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살려 해운대를 살리자
김좌관 / 부산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해운대로 이사 온 지 10여년이 넘었다. 아마도 텃밭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해운대서 계속 살 것 같다. 아파트숲속에 살고 있지만 애들 교육환경면이 좋고 바다, 산, 하천 등 비교적 자연환경이 풍요로워서 좋다. 좋은 사람들과 식사하거나 담소 나눌만한 풍광 좋은 찻집도 여러 곳 추천할만하고, 오랜만에 볼만한 영화는 요트장안 ‘시네마테크’가 해소해주고, 외지 사람 부산 방문하면 해운대서 만나니 나는 집 가까워서 좋고 지인은 해운대라서 좋다. 그래저래 살만한 곳이다. 장산, 문탠로드, 삼포길(미포-청사포-구덕포), 동백섬, 송정과 해운대해수욕장등이 해운대를 대한민국의 해운대답게 만드는 주요한 자연요소들이다.
요즘 들어서는 부쩍 장산을 찾는 편이다. 작년 여름 정상에 불필요한 ‘하늘전망대’를 만드는 일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장산보전시민네트워크’가 결성되었고 이후 장산 구석구석 제법 발품을 팔아 다니고 있다. 물론 건강 챙기기에는 용이한 방법임이 분명하다. 장산(萇山). 사전적 의미로는 ‘여러해살이 덩굴풀 장(萇)’, 혹은 ‘보리수나무 장(萇)’의 의미를 가진산이다. 대략 7천만년전 화산 폭발이 있었을 게고 너덜거리는 바위무더기로만 우뚝 솟아올라 덩굴 풀밖에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었을 것이다. 여기 터잡고 살던 우리 선조들은 덩굴 풀 무성하고 구들장만한 돌무더기뿐인 이 산 이름을 생각할 때, ‘장산(萇山)’이라 할만 했다고나할까. 또한 장산 구석구석에는 제법 보리수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이래저래 장산(萇山)이다.
그러나 요즘 많은 등산객들이 찾으면서 잦은 산불이 발생하고 산림훼손도 심해지면서 몸살을 심히 앓고 있는 편이다. 산 정상 가까이 여러 곳이 산불이 나고 많은 등산객 발끝 탓에 훼손이 심하다. 군부대도 정상에 아스팔트를 깔아 정상 훼손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장산도 이제 좀 스스로 복원할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등산객들로 훼손이 심한 일부 구간들은 휴식년제를 도입하여 몇 년간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여 산림생태계 복원을 꾀하여야 한다. 여름철이면 가족단위로 놀러 나와 장산계곡과 춘천에서 물장구도 치고 즐겁게 논다. 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너도나도 물고기를 잡고 수변식물을 훼손하는 일이 다반사로 생겨나 여름철 지난 춘천은 황량하다. 물고기 산란터가 훼손되고 사람 떠난 춘천이 그야말로 웅덩이형 인공하천이 되어버린다. 물론 구청이 춘천을 복원한답시고 무슨 갈비집 정원처럼 다듬어 놓고 하천을 다단계 풀장처럼 만든 일도 크게 욕먹을 일이다. 회색빛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일은 좋으나 과잉의 놀이터로 자연이 전락하는 일은 아이들의 자연 대하는 태도나 훼손당하는 자연이나 모두에게 안 좋은 일이다. 생명을 소중히 대하는 자세, 우리 부모들이 챙겨줘야할 소중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장산 없는 해운대를 상상할 수 없지만 해수욕장 없는 해운대는 모든 걸 잃어버린 모습일게다. 그런데 백사장 왼편에 ‘트리플스퀘어’ 란 이름으로 108층이 들어선단다. 장산만한 높이다. 4계절 친수위락공간으로 설정되어 관광리조트용 건축물만 들어설 자리에 45%나 아파트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어 개발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원됐고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적절히 역할 분담하여 일을 성사시켰다. 아마도 108층안에 들어설 아파트는 평당 수천만원을 호가할 것이다. 앞으로 발생할 교통문제나 여러 환경문제는 어떠할 것이며, 나 홀로 우뚝한 이 바벨탑은 참으로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못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해운대 바닷가는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의 공유 자산이다. 특정 소수가 누릴 전유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혹자는 이게 해운대의 ‘랜드마크’로서 필요하다는 논리다. 아서라. 해운대 랜드마크를 굳이 말하자면 달빛이고, 장산의 억새밭이고, 달맞이언덕의 푸른 파도소리를 듣고 자라는 해송들이다. 잘못된 부동산 투자로 망하기 시작한 미국발 신자유주의 파랑이 해운대 앞바다에서 멈춰질 줄 모르는 것 같다. 끝내 완성되지 못할 바벨탑을 쌓는 일은 다시 생각할 일이다.
해운대는 자연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소위 ‘기우뚱한 균형’이 필요하다. 자연보전에 중심을 둔 개발이 되어야만 한다. 지속가능한 자연속에 개발은 최소한으로 하여야 해운대가 해운대답다. 그래야 된다. 동백섬에 자생하던 해당화를 다시 심어보고, 깨달음과 지혜의 상징인 보리수나무를 장산에 잘 보존하고, 장산 정상에 아스팔트를 없애고 습지를 복원해 내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문탠로드(Moon Tan Road)도 ‘달빛길’로 바꿔 쓰면 어떠한가? 간비오산에 있는 봉수대에 봉화불도 피워보자. 인근 황령산 봉수대, 기장의 봉수대등을 연결하여 축제의 장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맑은 춘천의 물은 백사장앞 공용주차창위로 생태하천으로 이어서 해운대 바닷가에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우리 모두가 자연에 중심을 둔 ‘기우뚱한 균형’감각으로 상상한다면 그건 긴 호흡으로 해운대를 진정으로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자연을 살리는 일, 그게 해운대를 살리는 일이다.