 사람. TV를 시청하는 사람. 취미가 다양한지 각양각색이다. 나 또한 잠을 청하기 위하여 와인 한잔과 맥주 1캔을 마시곤 꿈나라로 접어든다. 한동안 곤한 잠에 떨어졌는데 막내가 식사하라며 깨운다. 저녁 식사가 부실했는지 속이 출출한 탓에 기내식을 맛있게 먹곤 또 다시 와인 한잔을 청하여 맛을 음미하며 잠을 청하여보지만 쉽게 잠은 오지 않는다.
거대한 기체가 정지 상태인 듯 미동조차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인데도 모니터에 나타난 속도는 시속 750km-800km 속도로 고도 10.000m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대기온도는 썹시 영하 40도, 남은 비행시간 몇 시간이라는 자막을 보곤 신기할 뿐더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10시간 이상 계속 비행 하는데도 중간에 급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자다 깨다 지루한 시간들 이었지만 어느 사이 까만 밤은 붉은 태양 속으로 묻혀 버리고 아침 8시경 그리고 그리던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였다.
여행객이 많은 탓인지 화물 찾기와 입국 절차를 밟는데 거의 1시간여 소요되기에 불안하고 초조하였다. 행여 입국 절차에 문제가 생긴다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는데 무사히 통과 되어 마음을 놓는 순간 게이트 바로 앞에 큰 따님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 만에 보는지라 그립고 반가움에 우리 가족 모두가 손을 흔들며 한 순간이라도 빨리 다가가고 싶어 한다.
바로 코앞이지만 멀게만 느껴졌다. 우린 마치 이산가족을 만나듯 반갑게 포옹 후 조잘거리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후덥지근한 더위가 스멀스멀 밀려오기에 추위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으며 여름이라는 걸 금방 체감할 수 있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일주일 동안 체류 할 숙소로 이동하는 중에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시내 전경을 마음껏 즐겨본다. 정말 아름다운 전원 도시였다.
창공에서 내려 본 시드니는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느껴졌기에 시가지에 관심이 많았다. 시내 전경은 도시라기보다는 잘 손질한 아름다운 정원처럼 느껴졌으며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린 것 같았다. 40여분 이상 차창가로 스쳐 지나는 아름다운 전원도시에 나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지르며 도취되어 가는데 어느 사이 목적지인 정류장에 도착하였다한다.
숙소는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10분 거리였으며 도착 후 곧 바로 짐 정리하곤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점심은 간단히 라면으로 떼 우거만 이국땅에서 먹는 라면의 맛은 꿀맛 같았다. 아내와 막내는 피곤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움직임이 둔해 보였지만 시내 관광을 위하여 2시경 전철역으로 향한다. 전철역은 이방인에게 상당히 편리함으로 다가왔다. 전광판에서 가고저하는 전철역을 찾는다면 몇 번 게이트에서 몇 분만 기다리면 열차가 도착한다는 자막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어 불편함이 없었다.
자막에 표시한 게이트를 찾아 잠시 기다리니 큼지막한 전철이 다가왔다. 국토가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전철은 승객들을 많이 태울 수 있도록 2층으로 되어 있었다. 1층엔 승하차 공간이 넓게 확보되어 몇 개의 좌석만 있을 뿐 지하와 2층엔 한 줄에 5명씩 앉을 수 있도록 좌석이 배치되어 많은 인원이 탑승 할 수 있어 편리 하였다. 우리보다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 어떻게 하여 서민들을 배려한 문화가 발달 될 수 있었나 저어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보였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풍광을 즐기는 사이 목적지인 타운 홀에 도착하여 하차 후 백화점 및 시가지를 두루 구경 하지만 우리나라와 별반의 차이가 없었으며 다음은 세계 3대 미항중 하나인 시드니 항으로 향했다. 항구가 얼마나 아름답기에 세계 3대 미항이라 할까 궁금하게 생각하며 다가간다. 멀리서 바라보는 항구는 정말 아름다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며 주위 경관이 너무나 아름답고 빼어났다. 가까이 다가가니 더욱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내항이지만 티끌 하나 없이 수정 같이 맑은 물위에 수많은 요트와 군함, 페리호가 두둥실 떠 있으며 바다와 육지가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보였다.
한국에서 한겨울의 추위를 느끼다가 30‘c가 웃도는 훅훅 달아오르는 한 낮의 더위에 페리호에 승선하니 숨이 막힐 것 같더니 어디선가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 주는 듯 상큼하게 스쳐 지나가니 살만 하였다. 항구 주변 풍경은 형용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멀리 하구에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는 마치 로마시대 장군들의 투구처럼 특이한 모습으로 다가 왔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지나가니 조금은 아쉬웠다.
오페라하우스를 뒤로하고 계속 항진하니 시드니의 명물인 하버브릿지가 웅장하고 거대하게 나타나며 그 위용에 놀랐다. 하버브릿지는 아치상단 위를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상단 위를 걸어 올라가 보려면 189불의 통행료를 지불 하여야 한다한다. 그래도 새해 첫날인 경우 경쟁이 치열하여 다리 위에서 일출을 보려 한다면 270불을 지불해야만 일출을 볼 수 있다하니 하버브릿지가 얼마나 유명한가를 짐작 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뒤로하고 절벽위의 별장과 같은 주택단지를 지나 달링하버에서 하선한다. 달링하버는 오락을 위해 조성된 세계에서 가장 큰 선착장 이라한다. 달링하버의 거리 및 공원을 산책하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먹는 저녁식사를 무엇으로 먹을까 고심을 하다가 “스시”를 먹기로 하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일식 전문점을 찾았다. 생소하게도 빙빙 도는 회전판위의 음식을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선택하여 먹은 후 접시색깔별로 숫자를 계산하여 지불하는 방식이라 좀 특이했지만 취향대로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식사 후 숙소로 돌아가기엔 이른 시간이라 쿠지 해수욕장을 물어물어 찾아간다. 그곳은 아직 늦여름이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국은 추위에 움츠리고 있는데 이곳엔 해수욕을 즐긴다 생각하니 지구가 좁은 것이 아니라 참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산책을 즐기다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첫날이라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탓인지 아내와 막내는 피곤하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며 나 또한 내일 아침 미지의 거리를 달릴 생각을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1/21(목) -맑음.
따님의 계획에 의거 오늘은 관광버스타고 불루마운틴으로 관광 가는 날이라 04:00에 일어나 운동복 차림으로 낯선 거리를 달리러 나간다. 가게의 문은 대부분 닫혀 있으며 길거리 또한 아직 사람들이 다니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아니하여 나 혼자 별세계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습도가 높은 탓인지 아침부터 후덥지근하였지만 천천히 달리니 달릴 만 하였다. 5분 정도 달리니 버우드(Burwood) 공원이 보인다. 공원 한 바퀴를 도는데 약 7분 정도 소요되기에 1km로 간주하고 10바퀴-10km만 달리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달린다. 3바퀴째부터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더니 10바퀴를 돌고나니 상의는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5시가 조금 넘으니 조깅하는 사람들과 걷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 곧 바로 숙소로 돌아와 관광 준비 후 버우드역에서 전철을 타고 관광버스가 기다리는 스트라스필드(Sttrathfield)역으로 향한다.
스트라스필드 역에 내려 관광버스에 합승한다. 관광버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으며 빈자리는 뒤에 몇 군데 뿐 이며 주로 동양인들 아니 한국인들뿐인 것 같았다. 버스는 줄곧 빠르게 달리며 도심을 벗어나도 산은 거의 보이지 않는 듯 산이라 할지라도 거의 평지와 같으며 당장이라도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것 만 같이 보여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2시간이 지난 후 에코(Echo)포인트에 도착하였다. 에코(Echo)포인트에 위치한 웬트워스폭포(Went Worth)를 구경한다지만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요, 폭포처럼 느껴지지 않기에 실망만 안겨 주었지만 오늘의 주 관광은 폭포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건너편에 위치한 불루마운틴 관광이라 하기에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불루마운틴으로 이름이 붙여 진 연유는 하늘이 항상 푸른색으로 안개처럼 덮혀 있기에 불루마운틴이라 부른다한다. 불루 현상은 유크라투스 나무 잎 성분이 알콜과 탄닌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펜더 곰처럼 귀엽게 생긴 쿠알라라는 동물이 이 나뭇잎을 먹는 순간 알콜과 탄닌이 산화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 한다. 불루마운틴엔 유크라투스 나무로 덮혀 있으며 쿠알라는 이 나뭇잎만 먹고 살며 알콜에 취해 잠만 잔다한다. 폭포 구경 후 집에서 준비해간 점심도시락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곤 12:30분경 세자매봉(Three Dhoters)으로 향했다.
기암괴석으로 우뚝 선 세자매봉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였으며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였다. 세자매봉의 얽힌 전설내용을 들어보면 불루마운틴에 주술사와 아름다운 세 딸이 함께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마왕이 나타나 아름다운 세 딸을 차지하려 하자, 주술사가 세 딸을 빼앗기지 않으려 요술 지팡이로 세 딸을 바위로 만들어 놓고 싸워 이긴 후엔 주술로 풀려 하였으나 싸우는 도중에 요술지팡이를 잃어버려 그만 주술을 풀지 못한 탓에 세 딸은 영원히 바위로 변해 버렸다는 슬픈 전설이 서려 있다한다. 호주 당국에서는 지금도 그 요술 지팡이를 찾는 사람에겐 호주시민권과 부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한다지만 아직 아무도 찾지 못했다는 안내자의 설명이었다.
넋 나간 듯 세자매봉을 바라보다 케이불카를 타고 세자매봉이 위치한 계곡으로 내려가니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계곡에서 쳐다보는 세 자매봉은 더욱더 자태가 빼어났으나 슬픈 전설은 가슴을 아리게 하였다. 나무 사이사이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송판으로 만든 계단은 밟는 축감이 좋았으며 계단을 오르내리며 삼림욕을 즐기는 순간 오래전에 석탄을 채취했다는 폐광터널이 눈앞에 나타났으며 폐광터널을 활용하여 궤도열차(Railway)가 운행되고 있었다. 내려 올 땐 쓰릴을 느끼지 못했으나 올라 갈 땐 얼마나 경사가 급한지 손잡이를 꽉 잡았지만 계곡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으며 터널이 너무 좁은 탓에 머리가 바위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궤도열차에서 내린 후 세 자매를 상징하는 여인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곤 관광버스를 타고 야생동물원으로 이동하였다. 차에서 내리니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지열과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날 최고 온도가 40도였다 한다. 쿠알라(팬더곰 비슷). 딘고(늑대 같이 생긴 야생 사냥개). 고슴도치. 캥거루 .이뮤. 웜뱃(돼지같이 생긴 곰)등 여러 가지 야생동물이 있었지만 역시 압권은 나뭇가지를 끌어안고 잠을 자는 쿠알라였다. 쿠알라는 24시간 중 20시간을 잠자며, 깨어 있는 4시간은 유클라투스 나뭇잎을 먹는 시간이라 하였다. 사람이 다가가도 계속 잠만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야생동물원 구경 후 오늘 일정은 모두 끝났다.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엔 아침과는 달리 시내 중심가에 내렸다. 시내 상가는 5시만 되면 거의 철시를 하는 듯 문을 닫고 있으며 사이클을 타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며 달리는 러너들도 많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많이 달랐다. 배가 많이 고프기에 먼저 푸드 백화점을 찾아 이곳저곳 기울이며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맛있게 식사를 하곤 내일 도시락 준비할 식재료와 마실 음료수 및 과일을 구입 후 귀가하여 맥주 한잔하면서 오늘의 즐거웠던 순간들을 얘기 나누며 2일차 관광을 마무리 하였다.
1/22(금)-맑음
호주에 도착한 3일차이다. 여느 때와 같이 일찍 일어나 04:30분부터 조깅을 시작한다. 버우드 공원을 한 바퀴 돌고는 낯선 거리를 달리고 싶어 메인도로를 따라 달린다. 행여 길을 잃어 버릴까봐 교차로를 헤아려 가면서 한참을 달려가니 베이뷰 공원이 나타나며 바로 옆엔 넓은 호수가 보인다. 안개 자욱한 호수엔 물고기들이 숨이 벅찬지 첨벙 첨벙 뛰어 오르는 모습이 신기하였다. 물안개 낀 호수 주변을 천천히 달리며 감상에 젖어드는데 갑자기 용변이 급하여 주변을 둘러보지만 어느 곳에도 화장실이 보이지 않기에 급히 숙소로 향한다. 뒤는 급한데 속도는 나지 않으며 참느라 식은땀이 주르르 흐른다. 벌써 1:30분이 지나고 있으며 겨우겨우 참고 참아 숙소에 도착하여 용변을 보고나니 그렇게 시원 할 수가 없으며 하늘을 날아 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큰 따님이 볼일이 있다기에 낯선 이국땅에서 아내와 막내 그리고 나. 세 사람이 여행에 나서는 날이다. 호주엔 급여가 월급이 아니라 주급이며 방세도 월세를 주는 것이 아니라 주 단위로 지급하기에 우리와 함께 있는 1주일 방세를 절약하기 위하여 방을 옮긴다며 방 보러가는 날이라 한다. 정말 내 딸이지만 너무 알뜰하게 살기에 마음이 아팠다. 우린 행여 길을 못 찾을까봐 떨리는 마음으로 따님이 가리켜 주는 대로 전철을 타고 관광버스가 머물고 있는 스타라스 필드 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길을 잘 찾을 수 있었으며 관광객이 적은 탓인지 승합차가 이미 도착하여 있었고 6섯 가족 14명이 전부였으며 08:50분에 울런궁으로 향했다. 울런궁(wollongong)의 뜻은 바다 풍경소리라 하며 경치가 아름답다 하지만 별 감응이 오지 않았다. 10:30분경 울런궁에 도착하여 바다풍경을 감상한다. 날씨가 좋은날엔 행글라이드 타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라 설명하였지만 물이 맑다는 것 이외엔 동해의 푸른 바다와 절경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바람이 없는 탓인지 행글라이드 타는 사람도 없기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울런궁을 출발하여 키마(Kima)로 향한다. 몇 백 km 거리를 달려도 공장이나 높은 산은 보이지 아니하고 도로 주변은 전부가 광활한 목장뿐이었다. 목장엔 소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듯 노니는 모습이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우리가 호주산 소고기를 값싸게 수입 할 수 있는 것이 저렇게 방목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30분경 키마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라 정성스레 준비해간 도시락을 맛있게 먹곤 불루파이어를 구경하였다. 블루파이어란 파도가 밀려 올 때 암반 동그란 구멍 사이로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을 말한다며 설명한다. 설명에 의하면 암반 사이로 물기둥이 솟아올라오는 장면은 쉽사리 보기 힘 드는데 오늘은 운 좋게도 볼 수 있어 행운이라 하였다. 다 그렇게 설명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파도가 세차게 밀려와 동그란 바위 구멍 사이로 힘차게 물기둥이 솟아올라 부서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마치 흰 용암이 분출 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키마의 불루파이어를 감상 후 미나무러(Minnamurra)에 삼림욕을 즐기러 출발한다. 이곳 또한 끝없이 펼쳐지는 목장엔 소떼들과 양떼들이 한가로이 먹이를 뜯고 있었으며 호주산 쇠고기가 육질이 좋은 것은 넓은 초원에서 방목한 때문이라 생각되었다. 목장을 지나 2:30분경에 미나무러에 도착하니 한 낮의 열기는 푹푹 찌는 듯 짜증스러울 정도였지만 산속은 그런대로 시원하여 삼림욕을 즐길 수 있었다.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숲과 숲, 나무와 나무 사이에 나무계단을 잘 만들어 놓았기에 노약자들도 다니기에 편리하였으며 큰 나무에 더부살이 하는 나무들도 많이 보여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림욕을 즐긴 후 오후3:30분경 미나무러를 출발하여 오늘의 마지막 관광지인 중국인이 운영한다는 불광산 남천사를 향했다. 4:10분경 남천 사에 도착하여 경내를 둘러본다. 사찰 규모가 웅장하고 거대하여 저어기 놀랐으며 경내엔 향내가 진동하였다. 호주는 영국의 식민지였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불교가 저렇게 성행한지 궁금증을 자아내었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법당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여 가져간 간식을 경내 한 구석 테이블에 앉아 맛있게 먹었다. 역시 배고플 땐 무엇을 먹어도 맛이 좋지만 호주 과일들은 일조량이 많은 탓인지 당도가 상당히 높았다. 남천사 관광을 끝으로 오늘의 일정은 끝나고 시티타운으로 향했으며 모두가 지친 탓인지 차를 타자마자 깊은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무사히 집에 도착하니 큰 따님이 쇠고기 파티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최고급 마블링 쇠고기-정말 입에 넣으니 씹지 않아도 저절로 넘어 가는 듯 연하고 부드러웠다. 돈도 없는데 무슨 돈으로 준비했느냐 물으니 담배 팔은 돈으로 준비 했으며 자기돈 한 푼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호주엔 담배가 상당히 비싸기에 들어올 때 담배를 싸 온다면 두 배 이상 받을 수 있다하여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담배 6볼 구입하여 간 것을 인터넷으로 판매하여 오늘 파티 준비를 하였다한다. 맛있는 쇠고기에다 와인 한잔을 곁들이니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1/23(토)-맑음
오늘도 어김없이 04:20분경 조깅하러 현관문을 나왔으나 컨디션이 별로이며 왼쪽 응치가 좋지 않아 걷기 시작한다. 어제와 반대 코스인 시티쪽으로 향하였다. 행여 길을 잃어 버릴까봐 메인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른 새벽이라 차량도 없을뿐더러 거니는 사람도 나 혼자 뿐이었다. 숲 속에 파묻힌 주택들 또한 불빛 하나 없이 희미한 달빛아래 깊은 잠의 나락에 빠져 있는 듯 조용하였다. 상큼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빨아들이면서 45분 동안 걸어가다 곧 바로 뒤돌아 온다. 거리는 아직도 너무나 한적하기에 오히려 음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07:20분까지 스타라스필드에 도착 하여야만 관광을 할 수 있기에 서둘러 준비한다. 일반적으로 시드니가 호주의 수도인줄 알고 있지만 오늘은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에 위치한 국회의사당과 전쟁기념관 그리고 국립박물관 관광하는 날이다. 대형버스엔 한국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며 한 자리도 빠짐없이 꽉 찼다. 또한 기사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주행 중에 한국말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여준다. 호주 인구는 2천백만이며 면적은 780만km² 대략 한반도의 35배 정도라 한다. 캔버라는 계획도시이며 6개 주정부가 연방정부를 만들 때 시드니와 멜버른의 중간지점인 캔버라로 합의하였다한다. 대개의 도시 도로는 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캔버라의 도로는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한다.
11:30분경에 캔버라 국회의사당에 도착하였다. 국회는 상원의원 76석과 하원의원은 150석으로 구성되어 있다한다. 오늘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날이라 방청은 할 수 없지만 실내 구경은 모두 할 수 있다기에 이곳저곳 빠짐없이 구경 한다. 정말 설계가 잘 되어 있었으며 내부는 거울 같이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 엄숙함을 느꼈다. 국회의사당은 호주 국기만 높게 게양되어 있을 뿐 건물 외양은 웅장하지도 눈에 돋보이지도 않았으며 의사당 정면은 멀리 전쟁기념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국민의 대표는 전쟁의 아픈 기억을 항상 기억하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뜻으로 설계되었다한다. 특이한 것은 의사당 지붕엔 잔디로 덮혀 있어 휴식 공간으로서도 좋아보였다.
의사당 관람을 마치고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1시경에 박물관 구내식당에서 늦은 점심이지만 경비 절감을 위하여 오늘도 정성스레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꿀맛 같이 맛있게 먹고 박물관 전시장을 두루 관람하였다. 역사가 짧은 탓인지 박물관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박물관을 관람 후 곧 바로 전쟁기념관을 향했다. 전쟁기념관은 1차 대전부터 2차 대전까지 그리고 한국전쟁과 월남 전쟁까지 생생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비록 자국영토 내에서 전쟁은 없었다지만 파병으로 전사한 영령들을 모신 위패가 무려 12만이나 된다 하기에 아연히 고개가 숙여지며 숙연하여졌다. 전쟁 피해국인 우리의 독립기념관보다 훨씬 잘 전시되어 있었다는 느낌이 들며 전쟁의 상흔을 다시 새기게 하였다.
1/24(일)-흐림
오늘도 여니 때와 다름없이 04:30분경 조깅하러 밖으로 나왔다. 밖은 아직 어둑어둑하다. 지난밤 큰 따님이 아무데나 함부로 달리지 말라 하였기에 다소 신경이 쓰였다. 이곳엔 마약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잘못하다간 정신 나간 사람으로부터 칼 맞는 일이 종종 있다며 유명 탈렌트 이동건 동생도 이곳에서 불량배들로부터 칼에 찔려 죽었다는 섬뜩한 얘기를 들은 때문에 낯선 거리보다는 사람들이 많은 버우드 공원으로 향했다. 컨디션이 별로였으며 습도가 높은 탓인지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1시간 정도 운동하다가 곧장 숙소로 돌아와 오늘의 관광 준비를 서두른다. 오늘은 돌핀스 구경과 모래 썰매타기 등 신나는 관광 일정이라 새벽과는 달리 기분이 좋아졌다.
관광차를 타는 곳에 도착하니 인원이 적은 탓인지 오늘도 승합차가 도착한다. 스트라스필드 역에서 10명이 승차하는 것이 전부였다. 대구에서 어학연수 온 여학생 1명과 젊은 연인 1쌍, 그리고 어린이 2명이 딸린 젊은 부부와 우리
가족 3명 모두가 한국인이다. 한국인들이 호주에 어학연수를 많이 오기도 하지만 관광도 많이 온다는 생각이 들며 우리나라가 잘 산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오붓한 가족 여행처럼 승합차를 타고 3시간여 달려간다. 오붓한 가족이라지만 아무도 쉽게 말을 꺼내지 않고 모두가 잠을 청한다. 무거운 침묵 속에 포티스티븐 해안가에 당도하였다. 늦은 여름이었지만 아직 피서 철이라 해안가는 놀이 기구를 타는 어린이들과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로 붐벼 이국땅에 온 것을 실감나게 하였다. 12시에 유람선을 탈 예정이라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공원 벤치에 앉아 바다와 피서객들을 바라보며 도시락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호주엔 집값과 음식 값이 비싸기에 보수를 많이 받는다 할지라도 알뜰히 살지 않으면 돈을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점심도시락을 준비 할 때가 많았다.
식사 후 바닷가를 거닐며 산책을 즐기는 사이 어느새 12시가 되어 유람선에 승선을 하니 안내양이 커피와 과자를 나누어 주며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돌핀스 떼들이 좌측 또는 우측에서 갑자기 나타날 경우 한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면 배가 기울어 질 수도 있으니 조용히 그 자리에서 지켜보라한다. 물보라를 날리며 심해로 들어서니 또 다른 많은 유람선들도 돌핀스를 구경하는지 오가고 있었다. 갑자기 우-와 하는 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돌핀스 떼들의 지느러미가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 사이 사라지고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사라진다. 바다 한 가운데서 돌고래 떼를 본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였으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쪽에서도 와 저쪽에서도 와 소리가 터져 나온다. 잠시나마 돌고래 쇼를 보았지만 사진기에 담기엔 너무 순간적이라 막내가 아쉬워한다. 돌핀스 구경을 마치곤 하선하여 곧 바로 모래언덕으로 향했다. 사막과 같은 긴 모래 언덕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특장차를 탔다. 모래에 빠지지 않는 특장차에 몸을 맡긴 채 한참을 달려 하차하니 불볕더위가 장난이 아니라 숨이 턱턱 막혔다. 보이는 곳은 전부 모래 언덕뿐이요- 마치 황량한 사막과 같은 느낌 이었다.
스노우보드 탄다는 기분으로 도구를 옆구리에 차고 모래 언덕을 올라가니 발바닥이 뜨거울 뿐만 아니라 푹푹 빠지니 힘이 무척 들었다. 그러나 언덕에서 내려오는 기분은 마치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느낌이라 아이들처럼 마냥 즐거웠다. 다른 관광객들은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체력이 바닥났는지 2-3번 타고 끝을 내지만 난 재미도 좋았지만 근력운동 한다는 마음으로 10번을 타고나니 모두들 놀라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어깨가 우쭐하였다.
모래 썰매타기를 끝내고 마지막 코스인 와인농장을 방문하니 자그마한 포도들이 시들은 채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포도 몇 개를 따 먹어본다. 상당히 달콤하다. 주인이 보면 뭐라 할까봐 몰래 따 먹는 맛이 더 좋았지만 곧 바로 와인 판매장으로 들어가 와인을 시음하였다. 몇 가지 종류의 와인을 시음 하였지만 그렇게 맛 좋은 줄은 몰랐으나 막내가 와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 상식이 있기에 막내가 정하는 대로 그 중에 가장 단 맛이 많이 나는 와인 한 병을 구입 하였다. 돌아오는 순간 지친 탓인지 주위 경관도 보지 못하고 계속 졸다보니 어느 사이 출발지점에 도착 하였으며 오늘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시내에 이르니 신호등을 지키지 아니하고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들이 너무 많이 눈에 보인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저래도 선진국인가? 자기 집 정원에 나무 하나 옮기는 것도 관청에 허가를 받아야하고 자기 집 정원의 잔디를 깍지 않아도 벌금을 내야 한다면서 왜 저렇게 법규를 지키지 않는지 의아하게 생각하였지만 이 나라는 차량 보다 사람이 우선이라 차가 오지 않을 경우엔 건너가도 무방하다니 어쩜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맞는 것 같았다.
1/25(월) 맑음
오늘은 단체관광이 없는 날이라 우리 가족 끼리 시내 관광 가기로 되어 있기에 조금 늦잠을 잤다. 05:40분에 기상하여 공원에 산책을 나가니 많은 사람들이 산책 및 조깅을 하는가 하며,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명상을 즐기는 사람, 각양각색 이었으며 공원이 잘 꾸며져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하였다. 공원 내도 산책로가 잘 정비 되어있었고 외곽은 외곽대로 우레탄으로 잘 포장 되어 있어 운동하기엔 정말 좋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기에 처음 5바퀴는 빠르게 걷고 나머지 6바퀴는 천천히 달린 후 집으로 향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아님 출근시간이 다가온 탓인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은 한국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아침 겸 점심을 늦게 먹은 후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다 11시가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먼저 선물부터 구입하기로 하였다. 선물은 잘못 구입하면 오히려 짐만 되기에 필요한 것 조금만 구입하기로 하였다. 호주엔 의학이 발달하여 의학노벨상 수상자가 3명이나 배출 하였을 뿐만 아니라 약품 값이 상당히 싸다기에 관절에 좋은 글루코사민과 오메가 쓰리를 몇 개 구입하여 숙소에 갖다 두곤, 다시 버워드 역에서 열차를 타고 레드스(Rheds) 역에 내린 후 걸어서 이케아(Ikea) 가구 전시장에 들렸다. 전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당겨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설령 당장 필요가 없다 할지라도 포근하고 아늑한 침실과 주방을 둘러본다면 구매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린 처음부터 아이 쇼핑을 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오랫동안 전시장을 두루 구경 후 다시 레드스역으로 되돌아와 전철을 타고 몇 개의 역을 지나 이피닝(Epping)역에서 환승하였다.
환승 후 시티 홀(City Hall)에 내려 퀸 빅토리아 빌딩 내 가게를 기웃 기웃 거리며 사진도 찍고 아이 쇼핑을 한다. 건물이 정말 웅장하고 아름답다. 이건물 소유주는 평생 일 하지 않아도 잘 먹고 살겠구나 하는 부러운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간다. 오랫동안 아이쇼핑을 하곤 모노레일을 타고 시가지를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한다. 지상에서 바라보는 시가지와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시가지는 사뭇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마치 줄을 타고 서커스 하는 기분이다. 시가지 한 바퀴 돌고 난 후 오스카 고급 레스토랑에 들러니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스테이크 2개와 립 2개를 시켜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였으며 고기가 연하니 한층 감미로웠다. 역시 값이 비싼 만큼 맛도 좋았다.
저녁 식사 후 시티타워(City tower) 전망대로 향했다. 타워 높이는 250m 라 하지만 쾌속 엘리베이터는 금방 꼭대기까지 이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밤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웠으며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뒤 덮인 시드니 시가지 및 항구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기에 한동안 넋 놓아 시가지를 바라보는 사이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전망대를 내려와 곧 바로 숙소로 향했다. 도착 후 4명이 옹기종기 모여 와인 한잔을 하면서 오늘의 얘기를 도란도란 나눈 후 피로를 잊으려 잠자리에 들었다.
1/26(화)-맑음.
오늘은 호주 관광 마지막 날이라 마음 한켠은 아쉽기도 하지만 또한 건국기념일 행사가 열리는 날이라 기대되는 날이기도 하였다. 물론 우리 여행일정을 건국기념일에 맞추어 왔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고 마음 설레었다. 항공권 예약 시 무조건 호텔에 1박을 해야만 예약이 가능했기에 간단히 아침 운동과 식사 후 짐을 챙겨 호텔로 이동하였다. 길거리엔 호주를 상징하는 캥거루와 이뮤가 새겨진 깃발이 길거리마다 펄럭이기에 국경일 분위기를 고조시켜준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곧 바로 기념행사를 구경하기 위하여 전철을 타고 시티 홀에 내려 센츄럴프라이빗 백화점을 두루 구경하고“행원주가” 중국 음식점에 들러 “얌차”라는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얌차”는 종업원이 음식을 실은 운반차를 손님 앞으로 끌고 다니면 손님이 필요한 음식을 골라 먹은 후 나중에 한몫에 계산하는 것이 좀 특이하였으나 음식이 너무 짜서 맛은 별로였다.
식사 후 곧 바로 공원으로 향한다. 길거리나 공원엔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시민들로 붐벼 받칠 정도였다. 공원엔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었으며 특히 눈에 들어온 행사는 차량의 변천과정을 보여주는 차량전시장 이였다. 성능은 떨어지겠지만 옛날 차량의 디자인이 훨씬 예쁘고 아름다워 보였다. 너무 예쁘고 앙증맞기에 차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세인트메리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너무 웅장하여 위축감을 느꼈다. 잠시 땀을 식힌 후 성당을 빠져나와 로얄보타닉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뙤약볕이 내리쬐지만 많은 시민들은 일광욕을 즐기거나 가족들끼리 담소를 나누며 오늘의 축제를 즐기는 듯 밝은 표정을 보니 나의 마음도 밝아졌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기에 우린 그늘을 찾지만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뙤약볕에 앉아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으며 오히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우린 그늘 아래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즐비하게 늘어진 요트 퍼레이드를 구경하다 항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빙 돌면서 산책을 즐겼다. 항구의 물은 정말 맑고 깨끗하였다. 항구를 빠져나와 유명 연예인들도 종종 들러 핫도그와 햄버거를 즐겨 먹는다는 울루물루에 위치한 헤리스 까페에 들러 핫도그와 파이를 구입하여 노상에 앉아 맛있게 먹고는 전철을 타고 서큐러키에 내려 유람선을 타고 달링하버로 향했다.
유람선을 타기도 힘들었지만 유람선도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풍광을 즐기다 달링하버에 내려 카지노장으로 향했다. 카지노장은 정말 거대하고 웅장하였다. 몇 천 평 되는 카지노장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국경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가 도박에 빠져 있는 듯 측은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으며 남. 여 노소 할 것 없이 아가씨에서부터 할머니까지 게임을 즐기는 건지, 아님 도박에 빠져 있는 건지 도박의 나라라는 말이 헛 말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평소 게임을 해본적도 할 줄도 모르기에 게임하는 것을 지켜보며 시원한 곳에서 땀을 식히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의논한 결과 한국음식이 좋다기에 이리저리 한식집을 찾아본다. 한참을 거닐다 겨우 한식집을 찾아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야간 불꽃놀이 구경하기 위하여 목 좋은 곳을 찾아보았지만 시드니 항구 주변엔 시민들이 이미 빽빽이 차 있었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 다리위에서 내려다보면 좋을 것 같기에 다리위로 향하였으나 다리위에도 사람들이 가득하여 우리 4식구가 한자리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하다 못하여 다리 중턱에 자리를 잡는다. 8시 40분이 되어서야 요트가 찬란한 조명을 받으며 움직이기 시작하고 불꽃놀이 가 시작되었다. 밤하늘엔 휘황찬란하게 불꽃으로 덮혔으며 시민들은 탄성을 지른다. 20여분 동안 불꽃놀이로 밤하늘을 수놓았으며 요트와 어우러져 더욱더 장관이었다. 불꽃 축제는 언제 어디서 보아도 좋았다. 불꽃 쇼가 끝나자마자 곧 바로 빠져 나오려 하였으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니 어깨가 부딪히며 길이 막혀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었다.
전철역 까지 거리가 너무 멀기에 차라리 걸어가는 것이 빠르다는 생각으로 걷기 시작한다. 또한 호주의 마지막 밤을 오래오래 가슴에 새겨 두고 싶은 생각에 천천히 걸어 호텔에 도착 후 내일 일정을 생각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이 호주의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많이 묻어났지만 진종일 사람들에 부대껴 지친 탓인지 모두 일찍 꿈나라로 향했다.
2/27(수)-흐림.
출국 예정시간이 9:30이라 7시에 콜택시가 도착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예정된 시간에 택시를 타고 시가지를 벗어나 공항으로 향한다. 택시요금은 큰 따님의 하루 일당 정도 된다하니 물가가 비싸긴 비싼 모양이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주위 경관 또한 아름다웠으며 이른 시간이라 일찍 공항에 도착하였다. 국제공항이라 하지만 인천공항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 것 없고 초라하기까지 하였다. 이시간이 지나면 큰따님과 헤어져야한다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아프다. 함께 여행할 땐 즐겁고 유쾌했는데 어린 것을 남겨 두고 우리만 떠나야한다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의 국력이 이곳 호주까지 뻗쳐 있는지 아님 한국인들이 여행을 많이 오기 때문인지 출국 수속하는데 아시아나 항공 직원이 배속 되어 있기에 새삼 놀랐으며 편리하기 그지없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마지막 아침을 먹는데 자꾸만 눈물이 어린다. 하지만 꾹꾹 잘 참았는데 막상 헤어지면서 손을 흔드니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지 눈물이 흐른다. 슬픈 영화나 연속극만 보아도 눈물을 자주 흘리는 여린 마음이라 어쩔 수 없기에 고개를 돌리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한다. 아내는 벌써 훌쩍 훌쩍 울고 있다. 큰 따님은 우리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모자를 푹 내려 쓰고 손을 흔들며 등을 돌려버린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편안히 지내며 공부를 하고 있다면 마음이 덜 아플 텐데 너무 고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부모로서 도움 되어주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 아팠다.
큰 따님은 아르바이트 하면서 열심히 대학을 다니고 영주권 취득 시험에 합격하여 이미 영주권을 취득한 상태이며, 시민권 시험에도 합격하여 얼마 있지 않으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하니 곧 호주시민이 된다. 시민권을 받으면 호주에 살 것인지 아니면 귀국 할 것인지는 좀 두고 생각하겠다니 딸 하나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지 더욱더 가슴 아팠다.
기내에 탑승 하였어도 내내 두고 온 큰 따님이 생각나서 괴로웠다. 부모자식 사이는 잘 사나 못사나 함께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자꾸만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한없이 눈물이 나고 괴롭기에 잊고 싶은 마음에 와인을 몇 잔 시켜 마신 후 꿈의 나락으로 젖어 들었다. 잠들었다 깨어나도 잊기는커녕 헤어지면서 쓸쓸히 돌아서는 장면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 술 힘으로 버티어본다. 그럭저럭 10시간이 지난 후 오후 6시경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막내는 먼저 출구를 빠져나가서 포항 가는 7시 40분 리무진 버스표를 구매하고 우린 수화물이 나오길 기다리다 짐을 찾아 나오니 다행히 시간이 넉넉하였다. 하늘도 우리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천공항엔 이슬비가 내리며 쌀쌀하기에 겨울옷을 다시 갈아입었다. 호주와 한국의 날씨는 정 반대라 지구가 좁은 것이 아니라 참 넓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였으며 즐거웠던 7박 9일의 여행 일정을 무사히 마치곤 우리의 보금자리인 포항으로 향하면서 우리 큰 애가 올해는 꼭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빌어보았다.
(2010년 1/19-1/27)
2010. 1. 27. 호주 여행기
첫댓글 가족들과 행복한 호주여행기는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한번 깨닫게 됩니다.감사합니다
캬~~~ 여행기는 저렇코롬 상세히 기록하고 적어둬야하는디 ...정말 배우고 배우게됩니다...여행기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