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말의 예술품, 토말이말에 관심
한 생명이 태어나는 데도 1년이란 기나긴 시간이 걸리는데 피나는 몸부림이 있고서야 좋은 열매가 열려지는 것임을 알아주기 바랍니다. 세상에는 한 편의 작품으로도 후세에 이름을 남긴 훌륭한 작가가 있음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토박이말에 대한 공부가 앞서야 할 것입니다. 말의 지식 없이는 좋은 작품은 이루어지지 아니합니다. 문학 작품은 말의 예술품이기 때문입니다.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가 창설된 지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간 아쉽게도 현대문학에 이름 있는 교수가 없어 제자들을 길러 내지 못하였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문학에 뜻이 있어 스스로 노력하여 문단에 오른 동문이 많았는데, 건국문학 회원이 200명에 이른다고 하니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학을 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 살갗을 깎는 듯한 노력 없이는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이 조지훈 선생은 ‘승무’를 쓰는 데 18개월이 걸렸다 하고, 박목월 선생은 시란 단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끼적거려 놓은 시를 두고두고 보면서 고치고 또 고쳐서 한 편의 시가 완성된다 하였다. 미켈란젤로가 세계적인 작가로 알려지기 전에, 하나의 조각품을 몇 해를 두고 조각에 조각을 거듭하고 있는데, 친구가 와서 보고 하는 말이 “전에 볼 때나 지금 볼 때나 달라진 게 없는데 뭘 그렇게 긴 시간을 허비하면서 그러느냐”고 하였다. 그때 미켈란젤로는 “예술품이란 두고두고 보면 잘못된 데가 나타나는 법, 그것이 발견되지 않을 때 완전한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야 자네가 보기에는 훌륭할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네”하고 답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기란 어학 논문, 열편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작품을 쓰려면 작가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많은 체험, 폭넓은 학식은 물론 국어학에 대한 지식과 우리말 어휘에 정통하여야 하니 문학작품이야말로 종합예술 중에서도 종합예술인 것이다. 한 편의 소설을 쓸려고 하면 몇 년을 두고 자료를 모아야 한다. 일본 여류작가 쏘노다(角田)님의 말에 의하면 「민비암살」이란 작품을 쓰는 데 5년이란 세월이 걸려서 자료가 모아졌다고 하였다.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나라를 여러 차례 왔다 갔으며 도서관에서 수많은 자료를 찾았는가 하면 선배 작가들이나 역사학자들에게 문의하고 자문을 구한 끝에 어느 정도 만족이 되어 그 작품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건국문단 회원 여러분, 쉽게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풍부한 자료만 모아지면 시는 물론 소설이 동쪽 하늘에서 아침 해가 솟아오르듯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니, 조급히 서둘지 말고 노력하기 바랍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데도 1년이란 기나긴 시간이 걸리는데 피나는 몸부림이 있고서야 좋은 열매가 열려지는 것임을 알아주기 바랍니다. 세상에는 한 편의 작품으로도 후세에 이름을 남긴 훌륭한 작가가 있음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토박이말에 대한 공부가 앞서야 할 것입니다. 말의 지식 없이는 좋은 작품은 이루어지지 아니합니다. 문학 작품은 말의 예술품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노력하여 이름 있는 많은 문인이 배출되기를 바라면서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빎과 아울러 건국문단의 무한한 발전을 축원합니다.
한글학회장 김승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